[구호 활동가 이야기] 의료 소외 지역을 찾아다니는 보건증진교육가의 하루

활동 현장에서 지역 주민의 보건 인식을 높이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교육가. 유한나 활동가는 2019년 3월부터 9월, 미얀마 나가(Naga) 지역에서 보건증진교육 매니저로 활동하고 돌아왔다. 지금은 다시 방글라데시로 떠나 활동하고 있는 유한나 활동가에게 ‘보건증진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보건증진교육은 왜 중요한가요?

저는 2017년 말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활동가로 파푸아뉴기니에 다녀왔는데, 활동을 하면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의료지원이 꼭 필요한 주민들에게 그 주민들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왔습니다. 저에게는 보건증진교육(HEALTH PROMOTION, 교육이나 캠페인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관리역량을 높이고 주민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촉진하는 활동) 활동이 지역주민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에 합류하기 전에는 국내 NGO에서 활동하며 보건프로젝트를 담당했는데, 어떠한 질병이건 사망률 혹은 유병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인식과 건강행위가 변화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에는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얀마 나가(Naga)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이 프로젝트는 인도와 인접한 미얀마 북동쪽 나가(Naga)라는 지역에서 이루어집니다. 이곳은 산지이며, 주민들은 적게는 100가구, 많게는 800가구가 모여 마을을 이루고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합니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가려고 해도 오토바이나 도보로 산을 넘어야 해서 매우 위험하고 오래 걸립니다. (오토바이로는 1~4시간, 도보로는 0.5~2일) 우기에는 그 길마저도 끊기곤 합니다. 나가(Naga) 프로젝트에서는 의사, 간호사 그리고 보건증진교육가로 이루어진 팀을 꾸려서 매달 마을을 방문하고 기초적인 의료서비스와 건강교육을 제공합니다.

산지에 위치한 마을을 방문할 때에는 오토바이와 배를 이용하기도 한다. 비포장도로를 오토바이로 몇 시간씩 달려야 할 때도 있다. ©MSF Korea

제한된 교육 기회와 보건 인식 때문에 전통적인 형태의 치료법(예, 가정분만)을 고수하기도 합니다. 혹은 바쁜 농사일 때문에 주민들은 의료 기관을 찾아야 하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기도 합니다. 따라서 보건증진교육가는 집단교육이나 캠페인, 주민참여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지역주민들이 주어진 환경 안에서 자신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합니다.

 

현장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매주 월요일 보건증진교육팀은 자체적인 미팅을 갖습니다. 한 주의 활동 계획을 공유하고 지난 주의 활동에서 얻은 마을에 대한 소식이나 정보를 공유합니다. 예를 들어, 우기를 맞아 설사 환자가 급증한 경우, 설사 예방 및 관리에 대한 위생 교육을 중점적으로 시행합니다. 또는 피임법 관련 보건교육을 하는 경우 콘돔을 모형에 적용하는 참여 활동이 참여자들의 흥미를 일으킬 수 있을지 아니면 문화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지는 않을지 논의를 거치게 됩니다.

미얀마의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위생관련 보건증진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유한나 구호활동가 ©MSF Korea

저는 실행 계획에 따라 팀원들이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을 참관하거나 지원하며, 프로그램이 종료한 후에는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공유합니다. 전체 의료팀과 논의가 필요한 사항은 2주마다 열리는 의료팀 회의에서 전체적으로 협의합니다.

 

활동 중 인상에 남았던 경험이 있었나요?

마을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센병 환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해당 환자를 찾아나선 적이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여성 환자는 마을 사람들에게 전염성 때문에 손가락질 받는 것이 두려워 사람들의 눈을 피해 주로 집에서만 머물며 살고 있었습니다. 7-8년 전부터 병을 앓아왔지만, 마을에서 병원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어서 치료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 환자는 이미 코, 손가락, 발가락의 일부를 잃은 상태였습니다. 우리 팀은 후송차를 지원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연계했습니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환자는 오지 마을에서 만난 산모입니다. 산모는 쌍둥이를 임신 중이었지만 산전 진료를 받지 못해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희 의료팀은 산전 진료를 진행하면서 쌍둥이인 것을 확인하고 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곳에서 구호활동을 해볼 계획이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소외된 지역뿐 아니라 분쟁 상황 등의 다른 배경을 가진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활동이 있다면, 언제든지 응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