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식] 분쟁, 피난과 의료 공백,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분쟁 그 이후

분쟁 폐해 속
고통받는
수십만 명의 난민

지난 11월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에서 분쟁이 발발한 후,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대규모 피난과 의료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에티오피아와 수단에서 긴급 대응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11월 이른 아침 수단 국경 지점 함다옛(Hamdayet)에 도착한 모자(母子). 모자는 에티오피아 티크라이 지역에서 발발한 분쟁을 피해 먼 길을 걸어 이곳에 도착했다. ©Olivier Jobard/MYOP

2020년 11월 초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주에서 분쟁이 일어나며 수십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분쟁 발발 직후 10만 명에 가까운 지역주민은 마을 주변의 폐건물이나 건설 현장, 산속이나 외딴 지역으로 피신했고, 6만여 명은 국경을 건너 인근 국가인 수단으로 피난했다. 분쟁을 피해 피난길에 올랐지만, 열악한 환경과 의료 서비스의 공백 앞에서 이들의 생명은 여전히 위태롭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단 국경 지점과 인근 난민 캠프, 티그라이에서 즉각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시작했다. 수단으로 국경을 넘으면 대부분 함다옛(Hamdayet)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은 거처와 식량 및 위생, 깨끗한 식수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특히 식량이 부족하여 이곳에 머물고 있는 난민이 큰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곳에서 우선 의료 서비스와 보건증진,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하고, 새로 유입되는 난민의 영양 상태를 파악하며 식수·위생 활동을 전개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설치한 진료소에서는 매일 300여 회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장 흔하게 발생한 질환은 호흡기 감염과 말라리아, 설사였다. 부상을 입은 난민이나 결핵 등 만성 질환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도 많았다.

에티오피아에서 온 난민이 모인 수단 남동부 게다레프(Gedaref) 주 움라쿠바(Um Rakuba) 난민 캠프 또한 위생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사람들이 열린 공간에서 배변을 해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생활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움라쿠바 캠프에서 11월 19일에서 23일 사이 453회의 진료를 제공했고, 주로 설사와 요로감염증을 치료하고 있다. 총상 환자와 심각한 급성 영양실조 환자도 있었다. 에티오피아에서 폭력을 당하거나 목격하고, 수단으로 피난 오는 여정의 혹독한 환경으로 불안증과 불면증 증상을 보인 환자도 있었다.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에서 온 난민을 위한 알하샤바(Al Hashaba) 캠프 내 유일한 의료 시설인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 환자가 대거유입되었다. ©Thomas Dworzak/Magnum

2020년 12월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지역에서 발발한 전투로 파괴된 초등학교 건물 도서관을 찾은 소년. 티그라이군은 전투가 시작되기 7개월 전 이 학교를 점령해 군사 기지로 사용했다. ©MSF


분쟁 직후 티그라이 지역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몇 번의 시도 끝에 12월 중순부터 티그라이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지역이 전기가 끊기고 수도가 작동하지 않는 등 열악한 상황이었다. 티그라이 수도 메켈레(Mekele)에서는 많은 지역 병원이 운영을 중단하고, 의약품도 부족했다. 티그라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아디그랏(Adigrat)도 마찬가지로 병원은 처참한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의료진이 병원을 떠나고 의약품, 식량, 식수, 재정 등 운영에 필요한 자원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외상으로 입원한 환자는 영양실조를 앓고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역의 병원을 지원해 의약품과 비상식량을 공급했고 조금씩 병원을 복구해갔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병원 응급실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병동을 운영하고, 외래진료도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티그라이 남부에서도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보건부 직원과 함께 일부 마을의 보건소 진료도 활동을 재개했다. 실향민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를 위한 의약품, 산소, 식량과 같은 필수 공급품이 부족한 의료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티그라이의 주요 의료 시설 운영이 중단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병원 및 진료소에 대한 공격과 약탈, 파손이 반복되고 있어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12월 중순에서 2021년 3월 초 사이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방문한 106개의 의료 시설 중 70%가 약탈을 당하고 30% 이상이 파손되었으며, 단 13%만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2020년 12월, 에티오피아 비소베르(Bisober) 마을에서 폐허가 된 집을 바라보고 있는 남성. ©MSF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분쟁의 폐해 속에 고통받고 있다. 건물 곳곳에는 총탄 자국이 남아 있고 친척이나 지인의 집으로 피신한 난민은 한 공간에 20-25명이 밀집해 생활하고 있다. 여전히 정세가 불안하고 접근 허가를 받지 못해 아직 국경없는의사회가 도달하지 못한 외딴 산간 지역도 많다. 이런 지역의 주민들은 의료 서비스 접근이 매우 어렵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재정, 물류, 인력 자원 등 모든 방면에서 대규모 지원을 펼치고 있으나, 통신과 인터넷이 끊기고 항공편이 없어 육로를 이용해 물자를 운송해야 하고, 심지어 은행 업무가 중단되어 송금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렵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분쟁 발발 이후 세 달이 지난 현재, 지원이 확대되고는 있으나 티그라이에 남은 주민과 수단으로 국경을 넘은 난민을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

에티오피아와 수단의 국경을 가르는 함다옛 인근의 강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최근 몇 주 사이 수천 명의 에티오피아 주민들이 폭력 상황을 피해 안전한 곳을 찾아 강을 건너 인근 국가 수단으로 이동했다. ©Jason Rizzo/MSF

에티오피아 난민들이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의 폭력 상황으로부터 피신해 수단의 움라쿠바 캠프로 모이고 있다. ©Jason Rizzo/MSF

한 산모는 진통이 시작되고도 7일 동안이나 아이를 낳지 못하며 지연분만을 겪고 있었는데, 국경없는의사회가 미켈레로 이송해 간신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위중한 상태의 환자들이 병원에 오지도 못하고 가정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나아가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면 예방접종, 질병 감지 및 관리, 영양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또 다른 유행병 확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_국경없는의사회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알베르트 비냐스(Albert Viñas)

알하샤바(Al Hashaba) 캠프의 급수장에 모인 난민. ©Thomas Dworzak/Magnum 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