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주제 보고] 난민·이주민·망명 신청자의 고통을 배가하는 유럽의 난민 정책

특별 주제 보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집을 떠납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 아니면 박해나 극도의 고난 때문에 떠나기도 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대부분 안전하고 인간 존엄성이 보장된 미래를 찾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에서 이러한 ‘이동 중인 사람들’을 돕는데, 오로지 의료적 필요와 취약성에 따라 지원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난민, 이민자, 망명 신청자들이 고통스러운 여정에서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할 뿐 아니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들을 막으려 하는 정부의 위험하고 비인간적인 정책 때문에 고통받는 것을 봅니다.

유럽에서는 이주 통제가 대륙 국경을 넘어 확대되어 왔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가혹한 국경 정책을 접하게 되는데, 도착지로 가는 길목에 있는 국가에 억류되고, 유럽 망명 신청이 연기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책은 이주민 신분을 불법화하거나 난민 및 이주민의 안전과 존엄성을 보장하는 의료 및 보호 조치에 대한 접근을 방해합니다.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제한적인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인도주의’를 끌어들였습니다. 이주민들의 위험한 여정을 막음으로써 생명을 구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들이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위험한 상황과 이동 중 마주하는 위험을 무시하는 주장입니다. 게다가 안전하고 합법적인 대안이 없다는 것은 사람들이 안전한 곳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유럽으로 가는 위험한 여정을 시도하는 것뿐임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밀수 경로를 운영하는 범죄 지하세계의 손에 맡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스니아의 비학(Bihac)과 벨리카 클라두사(Velika Kladusa)에는 크로아티아로 국경을 넘으려는 이주민과 망명 신청자가 모여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가혹한 생활 환경과 폭력을 마주한다. ©Anna Pantelia/MSF

 

리비아의 보이지 않는 곳에 억류된 사람들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고자 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리비아를 통과합니다. 리비아에서 이들은 끔찍한 폭력, 납치, 고문, 강탈에 노출됩니다. 그뿐 아니라 리비아의 분쟁이 여전히 활발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곳에 난민과 이주민을 봉쇄하려합니다.

유럽 국가들은 이주 관리의 성공을 주장하며 잔인한 봉쇄 및 송환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해상 수색·구조 역량을 해체하는 한편,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공해상에서 난민과 이주민을 가로막고 리비아에 강제 송환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입국자 유입을 막기 위해 유럽 국가들은 범죄 및 밀수 조직과 연루되어 있는 리비아 민병대 단체와 거래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난민이나 이주민에 대한 인신매매, 납치, 억류, 강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럽행을 시도하다 지중해에서 익사할 확률은 더 높아졌습니다.

지난 2019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중해 중부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재개하여 해상에서 조난당한 1,373명을 구조했습니다.


그리스 섬에 갇힌 사람들

지난 2016년 유럽연합은 터키에 난민 지원을 위한 60억 유로와 기타 인센티브를 지불하고 터키로 하여금 망명 신청자와 이주민의 유럽 유입을 막게 하는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협정이 망명의 권리를 훼손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것이 가져올 인도주의적 영향에 대해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 협정에 대한 항의로 유럽연합과 회원국들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유럽 지도자들은 이 협정이 지닌 논리의 결함이나 인도주의적 대가를 인정하기보다는 성공을 주장하며 그리스 당국에 이를 보다 강력하게 이행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리스 섬의 열악한 환경에 갇혀 있는 난민과 이주민의 상황은 ‘만성적인 비상사태’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유럽이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로부터 인간성과 존엄성의 기본적 가치를 얼마나 빼앗고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모리아 캠프는 과밀집되어 여러 가정이 한 텐트를 함께 사용하며, 위생 상태가 매우 열악하다. ©Anna Pantelia/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정책의 결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치료해 왔습니다. 유럽과 그리스 당국이 거부한 책임을 대신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환자를 치료한 후 의료진은 환자를 병들게 한 환경으로 다시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발칸 반도의 국경에서 발이 묶인 사람들

2019년 수천 명의 이주민과 난민이 그리스가 아닌 유럽의 다른 목적지에 닿기를 바라며 발칸을 건너려 했지만 가로막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립된 채 국경 인근의 비공식 정착지나 폐건물에서 살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이주민과 난민들을 위한 진료소를 운영했고, 세르비아 수용지 외부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비공식 정착지에서도 활동했습니다. 보스니아에서는 보건 당국과 협력해 공식 난민 캠프 내·외부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피부 질환이나 호흡기 감염 등 우리가 치료한 질병은 열악한 생활 환경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보호받지 못하는 난민과 이주민

프랑스에서는 많은 망명 신청자, 이주민,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이 열악한 난민 캠프나 길거리에서 살아야 합니다. 소지품 압수나 임시 대피, 경찰의 괴롭힘이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들인데, 대부분 여정 가운데 폭력을 당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채 프랑스에 도착한 10대 청소년입니다. 이들은 심지어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데도 이것을 신청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습니다. 국가가 이들에게 거처를 제공할 법적 의무가 있는데도 실행하지 않아 수백 명의 어린 이주민과 망명 신청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 이주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파리 근교 팬틴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통해 다른 단체와 협력하여 휴식 및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료, 사회, 심리 및 행정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2019년 총 734명의 미성년자가 이러한 서비스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인류애의 승리

유럽은 이주와 망명에 대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어떤 정치적 근거도 고의적이고 의식적으로 해를 가하는 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정책의 파괴적인 결과를 무시하거나, 이것이 일반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유럽으로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불할 수 있는 대가가 아닙니다.

현재 정치 흐름을 보면 난민, 이주민과 망명 신청자들은 ‘인간보다 낮은 존재’로 여겨지는 듯합니다. 인간의 생명을 근본적인 인도주의적 가치로 여기는 것이 마치 반항 행위가 된 것 같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동 중인 사람들’과 연대하며, 많은 개인이나 의료 종사자, 시민사회단체, 지역 당국 대표를 비롯해 많은 유럽 시민들이 우리와 뜻을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