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예방 활동] 하루 852명, 여성의 목숨을 위협하는 자궁경부암

2018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 여성은 약 31만 1,000명이며, 그중 85%는 개발도상국의 여성이다. 또한 한 해 동안 57만 명이 새롭게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자궁경부암이 나타나는 모습은 ‘불평등’하다. 42개 국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다른 어떤 암보다도 더 많은 여성의 목숨을 앗아가지만, 스위스에서는 암 중에서 가장 사망률이 낮다.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말라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며, 말리, 짐바브웨가 그 뒤를 잇는다. 한국에서는 자궁경부암 발생자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이것은 무료접종 사업과 자궁경부암 국가 검진사업 등 예방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필리핀의 열세 살 소녀 엘리스(Elyes)는 최근 HPV 예방접종을 받았다. ©Hannah Reyes Morales


자궁경부암이 위험한 이유

자궁경부암은 예방이 가능하고,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많은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목숨을 잃는 것일까?

대부분 자궁경부암은 성적 접촉으로 전염되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의 지속적인 감염으로 발생한다. 대부분 여성은 감염이 되어도 바이러스가 즉각 소멸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만성 감염이 자궁경부 세포에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전암(암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암이 될 확률이 비교적 높은 병적인 상태)’이라고 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이것이 15-20년에 걸쳐 ‘조용히’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HIV 양성인 여성과 소녀에게는 HPV 감염이 보다 공격적으로나타나는데, 다른 여성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시간 내에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말라위에서는 암을 발견하는 시점이 늦기 때문에, 평균 진단 연령이 49세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완치가 어렵고, 암으로 인한 고통도 수반하게 된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방법

자궁경부암 예방은 HPV에 노출되기 전, 빠르면 9세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방의 첫 단계는 9세부터 14세 사이에 HPV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사항이다. 한국 정부는 2016년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예방접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2019년 8월 기준 만 12세 여성 청소년의 절반 가량이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진’ 또한 자궁경부암 예방의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오늘날 많은 여성이 백신이 도입되기 전 이미 성장했고, 어린 소녀 중에도 여전히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소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진을 받으면 치료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많은 개발도상국이 어려움을 마주한다.

필리핀 마닐라의 한 소녀가 국경없는의사회의 협력 단체인 리칸(Likhaan)이 운영하는 진료소에서 무료 HPV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리칸은 필리핀에서 저소득가정을 대상으로 생식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Hannah Reyes Morales

검진을 놓쳐 암이 진행된 경우 수술이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자원이 제한적인 개발도상국에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항암·방사선치료는 더욱 어렵다.

자궁경부암은 퍼지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복잡하기 때문에 초기에만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자궁적출술에 이어 병원에 오랜 시간 입원해야 하는 것은 여성과 가족에게 여러 가지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말라위 치라줄루에서 페미아 시몬(Femia Simon)이 아들과 함께 국경없는의사회 밀레파 보건소 자궁경부암 검사실에서 나오고 있다. ©Luca Sola

국경없는의사회는 많은 여성들이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시점이 너무 늦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치료가 어려울 정도로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 여성들은 이 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회에서 고통받으며 상태가 악화되었는지도 모른다. 설명되지 않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이미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거나, 일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암은 이들의 삶을 황폐하게 하고 사회에서 거리를 두게 했을 것이다.

고소득국가에서는 자궁경부암 치료에 엄청난 발전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와의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한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사실상 이 여성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플로렌스(Florence)와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멘토인 수녀 텐다이(Tendai). 자궁경부암 환자인 플로렌스는 자궁적출술을 위해 큰 병원으로 가야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로부터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치료비가 부족한 플로렌스에게 수술을 지원할 예정이다. ©Melanie Wenger/COSMOS


국경없는의사회 불평등 해소 프로젝트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자궁경부암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 세계 5개 주요 프로젝트를 통해 자궁경부암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 짐바브웨

국경없는의사회는 짐바브웨 구투(Gutu)에서 아세트산과 자궁경부 확대촬영을 이용한 육안 검사(VIAC)를 이용해 자궁경부 이상과 전암 상태의 병변을 검진한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현장에서 전암 치료(크라이오테라피-저온 치료법)를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송한다.

  • 필리핀

필리핀에서는 현지 단체 리칸(Likhaan)과 협력해 수도 마닐라에서 자궁경부암 검진과 크라이오테라피를 제공하며, 기타 성·생식 보건 서비스 또한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9세에서 13세 사이의 소녀 22,000명을 대상으로 HPV 예방 접종을 실시했다.

  • 에스와티니

국경없는의사회는 2016년부터 에스와티니에서 VIA 검진과 크라이오테라피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19년 에스와티니 보건부에 프로젝트를 인계하기 전까지 간호사 교육을 지원하고 간호사 주도의 진단을 위한 이동 진료 및 원격의료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했다.

  • 말리

말리에서는 수도 바마코에서 자궁경부암 치료를 포함한 종양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포인트지 대학 병원(Point G University Hospital)과 각 환자의 가정에서 통증완화 치료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에는 바마코에서 여성을 위한 암 검진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 말라위

말라위 치라줄루와 블랜타이어에서는 통합적인 자궁경부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HPV 예방접종과 더불어 검진 및 전암 치료 등을 제공한다. 작년 11월 새로운 수술실을 열어 수술과 통증완화 치료도 제공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