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the Field] 현장에서 온 편지

Letters from the field

 

 

01 이효민 활동가 | 마취과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2021년 4월 - 2021년 6월

비록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로 보내는 시간이 한국에서 의사로 지내는 시간보다는 짧지만 구호 현장에서의 업무가 제 일의 가장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됩니다. 때문에 매년 자연스럽게, 내지는 반쯤은 의무감으로 구호 현장으로 가게 됩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활동은 이번이 다섯 번째인데 올해 찾아간 밤바리Bambari는 2019년에 비해 의미 있는 발전을 찾아볼 수 있어서 뿌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정치는 안정되지 않았고 사회는 불안정하고 의료체계는 제대로 자리잡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구나’ 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효민 활동가 ⓒ국경없는의사회

 

02 황선미 활동가 | 수송행정직
나이지리아, 2021년 9월 - 2022년 2월

저는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 Abuja에 있는 본부에서 수송행정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나이지리아 각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현장 활동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죠.

활동 당시 코로나19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정말 많았습니다. 사무실에 확진자가 여러 명 발생하면서 업무가 마비된 적도 있었고, 오기로 한 활동가가 확진이 되어 갑자기 못 오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죠. 이런 경우에는 모든 이동 스케줄을 변경하고 그에 따라 전임 활동가의 활동 기간도 조정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현장에서 왜 ‘유연성’을 강조하는지 몸소 체험했다고나 할까요.

 

나이지리아에서 황선미 활동가 ⓒ국경없는의사회

 

03 신경수 활동가 | 소아과의
시에라리온 2021년 8월 - 2022년 2월

저는 시에라리온 동부에 위치한 항가 소아병원Hangha Children’s Hospital에서 근무하였습니다. 환자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는 ‘아이사타’라는 1살 여자아이입니다. 너무 늦게 병원에 와서 예후가 좋지 않았습니다. 폐렴으로 숨을 잘 쉬지 못하였고, 거의 한 달 동안을 한쪽 폐로만 호흡하였는데, 아이가 잘 버텨 주었습니다. 아이가 긴 입원 기간 동안 잘 견디고 퇴원하게 되었을 때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제가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첫 활동에서 목격했던 아프리카의 의료 불평등의 현실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저 혼자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조금이나마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계속하고자 합니다.

시에라리온에서 신경수 활동가 ⓒ국경없는의사회

 

04 최지훈 활동가 | 식수위생 관리자
시에라리온, 2021년 7월 - 2022년 1월

시에라리온 케네마Kenema의 항가Hangha 병원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식수위생 관리자로 병원에 상수도, 하수도, 배수 시스템을 설계하고 시공하며, 사무실과 현장의 전반적인 위생을 관리하고, 현지 직원들을 교육하는 일을 했습니다.

활동 당시 말라리아 환자가 아주 많았는데요. 그 결과 공중보건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식수위생 환경 개선 활동도 함께 중요해졌죠. 저는 깨끗한 식수위생을 위해 상수도를 설치하고 완속 여과지와 염소 소독을 통해 정수를 했습니다. 병원의 위생 관리를 위해 매일 청소와 소독, 세탁하며 감염 예방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시에라리온에서 최지훈 활동가 ⓒ국경없는의사회

 

05 정의 활동가 | 산부인과의
파키스탄, 2021년 7월 - 2021년 11월

저는 파키스탄 북부 페샤와르라는 도시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여성병원에서 활동했습니다. 파키스탄은 높은 산모 사망률을 보이는 나라입니다. 의료 면허가 없는 조산사 등 민간으로 분만소를 운영하며 약품을 용법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케이스가 많았습니다. 제왕절개를 5번 했던 환자가 생각이 나네요. 보통 제왕절개는 3회 이상은 잘 하지 않고, 수술력이 있으면 다음 임신을 할 때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요. 이 환자는 아들을 갖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또 임신한 경우였어요. 결국 분만 후에는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만 했는데, 네 번이나 제왕절개를 했는데도 다시 임신한 것이 사회적인 영향 때문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어려운 수술이었는데 다행히 산모와 아기가 건강했고, 산모는 무사히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돌아갔습니다.

 

파키스탄에서 정의 활동가 ⓒ국경없는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