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개요] 2019년을 돌아보며

YEAR IN REVIEW

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의 에볼라 유행은 더욱 심각해졌고 사상 최악의 홍역 유행까지 겹쳤습니다. 사이클론과 극심한 홍수로 모잠비크, 수단, 남수단 일부가 황폐화됐습니다. 사헬과 예멘에서는 분쟁이 격화됐고, 리비아와 그리스, 멕시코에서는 폭력과 질병에 노출된 채 구금된 이주민, 난민, 망명 신청자가 수천 명에 달했습니다. 전 세계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2019년 한 해 동안 이러한 인도적 위기와 기타 비상사태에 대응했습니다.


2019년 11월 부르키나파소 포베 멘가오(Pobé Mengao)에서 일어난 공격으로 실향민이 된 주민들에게 식수를 보급하고 있다. ©Noelie Sawadogo/MSF


악화되는 취약 인구와 구호 활동가의 상황

2019년 사헬 지역 전역(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에서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포함한 생활 환경이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무장단체 및 지역사회 간 폭력으로 일부 지역이 극도로 불안정해졌으며 주민들은 피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심각한 아동 영양실조와 말라리아를 비롯한 막대한 의료적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치료를 제공했지만, 극심한 폭력과 납치의 위협으로 더 이상 활동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안전이 보장되는 곳에서만 활동했지만,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위험 요소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고 지원 대상과 장소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카메룬 북서부 및 남서부에서는 정부군과 분리주의 무장단체 간 폭력이 급격히 고조되어 의료 지원 활동을 확대했습니다. 이 분쟁으로 2016년 이후 50만 명 이상이 피신해야 했고 이들은 인도적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5년째에 접어든 예멘에서는 경제와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주민들이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2019년 공습 횟수는 줄었지만, 계속된 최전방 전투는 국가를 황폐화시켰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멘 북부의 불안정한 환경과 관료주의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의료지원을 지속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2019년 민간인 및 민간인 시설에 대한 공격이 계속됐습니다. 분쟁은 심각한 의료 접근성 제한을 야기했는데,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예방접종을 위해 민갈라(Mingala) 마을을 방문했을 때 주민들은 의사나 인도주의 활동가를 보지 못한 지 2년 이상 되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리아에서도 수백 만의 주민들이 여전히 위험하고 불안한 난민 캠프에서 살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은 불안정한 상황뿐 아니라 행정적인 어려움으로도 지장을 받았습니다. 시리아에서 활동하기 위한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접근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북부 지역에 제공되는 의료 물자 중 일부는 원래 터키를 통해 전달되고 있으나 터키에서도 허가를 갱신할 수 없어 지원 제공이 훨씬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으로 여러 활동을 축소하거나 팀을 철수시켜야 했고, 이로 인해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은 더욱 제한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활동은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 병원과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지원은 시리아에서 주민들의 필요에 대응하는 데 충분하지 않으며, 국경없는의사회는 필요한 수준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염병 대응

2019년 한 해 동안 대규모 홍역 유행이 여러 나라를 휩쓸었고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31만 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4분의 3이 5세 미만 아동이었습니다.

그러나 홍역은 국제적인 관심이나 자금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8월까지 유엔 주도의 홍역 대응 계획에 필요한 9백만 달러 중 모금된 액수는 25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콩고민주공화국 16개 주에서 활동을 시작해 50만 명 이상의 아동에게 예방접종을 하고 3만 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했으나, 불안정한 상황과 백신 재고 부족, 물류상의 문제로 일부 지역에서 운영이 지연되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카메룬, 나이지리아, 차드, 레바논에서도 홍역 유행에 대응하여 예방접종 캠페인을 실시하고 의료 시설에 홍역 병동을 설치했습니다.

2019년 말까지 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에서는 에볼라로 2,2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로 얻은 경험뿐 아니라 새로운 백신 두 종류 및 실험 단계의 치료가 있었음에도 감염자의 3분의 2가 사망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방접종이 더디고 불투명하며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점을 우려하여 세계보건기구에 백신 공급 투명성을 강화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북키부(North Kivu)와 이투리(Ituri)에서 계속해 에볼라에 대응했으나 불안정한 상황뿐 아니라 주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점 때문에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북키부에서 운영한 에볼라 치료 센터 중 두 곳이 2월 중 며칠 사이 공격을 받아 전소되었습니다.


자연재해 대응

2019년 3월 말라위에 폭우가 쏟아지며 심각한 홍수로 이어졌고, 이것이 사이클론 이다이(Idai)로 발전하며 모잠비크와 짐바브웨를 강타했습니다. 모잠비크 베이라(Beira) 지역은 약 80%가 파괴되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서비스 제공, 식수·위생 활동, 의료 시설 재건, 예방접종 캠페인을 비롯한 지역 정부의 콜레라 예방 지원 등 대규모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10월, 남수단과 수단 소말리아 일부 지역 또한 홍수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남수단에서는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며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식량의 가격이 3배로 올라 많은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워졌으며 동부 피보르(Pibor)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이 침수되어 이동해야 했습니다. 옮긴 지역도 물에 잠기면서 의료 지원 활동과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크게 저해되었습니다.

 

이주민 및 망명 신청자 지원

이주민과 망명 신청자는 전 세계 정부에 의해 버려지거나, 방치되거나, 밀려난 사람들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중앙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의 뿔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이동 중인 사람들(People On The Move)’의 고통을 목격해 왔습니다. 2019년 8월 새로운 난민 수색구조선 ‘오션바이킹(Ocean Viking)’을 통해 지중해 수색구조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4월 초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분쟁이 일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구금 센터에 갇힌 채 방치됐고, 7월 타주라(Tajoura) 구금 센터에서 두 번의 공습이 일어나며 최소 53명이 사망했습니다. 리비아를 탈출하려는 이주민이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는 리비아 해안 경비대에 붙잡혀 송환되는 동안 유럽의 정부들은 계속해서 방관했습니다. 그리스 섬에도 수천 명이 비참한 환경에 갇혀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두 곳에서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지원 등 치료를 제공했습니다.

 

의료 옹호 활동

2019년은 국경없는의사회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상금으로 ‘액세스 캠페인(Access Campaign)’을 시작하여 지난 20년간 보다 저렴하고 접근성 높은 의약품에 대한 옹호 활동을 통해 HIV, C형 간염, 결핵 등 여러 질병에 대한 치료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국경없는의사회 회장이었던 제임스 오빈스키(James Orbinski) 박사의 수상 연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인도주의 단체로서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침묵하지 않습니다. 허공에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거나 변화를 일으키거나, 부당함을 드러내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목소리를 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가능하게 해준 후원자와, 위험을 무릅쓰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역량을 사용하는 현장의 모든 활동가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또한 2013년 7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납치되어 여전히 실종 상태인 우리의 동료 로미, 리차드, 필리프를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