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식] 코로나19 백신,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연대'와
'결속'이
필요합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된 이후 1년이 흘렀다. 하지만 팬데믹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2, 3차 확산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코로나19 백신에 쏠리고 있다. 몇 달 전부터 여러 국가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거나 접종 일정이 잡혀가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국가는 백신 확보에 실패하며 코로나19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분배는 불공정한 모습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부유한 국가에서는 의료종사자와 고위험군을 넘어 저위험군 일반인까지 백신 접종을 시작한 반면, 팬데믹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국가에서는 최전방 의료진과 고위험군을 위한 백신조차 공급이 요원한 상황이다.

특히 전염력이 강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남아프리카에 급격히 확산되며 모잠비크, 에스와티니, 말라위 등에서는 의료종사자들이 빠르게 늘어가는 환자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2021년 2월 기준 총인구 110만 명인 에스와티니에서는 매일 2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되고 있는데, 10만 명당 누적 확진자 수로 보면 약 1,400명으로 매우 높은 숫자이다. 또한 1차 확산 때보다 4배가량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중환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모잠비크에서는 1차 확산의 최고치보다 7배 가까이 증가한 확진자 수를 보이고 있으며, 말라위에서는 지난 1월 신규 확진자 수가 4-5일마다 2배씩 늘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의료종사자도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있다. 주요 의료 시설의 산소 공급 시설이 부족해지며 중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등 국가의 의료 시스템은 빠르게 과부하되고 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기존의 필수 의료 서비스까지 지장을 받을 위험이 있는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코로나19 전담 병동을 추가로 설치하고 의료진을 투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최전방 의료진을 위한 백신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취약국은 곧 통제할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

모잠비크 마푸토 지역의 의료진. ©Marion Nourisson/MSF

코로나19 백신 대기 행렬의 가장 마지막에 있는 것은 최빈국이다. 현재 남아프리카의 국가들은 의료 시스템 역량을 넘어서는 변이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에 힘겹게 대응하고 있는 반면, 고소득 국가에서는 우선순위 그룹의 규모보다 더 많은, 일반인은 물론 전체 인구를 넘어서는 분량의 백신 비축분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역내에서 제조된 백신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가 논의되기도 했다. 이러한 백신 이기주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정 분배 계획안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팬데믹을 장기화시키며 더 많은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고위험군을 위한 분량보다 더 많은 백신을 확보하고 있는 각국 정부가 다른 국가에서도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초과 확보량을 시급히 분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전 세계적인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인도적 위기 현장에서 만나는 취약한 환자를 위한 필수의약품의 접근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옹호 활동을 20년째 이어왔다. 그리고 중대한 전 세계적 보건 위기를 마주한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연대’와 ‘결속’의 필요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받는 데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백신 공급에 있어 이윤 추구나 민족주의가 아닌 ‘사람’이 우선시되는 결정이 이루어지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