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E형 간염 확산에 따라 첫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 전개

E형 간염 확산에 따라 첫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 전개

최근 남수단 유니티(Unity)주 벤티우(Bentiu) 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E형 간염이 확산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 최초로 대대적인 E형 간염 예방접종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번 캠페인으로 임신부에게 특히 치명적인 E형 간염과의 싸움에 승산이 있으리라 전망된다.

“E형 간염과의 싸움은 길고도 힘들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20년 동안 난민캠프에서 E형 간염 확산에 대응하며 이 질병이 극도로 취약한 지역사회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했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감염 통제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번 예방접종 캠페인으로 추후 E형 간염의 치명 적 여파를 완화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_모니카 룰Monica Rull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국장

E형 간염 환자 니에말(Nyemal). 니 에말은 국경없는의사회의 치료를 받고 현재 상태가 호전되었다. ©Peter Caton/MSF

벤티우 국내실향민 캠프에서의 E형 간염 유행

벤티우 캠프는 2014년 남수단 내전이 고조됐을 무렵 생긴 국내실향민 캠프이다. 현재 약 112,000명의 국내실향민이 이곳에 거주하 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캠프가 설치된 직후부터 이곳에서 활동했는데 2015년부터 E형 간염 유행이 여러 차례 발생하여 환자를 치료했다. 유행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로는 열악한 식수위생 및 생활 환경 등이 있다. 특히 2021년 벤티우에서 발생한 전례 없는 규모의 홍수로 수재민이 대거 유입되어 이미 취약했던 생활 환경이 더욱 악화해 E형 간염 등 각종 수인성 질병이 빠르게 확산했다.

이에 남수단 보건부는 E형 간염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에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을 지원해 달라 요청했다. 3~4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수단 보건부와 공조하여 벤티우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1, 2차 E형 간염 예방접종 캠페인을 개시했다. 이 캠페인 으로 임신부 등 약 25,000명이 E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았다. 마지막 3차 예방접종은 10월 내로 완료할 계획이다.

벤티우 국내실향민 캠프의 공용 화장실. ©Peter Caton/MSF


전 세계 유일한 E형 간염 백신, 헤콜린

현재 유일한 E형 간염 백신은 중국에서 개발된 헤콜린(Hecolin)인데, 임상 단계에서 뛰어난 예방 효과를 보였다. 특히 11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 3상 시험에서 16~65세의 건강한 성인에게 접종했을 때 매우 높은 효능을 보였다. 세계보건기구는 2015년부터 E형 간염 유행 대응에 헤콜린 을 사용하길 권장해 왔는데, 질병 부담이 큰 E형 간염 창궐 대응에는 사용 되지 않고 개별적인 수준에서만 사용되고 있었다. 벤티우에서의 예방접종 캠페인은 처음으로 헤콜린이 공중보건위기에 대대적으로 사용된 사례이다.

이번 캠페인의 고무적 결과로 향후 E형 간염 유행 시 헤콜린을 사용하여 유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예방접종 외에 식수위생 환경 개선, 환자 관리, 보건증진 활동 등 다른 유행 통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이지만, 보건당국은 이번 캠페인이 추후 E형 간염 확산을 억제하는 데 있어 대약진을 이뤘다 평가하고 있다.

벤티우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E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국경 없는의사회 예방접종팀. ©Peter Caton/MSF

E형 간염이란?

매년 전 세계에서 약 2,000만 명이 E형 간염에 감염 되고, 그중 44,000명이 사망한다. E형 간염은 E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E virus)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데, 주요 증상은 눈과 피부에 나타나는 황달, 피로감, 검은색 소변 등이다. E형 간염은 악화 시 급성 간부전이나 심지어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위험한 질병이다. E형 간염은 분변 오염(faecal contamination)된 식량이나 식수를 통해 전염되며, 대개 식수위생 환경이 열악하고 인구가 과밀한 난민캠프와 같은 곳에서 확산한다. E형 간염은 임신부가 걸릴 시 사망률이 높게 는 25%에 달하며 자연유산이나 사산, 조산 등의 위험을 높이는데, 현재까지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