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어린이를 노리는 만성적 보건 위기, 화상

가자지구의 진료소에 방문하는 화상 환자 대부분은 집안에서 사고로 화상을 입은 아동이다.

가자지구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는 매년 약 5,000명의 새로운 화상 환자가 방문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집안에서 사고로 화상을 입은 아동이다. 안전하지 않은 주거 환경이 이러한 사고의 주범이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 인구의 약 70퍼센트가 난민이다. 이들 중 대부분 난민 캠프에 거주하고 절반 이상은 절대적 빈곤 상태다. 그결과 수많은 사람이 전기, 난방, 깨끗한 식수 접근이 차단된 채 과밀하고 불안전한 곳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안전한 주거 환경을 구축하고 집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인지시키면 대부분의 화상 사고는 막을 수 있습니다.” _세브린 브뤼네(Séverine Brunet) / 국경없는의사회 화상치료 활동 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4세 나빌(Nabeel)이 가족과 함께 서 있다. 아이는 집에서 발생한 사고로 등에 화상을 입었다.©Tetiana Gaviuk/MSF

 

생후 20개월 된 오마르(Omar)는 일주일에 세 번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 내원하여 마취를 하고 드레싱을 교체해야 한다. ©Tetiana Gaviuk/MSF

 

주거 환경에서 야기된 어린이 화상 위험

국경없는의사회가 2021년 치료한 신규 화상 환자는 5,540명으로 2019년 3,675명과 2020년 4,591명에 비해 증가했다. 평균적으로 화상 환자 중 15세 미만 아동이 60% 이상이었고 그중 5세 미만 아동이 35%였다.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인한 가정 내 사고로 화상을 입은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화상 환자의 회복에 있어 사고 발생 48시간 이내 적절한 처치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화상 응급처치란 생소한 개념이다. 치약, 커피가루, 토마토 소스를 환부에 바르는 민간요법도 있지만 일부는 표백제나 소금을 바르기도 한다.

“화상을 입었을 때는 가장 먼저 흐르는 시원한 물에 환부를 대고있어야 합니다. 부상이 심각한 경우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_세브린 브뤼네

병원까지 가는 것도 험난하다. 4세 남아 나빌(Nabeel)은 할머니가 빵을 굽던 뜨거운 오븐에 데어 등 아래 부분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택시를 탈 형편이 안됐던 나빌의 가족은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꼬박 한 시간을 들여 병원에 도착했다.

중증 화상 환자는 빠른 회복을 위해 드레싱을 자주 교체해야 하고, 물리치료와 후속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곳 환자들은 교통비를 감당할 수 없어 내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진료소를 오가는 교통편을 제공한다.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지만 이곳에서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또한 위생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어 화상 부위가 감염되고 항생제 내성이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환자 대부분은 영양이 불균형하고 동반질환을 앓고 있어 회복이 더딥니다.” _세브린 브뤼네

화상 상처는 환자의 마음과 몸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화상으로 인한 기형이나 장애를 예방하려면 장기 입원과 수개월간 이어지는 후속 치료가 필요한데,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봉쇄 조치로 의료 시스템이 마비된 팔레스타인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화상 환자를 위한 양질의 치료를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 내 진료소 네 곳에서 화상 환자와 가족을 위해 상처 및 통증 관리, 물리치료 및 심리사회적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가자지구의 주요 이송 병원인 쉬파 병원의 화상 병동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곳에선 매년 평균 270명의 환자를 치료한다. 하지만, 열악하고 과밀한 생활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화상의 위험은 계속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쉬파(Al -Shifa) 화상 병동에서 수술팀이 어린 환자의 드레싱을 교체하고 있다. ©Tetiana Gaviuk/MSF
 


“이곳은 화상 환자가 워낙 많습니다. 제가 본 환자 중 70~80퍼센트는 아기였습니다. 아기의 경우에는 화상 부위도 넓은 경우가 많아서, 기능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속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아 후천적으로 생기는 문제도 많습니다.” _김지민 활동가(마취과의), 2018

자지구에서 김지민 활동가(마취과 의)가 화상 진료소에 내원한 아이의 마취를 준비하고 있다. ©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