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개요] 2020년을 돌아보며

YEAR IN REVIEW

2020년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인구가 유례없는 수준의 질병과 상실, 두려움과 고립을 경험한 힘겨운 한 해였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많은 국가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활동하지 않던 국가에서도 분쟁, 피난, 빈곤이 야기한 기존의 보건의료 문제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악화했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약 90개국에서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긴급 위기 상황과 코로나19로 더욱 복잡해진 형태의 폭력과 질병 유행에 대응했습니다.



전 세계 코로나19 유행 및 이차적 영향 대응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했지만, 이미 여러 인도적 위기가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보다 긴급한 보건의료 문제가 많았습니다.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제한되어 말라리아나 영양실조, 기타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해서 발생했습니다. 예방접종 캠페인은 중단되었고, 이동 제한 조치로 인해 환자들이 진료소에 오가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코로나19에 직접 대응하는 한편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유지하고 각국의 의료 시스템이 과부하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또한 다른 질병으로 인한 환자 및 사망자 발생이 가져오는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일상적 업무를 지속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한 예로, 급변하는 상황에 맞추어 프로토콜을 조정하고 지속적인 치료 제공을 위한 대안적 접근법을 활용하여 HIV, C형 간염, 결핵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동시에 코로나19로부터 환자와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예방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나아가 의료 접근성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라크 모술(Mosul)에서는 코로나19로 다른 병원들이 문을 닫자 나블루스(Nablus) 산과병원의 환자 수용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로 활동을 잠정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파키스탄에서 운영하던 피부 리슈마니아증 치료 프로그램은 대기상태로 전환되었고 많은 직원의 건강이 악화하며 2주간 산과병원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1월 국경없는의사회는 홍콩의 취약계층 지원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하지만 2~3월, 여러 국가의 국경과 공항이 폐쇄되며 프로젝트를 위한 물자와 인력의 이동이 어려워졌습니다. 연초에는 개인보호장비 부족으로 직원 및 환자를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기가 어려워졌으며 부국과 빈국 사이의 불평등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이티, 남아프리카공화국, 예멘 등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고, 예멘 아덴(Aden)에서는 두 곳의 코로나19 치료센터를 운영하며 환자용 인공호흡기와 의료진 개인보호장비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위·중증 코로나19 환자의 대규모 유입에 대응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례적으로 고소득국에서도 코로나19 대응 활동을 진행했는데, 그중에는 최초로 활동을 개시한 국가도 있었습니다. 고령자, 노숙자, 이주민 등 취약계층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급증한 유럽과 미국에서는 정부의 대응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스페인과 벨기에, 미국에서 요양원을 비롯한 지역사회 내 생활시설에서도 대응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한 노동자 숙소에서는 코로나19 감염률이 94%에 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이탈리아, 스위스, 브라질 등 여러 국가에서 노숙자와 이주민을 대상으로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코로나19에 관해 새롭게 축적되는 지식에 기반하여 계속해서 대응 활동을 조정해갔습니다. 전화나 온라인 진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요양원 직원에게는 3D 시뮬레이션 등 혁신 기술을 통해 감염 방지를 위한 코로나19 환자 관리 교육을 제공하고, 아이티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의 화상 치료센터, 이라크 모술과 레바논 바르 엘리아스(Bar Elias)의 외과 병동을 코로나19 병원으로 전환하는 등 기존 시설을 새롭게 활용했습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불공정한 의료 접근성에 대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을 통해 제약회사에 코로나19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지 않을 것과 각국 정부에 특허 독점을 막아 저렴한 코로나19 의료 도구 접근성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난민 및 이주민 지원

코로나19는 국경없는의사회의 다른 활동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부 국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이주민을 처벌하고 이들의 권리를 박탈하며 기본 사회 서비스에서 배제시켰습니다. 남수단 벤티우(Bentiu)와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Cox’s Bazar) 난민 캠프에서는 거주민의 이동 제한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리스 당국은 레스보스(Lesbos)에 발이 묶인 이주민들을 위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코로나19 격리센터를 도시계획 관련 이유를 들어 폐쇄시켰습니다. 미국과 멕시코에서 이주민들이 코로나19 집단감염지로부터 의료시스템이 더욱 취약한 중앙아메리카나 카리브해 지역으로 추방됨에 따라, 5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미국과 멕시코 당국에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중해 난민 수색·구조 활동을 가능한 한 지속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수색구조선 오션바이킹(Ocean Viking)호와 시워치4(Sea-Watch 4)호로 리비아를 탈출해 지중해를 횡단하는 사람들을 구조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비정부기구의 수색·구조 활동은 계속해서 이탈리아 당국의 방해를 받았는데, 당국이 비정부기구 구조선을 사소한 행정적 문제로 억류하면서 지중해에서 진행되던 대부분의 수색·구조 활동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시워치4호도 9월부터 약 6개월간 억류되었습니다.

