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국경없는의사회 유한나 활동가의 이야기

주민 모두가 검사받는 것이 우리 목표입니다

파키스탄 카라치(Karachi)의 해안 마을 마차콜로니(Machar Colony)에서 건강보건 증진 매니저로 활동한 유한나 활동가를 만났다. 2021년 4월부터 1년 가까 이 파키스탄의 C형 간염 환자를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한나 활동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파키스탄 카라치의 해안 마을 마차콜로니의 주민과 함께. ©MSF

‘조용한 살인자’, C형 간염

마차콜로니는 파키스탄 수도 카라치의 서쪽 바닷가를 면하여 있는데, 몇십 년 전부터 파키스탄 다른 지역이나 인접 국가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하나둘 정착하며 형성된 곳입니다. 지역 주민 반 정도는 신분증이 없고, 카라치의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3년 전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이곳 에서 긴급대응 활동을 시작해 예방접종, 분만 등의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 공해 왔고, 현재는 C형 간염 전용 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C형 간염 유병률이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 니다. C형 간염은 대부분 무증상이고, 증상이 나타날 때는 대부분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되어 손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리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치료 가능성이 95% 정도로 매우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다는 점입니다. 늦지 않게 검사를 하고 치료할 경우 높은 확률로 완치될 수 있죠.

제 역할은 더 많은 지역 주민이 늦지 않게 검사를 받고 필요한 경우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보 건증진 매니저로서 프로젝트 목표에 맞춰 지역 기반 전략 을 수립하고 이행했죠. 현장 파견팀의 인원과 역할 구성, 환자 및 지역사회에 대한 접근 방식, 대중 메시지 구성 등 업무를 맡았습니다.

마스크, 비누, 예방 전단지 등의 물품을 현지 주민에게 배포하고 있다. ©MSF

모든 사람이 검사받을 수 있도록

제가 속한 커뮤니티팀이 매일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검사를 권유하고, 현장에서 1차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우 리의 목표는 향후 2년 동안 마차콜로니에 거주하는 모든 15세 이상 주민을 검사하고 치료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가족 중에는 어머니와 아들이 동시에 치료받았는데, 어머니는 사망하고 아들만 완치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C형 간염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을 세 달만 복용하면 95% 완치 가 가능한데도 이 치료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정기적 검 사가 있었다면 조기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웠죠. 하지만 국 경없는의사회가 지난 3년간 꾸준히 보건증진 활동을 이어온 결과 지금은 주민들의 C형 간염에 대한 인식이 제고됐습니다.

이 지역은 보수적인 문화로 처음에는 접촉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 래서 문화적 특성과 다양한 언어에 대한 사전 조사와 지역 주민의 피드백을 수집해 철저히 검사를 준비했습니다. 검사를 거부하거나 질환이 있다고 해서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것을 무엇보다 우 선시했습니다. 주민과의 교류에 있어서 종교 지도자들의 역할도 매우 주요했습니다. 종교 기관을 통해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고 특 히 주민들이 활동을 꺼리는 라마단 기간에도 종교 기관의 협조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마차콜로니 사무실에서 현지 직원과 함께. ©MSF

열악하고 소외된 곳으로 향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저는 스스로를 ‘직업인’ 인도주의 활동가라고 소개합니다. 하루의 1 / 3을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지요. 어떤 날은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은 바로 그 1 / 3의 시간을 의미 있고 재미도 있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차콜로니 지역 주민은 열악한 환경과 신분 보장이 명확하지 않 은 상태에서 오는 소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곳에 온 유일한 국제 비영리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호의적으로 대하죠.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 각지의 프로 젝트를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 을 갖추고 있고, 종교나 성별, 어떤 조건에도 상관없이 모든 사람 에게 지원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면, 파키스탄 카라치의 보건부는 예방접종 초기에 신분증 없는 사람에게는 접종을 하지 않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의 꾸준한 설득으로 이제는 신분증 유무와 상관없 이 모든 사람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지역 주민 역시 국경없는의사회에 상당히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 어서, 인프라 개선과 더 많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항상 요청하곤 합 니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이 모여 우리가 현장 에서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날 이 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