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men
2020년 예멘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전쟁이 5년 넘게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여러 위기 중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도 예멘 내 분쟁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상당 부분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던 국가의 의료시스템이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완전히 마비되며 그 어느 때보다 주민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저하됐습니다.
예멘 지역정부가 구호단체의 활동을 제한하면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도 제약이 생겼고, 의료 시설과 의료진을 향한 공격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습니다. 포격이나 공습, 총격으로 많은 민간인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국경없는의사회는 12곳의 병원 및 보건소 운영을 지속했고 13개 행정구역에 걸쳐 13곳의 병원 및 보건소를 지원했습니다.
코로나19 대응
팬데믹 초기부터 코로나19가 예멘에 미칠 영향이 극심할 가능성은 명백했습니다. 이미 분쟁으로 국가가 분열된 데 더해 의료시스템은 붕괴되고, 빈곤이 극심한 예멘의 주민들에게는 단순히 일손을 놓고 집에 머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가 실제로 존재하고 지역사회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만연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즉시 예멘 보건당국과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대도시인 아덴(Aden)의 알-아말(Al-Amal) 병원과 사나(Sana’a)의 알-쿠웨이트(Al-Kuwait) 병원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이브(Ibb), 하이단(Haydan), 카미르(Khamir)에 소규모 치료센터를 개소했고, 아브스(Abs)와 하자(Hajjah)에서는 코로나19 검사를 지원했습니다. 5월에는 알-아말 병원 운영을 인계받았으며, 6월에는 아덴에 위치한 알-감후리아(Al-Gamhuria) 병원과 사나의 셰이크 자이드(Sheikh Zayed) 병원에 치료센터를 개소했습니다. 또한 필수 의료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의 모든 정기 프로젝트에 코로나19 예방 조치를 반영했습니다.
예멘의 알 사훌(Al-Sahul) 코로나19 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의료용 산소 실린더를 집중치료실로 옮기고 있다. ©Majd Aljunaid/MSF
예멘의 최초 코로나19 확진자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2020년 4월 10일이었으나 이전부터 확진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검사는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이에 더해 안사르 알라(Ansar Allah)가 통제하는 지역에서는 보건당국이 검사 결과 통계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현장에서 목격한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4월 말 확진자가 급증했으며 5월에는 아덴을 비롯한 예멘 전역에서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예멘은 심각한 보건 위기를 맞았습니다. 사회 전반에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했고, 주민들은 병원에 가는 것을 꺼렸습니다. 병원에 온 시점이 너무 늦어서 생명을 구할 수 없었던 환자도 많았습니다. 운영을 중단하는 병원과 보건 시설도 많았는데, 직원이 감염을 두려워했고 개인보호장비도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적이었던 예멘 주민들은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잃었습니다.
여름에 접어든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으로 보였고, 국경없는의사회는 9월 모든 주요 활동을 지역 보건당국에 인계했습니다. 그러나 국경없는의사회는 2차 확산에 대비해 교육 및 기타 활동을 지속했습니다.
기타 위기 대응
극심한 코로나19 피해에도 불구하고 공습과 최전선의 교전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2020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멘 전역에서 부상자에게 외과적 치료를 제공했고, 사다(Sa’ada) 북부 하이단에 수술실을 신설했습니다.
타이즈(Taiz), 호데이다(Hodeidah), 모카(Mocha)에서 활동한 국경없는의사회 팀 또한 지역에서 분쟁이 급증하며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를 받았습니다. 분쟁이 활발한 마리브(Marib)에서는 예멘 주민과 이주민, 소외계층을 위한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산모 및 신생아 치료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우선순위 중 하나였습니다. 아브스 병원과 타이즈 호우반(Taiz Houban)의 모성·아동병원을 지원했으며, 특히 아브스 병원에서는 한 달에 1,000회 이상의 출산을 지원했습니다. 호데이다에서는 분쟁으로 인해 뱀독이나 말라리아, 뎅기열 환자가 치료를 받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하자주 아브스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에서는 영양실조로 입원하는 아동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하이단과 카미르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도 영양실조의 계절적 급증 시기 환자 수가 일반적인 수준에 비해 높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이동진료소 설치를 위해 예멘 아브스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알 마타인(Al Matayn) 지역에 도착했다. ©Pau Miranda/MSF
영양실조 환자가 증가한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이 시기 예멘에서는 식료품과 연료비 등 기본적인 생활비가 높아졌고, 국제 원조 단체의 지원을 받았던 일부 의료 시설은 구호 자금이 부족해지면서 운영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아동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했고 영양실조를 앓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많은 사람이 식량 부족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사망에 이르는 정도의 심각한 기근이 발생할 가능성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심한 화상을 입은 3세 아동 아이만(Aiman)이 이브 행정구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종합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 ©Majd Aljunaid/MSF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급성 영양실조로 인해 아드 다히 지역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7개월 영아 샤키르(Shakir)를 진찰하고 있다. ©Majd Aljunaid/MSF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대한 제한과 공격
안사르 알라과 사우디 연합군이 예멘 내 인도주의 단체에 이동 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필요 규모 조사와 이동진료소 배치 등의 활동이 어려워졌습니다. 전문 직원 비자 발급과 물자 반입에 있어서의 행정적 어려움으로 지원 활동이 복잡해지기도 했습니다. 9월 안사르 알라가 자체 통제 지역 의 유일한 공항인 사나 국제공항을 폐쇄하면서 직원 이동과 물자 수송이 더욱 제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