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북동부] 가뭄, 식량난, 물가 상승… 영양실조 악순환에 갇혀버린 아프리카의 뿔

식량 부족이 촉발한 극심한 영양실조 위기로 아프리카 북동부가 신음하고 있다.

가뭄과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이변에 물가 상승, 각종 분쟁까지 중첩되어 식량이 현저히 부족해졌고, 이에 대한 연쇄작용으로 영양실조 위기까지 발생하여 기존의 의료적·인도적 위기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가뭄은 식량 생산 체계에 영향을 미쳐 영양실조 위기가 발생하지 않던 지역에 영양실조 위기가 생기거나 기존의 위기가 악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영양실조는 특히 물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강우량이 적으면 인간의 식량원이 되는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생산할 수 없다. 반대로 강우량이 급증해도 해충이 늘어나고 질병이 창궐하여 흉작을 야기한다. 또 단백질 주공급원이기도 한 가축도 물과 풀 없이는 기를 수 없다.

아프리카 북동부 ‘아프리카의 뿔(The Horn of Africa)’이라고 불리는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3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은 이 지역에서 심각한 가뭄 피해를 입은 인구가 2,000 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식량 부 족 및 영양실조 위기가 특히 극심한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과, 국경없는의사회가 전개하고 있는 구호활동을 살펴보기로 한다.

* 지도상의 모양 때문에 ‘아프리카의 뿔(The Horn of Africa)’로 불리며 일반적으로 아프리카의 북동부 10개국을 말한다

에티오피아 아파르(Afar)의 국경없는의사회 영양실조 입원치료식 센터에 입원한 여성이 플라스틱 물통에 물을 채우고 있다. ©Njiiri Karago/MSF

소말리아

소말리아 및 소말릴란드에서는 네 번의 우기가 있었음에도 강우량이 현저히 적었으며 ‘아프리카의 뿔’ 지역을 휩쓴 메뚜기떼로 인해 심각한 가뭄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물이 부족해지고 목초지가 사라져 가축이 살기 힘든 환경이 되었으며, 작황 부진과 식료품 값 상승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심지어 치안까지 불안해 수십만 명이 식량과 깨끗한 식수, 안전한 거처, 의료서비스 등을 찾아 도심으로 몰렸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바이도아(Baidoa), 무두그(Mudug), 주바랜드(Jubbaland), 하르게이사(Hargeisa )및 라스 아노드(Las Anod) 지역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중 소말리아 북서부 바이도아 지역에는 2021년 기준 약 60만 명의 국내실향민이 열악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었는데, 2022년 초부터 약 20만 명의 국내실향민이 추가로 유입되어 기존의 의료적·인도적 위기가 악화했다.

특히 바이도아 지역에서 이동진료소를 운영하며 영양실조 대응 프 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는데, 매주 평균 500명의 아동이 영양실조로 인해 진료소를 찾는다. 이번 우기에도 비가 오지 않아 흉작기가 이어질 전망이라 배를 곯는 영양실조 아동 환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 전역에서는 수십만 명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소말리아와 국경을 접한 소말리(Somali)주 베르더(Wardher)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지역 주민은 여전히 오랜 가뭄이 야기한 식량 및 식수 부족으로 복합적인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베르더 지역은 의료서비스 접근성뿐 아니라 식수와 식량 접근성도 차단되어 있는 데 설상가상으로 사상 최악의 가뭄이 닥칠 조짐까지 보인다.

“아파르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뒤티(Dupti) 이송병원에는 길고 힘든 여정 끝에 병원에 도착한 아동이 많은데, 대부분은 지병과 영양실 조로 48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사망하고 맙니다.”_라파엘 베히트(Raphael Veicht) / 국경없는의사회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에티오피아 보건부와 협력하여 병원의 소아과 병동, 입원치료식 센터와 응급실 수용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로 시설을 추가 확보 및 설치하고, 위생 시설 및 안전하고 깨 끗한 수원水源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동시에 필요도가 가장 높은 다섯 개 지역에서 영양실조 외래 치료 프로젝트를 개시할 계획이다.

케냐 일레레트(Illeret) 지역 주민이 말라버린 강바닥을 파내며 수원을 찾고 있다. © Lucy Makori/MSF

케냐

케냐 북동부에서는 강우량이 현저히 부족해 식량 위기가 발생했다. 현지 인구를 위한 의료적·인도적 지원 규모가 확대되지 않으면 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식량 위기는 소나 염소 등 가축의 영양 상태가 악화해 더 이상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거나 죽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곧 식량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가축 사료를 구하기 위해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는 유목민도 급격히 늘었다. 현재 케냐에선 하루에 한 끼조차 먹지 못하는 가구가 대부분이다.

‘아프리카의 뿔’에 위치한 다른 국가와 같이 케냐에서도 식료품 값이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50%까지 치솟았다. 심지어는 영양실조 아동에게 제공된 치료식을 온 가족이 나눠 먹는 경우도 생겼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케냐 보건부 및 기타 유관 기관과 공조하며 현지 정부가 운영하는 영양실조 활동의 의료적 기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급성 영양실조 아동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 진단 및 증상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일레레트(Illeret) 지역 의료시설의 입원 환자 병동을 10병상 규모의 영양실조 입원치료식 센터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