유럽 당국은 이주민과 난민에 대해 계속해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 결과 파리에 있는 난민 캠프가 정기적으로 철거되었고, 발칸 반도에서는 난민 추방과 학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습니다. 2020년 9월 그리스 모리아(Moria) 난민 캠프에서는 극심한 구금 조치와 끔찍한 생활 환경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며 캠프가 전소됐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각 지역에서 의료 및 심리적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분쟁지역 의료지원

2020년 국경없는의사회 시설과 직원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여러 차례 발생하며 예멘 타이즈(Taiz)와 나이지리아 보르노(Borno), 콩고민주공화국 피지(Fizi), 카메룬 북서부 지역에서 활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했습니다. 5월 12일 아프가니스탄 카불(Kabul)의 다쉬트-에-바르치(Dasht-e-Barchi) 병원의 산과 병동이 공격을 받아 산모 16명과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가 사망하여 시설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지역에 필수적인 산과 및 신생아 진료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북키부(North Kivu) 및 남키부(South Kivu), 북동부 이투리(Ituri) 지역의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실향민 지원을 지속했는데, 지난 한 해 이 지역에서도 폭력이 급증했습니다. 

모잠비크 카부델가두(Cabo Delgado)에서는 분쟁이 지속되며 수천 명이 피난했지만,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6월,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역사회 간 충돌이 급증한 남수단 그레이터 피보르(Greater Pibor)에 이동진료팀을 파견하여 숲속으로 피신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긴급 외상치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 등 사헬 지대에서도 불안정과 폭력이 지속되며 대규모의 실향민이 발생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최선을 다해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10월에는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kh)에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분쟁 기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필요를 조사하고 긴급 지원을 제공했으며, 12월에는 정기 활동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11월 초 에티오피아 총리가 티그라이(Tigray) 북부 지역의 티그라이 인민해방전선(Tigray People’s Liberation Front)에 대한 군사 작전을 명령하면서 이 지역에서는 여려 차례의 무력 충돌로 인해 주민 수십만 명이 티그라이 전역과 인접국인 수단으로 피난하여 임시 거처에서 생활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국경 양측에서 실향민과 수용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식량, 식수·위생 및 의료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자연재해 및 질병 대응

최근 몇 년간 국경없는의사회는 기후 변화가 야기한 긴급 상황에 대응했습니다. 니제르 니아메(Niamey)에서는 집중호우로 홍수가 발생하며 말라리아 환자가 증가했으며, 농작물이 파괴되어 영양실조 환자 또한 증가해 이에 대응했습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사헬 지대 전역에 걸쳐 목축업자와 농부가 사용하는 토지에 대해 불공정한 배분이 발생하며 자원을 둘러싼 경쟁과 분쟁을 야기했고, 이는 폭력과 불안정한 치안으로 이어졌습니다. 기후변화가 원인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다른 자연재해와 질병유행에도 대응했습니다. 엘살바도르에서는 열대성 폭풍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지원했고, 소말리아, 수단, 남수단의 홍수 피해 지역과 온두라스의 허리케인 피해 지역에도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부룬디, 기니 등 여러 국가에서 말라리아 치료 및 예방 캠페인을 진행했고 케냐와 에티오피아, 모잠비크, 예멘에서 콜레라 및 급성 설사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2년 반 동안 연속 발생한 에볼라 유행은 2020년 11월 종식되었지만, 그간 누적 에볼라 사망자는 2,300여 명에 달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고, 세 차례의 유행을 통제하는 데 지역 당국을 지원했습니다.

2019년에 발생한 대규모 홍역 유행이 2020년까지 이어지며 특히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말리와 남수단에서도 수천 명의 아동이 홍역으로 사망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가능한 곳에서 치료를 제공하고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예방접종 캠페인은 다른 정기 예방접종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21년에도 인종, 지역,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남수단 피보르(Pibor)에서 발생한 홍수로 집을 잃은 한 여성이 보수에 사용할 나뭇가지를 나르고 있다. ©Tetiana Gaviuk/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