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부터 접종까지의 험난한 가시밭길 위에서
아만다 하비-드하이(Amanda Harvey-Dehaye) 국경없는의사회 코로나19 기술 TF 팀장,
마리아 구에바라(Maria Guevara) 국경없는의사회 국제본부 국제의료지원 총책임자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가 레바논 현지 의료진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Tariq Keblaoui
2021년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 2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감염자가 계속해서 급증했고 국경없는의사회가 의료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모든 국가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국가별 코로나19 대응은 규모나 방법 면에서 상이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상황은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규 활동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다른 곳의 긴급 위기에도 대응하는 동시에, 코로나19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 강화, 의료진 교육, 지역사회 인식 제고 활동, 정신건강 지원, 위중증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입원 치료 제공 등에도 방점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진단기기, 백신, 의약품 등의 기술 없이 코로나19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웠습니다. 최고의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도 사망률이 급증했는데 심지어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대부분 지역에서는 숙련된 의료진이나 의료용 산소 및 호흡기 등 아주 기본적인 도구조차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예멘 아덴(Aden) 지역 병원의 집중치료실에 입원한 환자 84%가 사망했을 때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라는 큰 파도를 막으려면 백신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전례 없는 속도로 개발되어 2021년 초 상용화되었는데, 이에 따라 대규모 접종이 가능했던 고소득국에서 금세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감소했다는 데이터가 쌓이면서 백신 안전성 및 효과성이 입증되었고, 이는 곧 접종률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고소득국의 백신 물량 독점으로 인해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국가의 영양실조 환자나 기저질환자는 백신 수혜에서 소외되었습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액세스 캠페인)은 공평한 백신 분배의 필요성과 백신 접근성 확대 체계의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미국 워싱턴 DC에서 백신의 공평한 분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Christopher Lee
2021년 중반이 되자 ‘2022년 중반까지 전 세계 인구 70%에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는 세계보건기구의 목표치를 이론적으로는 달성할 수 있을 만큼 백신 접근성이 비교적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중저소득국의 백신 수요는 현저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백신 개발에서 실제 접종까지 이어지는 데 필요한 도로, 교통수단, 백신 운반 및 보관에 필요한 냉장시스템, 접종 인력 등이 부족한 탓이었습니다. 또한 신규 개발 백신에 대한 깊은 불신과 대부분 중저소득국에서 코로나19보다 시급한 보건 문제인 HIV, 결핵, 말라리아 등 질병의 창궐도 접종 부진에 기여했습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할 수단이 전무하거나 다른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현실에 맞닥뜨린 각국 보건부가 전 세계적 백신 접종 목표치 달성이라는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저자원 국가에서의 대규모 전염병 통제가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직접 경험했습니다. 결국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면 현지 역학조사, 실행 가능성, 백신 수용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응 등을 염두에 둔 채 처음부터 맞춤형 접근 방식을 취해야했습니다.
한편 가용 자원이 코로나19 대응에 투입되어 한정적인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악화한 여타 보건 위기에도 대응해야 했습니다. 코로나19 대응보다 급선무인 위기가 많이 발생하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활동 지역에서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를 강화하는 등 상황에 보다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카메룬, 콩고민주공화국, 에스와티니, 케냐 등지에서 전개한 프로젝트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전개한 말라리아 치료 프로그램 등 다른 지역에서의 의료활동에도 백신 접종 및 진단검사 절차를 추가했습니다.
의료적·인도적 지원 활동은 필요에 따라 적절히 조정했습니다. 예컨대 이라크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정점에 달했을 때는 위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확진자 증가폭이 완화되는 시기에는 예방접종, 지역사회 인식 제고 캠페인, 의료진 교육 등에 집중했습니다. 또한 레바논, 브라질, 말라위, 페루, 우간다 정부가 전개하는 예방접종 사업을 지원하며 고위험 인구나 취약 인구에 초점을 맞춰 활동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휴머니타리안 버퍼(Humanitarian Buffer, HB) 출범에도 기여했습니다. HB는 이주민, 미등록 이주민, 정부 통제 밖의 분쟁 지역이나 외곽 지역에서 생활하는 인구 등 코로나19 백신 공급에서 소외될 위험에 처한 인구를 위해 출범했는데, 독립적인 인도적 지원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법적 문제와 관료주의에 가로막혀 비정부기구가 실질적으로 HB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직원이 코로나19 검사 및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백신 접종 외에도, 코트디부아르, 카메룬, 케냐 등 국가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현지특수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더욱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사망률 및 혈청학적 유병률(Seroprevalence)*을 조사했습니다.
* 혈청학적 유병률 조사 : 지역사회군이나 인구군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진행하여 감염병에 대한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
국경없는의사회의 2021 코로나19 대응은 전반적으로 반추해볼 만한 점이 많았습니다. 의료자원의 기존 용처를 코로나19 대응으로 전환하여 사용함으로써 의료시설이 입는 타격을 어떻게 경감할 수 있는가? 50년 동안의 활동으로 지역 및 국가별 맞춤형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률 목표치를 달성한다는 전 세계적인 노력과 현지 맞춤형 방안 간 차이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가? 국경없는의사회에게도 백신 자체가 비교적 새롭고, 정부주도 백신접종 사업의 주요 참여 기관이 아닌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더욱 적극적이고 시의적절하게 지역사회와 심지어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의 백신 접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가? 백신 접종 캠페인을 어떻게 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가?
이러한 점을 곱씹어 보는 과정에서 ‘그 다음 과정’이라고 평가되는 팬데믹 대응 역량에 관한 논의가 점화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우선과제는 당면한 상황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벌써 햇수로 3년째 코로나19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중증 감염에 취약한 이들은 여전히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차단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