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알 홀 난민캠프의 불투명한 미래

작년 한 해 시리아 알 홀 캠프에서는 총 79명의 아동이 사망했다. 2021년, 알 홀 캠프의 사망자 중 35%가 16세 미만 아동이었다.

시리아에는 11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인해 약 1,460만 명의 인구가 인도적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690만 명의 국내실향민이 발생하며 전 세계에서 국내실향민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는데, 이들은 주로 여성과 아동이다. 시리아의 국내실향민은 여러 차례 실향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내 활동이 가능한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치안 불안과 수많은 제약으로 인해 제공 가능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원래 알 홀 캠프는 시리아 및 이라크에서의 분쟁으로 피난한 민간인에게 안전한 임시 거처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설치되었다. 2019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마지막 본거지였던 바구즈(Baghuz)에서의 전투 이후 IS 통제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게 된 뒤 알 홀 캠프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창살 없는 감옥’으로 변모했다. 현재 알 홀 난민 캠프에는 약 53,000명의 난민이 생활하고 있는데 이 중 약 64%가 아동이며, 50%는 12세 미만 아동이다 

알 홀 캠프 전경.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금되어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와 폭력에 노출된다. ©Florent Vergnes 

 

아동에게 특히 위험한 환경  

2021년 2월, 7세 아동이 2도 화상을 입은 채 알 홀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 실려 왔다. 차량으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서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캠프 관리당국이 이송 허가를 내주기까지 이틀이나 소요되었다. 결국 아이는 이틀 후 보호자 없이 무장 경비의 감시를 당한 채 이송되었는데, 치료가 지연되어 이송 도중 사망했다.

2021년 5월에는 5세 남아가 트럭에 치여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로 실려 왔다. 의료진은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송을 권했지만, 이번에도 허가를 받기까지 몇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아동 또한 상급 병원으로 이송하던 도중 보호자 없이 홀로 사망했다.

작년 한 해 시리아 알 홀 캠프에서는 총 79명의 아동이 사망했다. 2021년, 알 홀 캠프의 사망자 중 35%가 16세 미만 아동이었다. 특히 캠프의 남아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어머니나 보호자로부터 강제로 떨어뜨려 ‘부속 캠프’로 가게 된다. 아이들이 정확히 어디로 끌려가는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다.

"의료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해 치료가 지연되어 사망하는 아이들부터, 어머니와 강제 분리되어 다시는 어머니를 볼 수 없는 평균 11세의 남자아이들까지 알 홀 캠프 내에선 비극적인 일이 많이 일어나요. 알 홀 캠프의 아동과 보호자들에게는 치료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힘든 일이에요. 차량으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상급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은 무장 경비의 감시를 당한 채, 보호자 없이 이송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보호자는 캠프 밖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_마르틴 플로크스트라(Martine Flokstra) / 국경없는의사회 시리아 활동 책임자

알 홀 캠프는 대형 감옥과도 같다. 이곳에 수용된 난민은 주로 아동인데, 대부분 이곳에서 태어나 아이답게 살 기회를 박탈당한 채 만연한 폭력과 착취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나 의료서비스를 받을 기회조차 없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필요 

현재 알 홀 캠프의 인구는 약 53,000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11,000명이 외국인이며, 이들은 ‘부속 캠프’라고 불리는 별도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2020년 10월부터 1,300여 가구가 알 홀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대기자가 수없이 많으며 캠프를 벗어나기 위한 허가를 밟는 절차가 굉장히 길고 까다롭다.

알 홀 캠프 및 시리아 북동부 전역의 캠프에 구금된 이들 중에는 IS에 대항하는 글로벌 연합국 등 제3국 출신 난민이 많다. 영국, 호주, 중국, 스페인, 프랑스, 스위스, 튀르키예, 스웨덴, 말레이시아 등 60개국 가까운 국가의 국민이 알 홀 캠프와 시리아 내 다른 캠프에 구금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국민에 대한 이들 국가의 미진한 지원으로 외면받고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구금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하지만, 이 국가들은 자국민의 본국 송환을 지연하거나 단적으로 거부하고 있으며, 시민권을 박탈하여 구금된 이들을 무국적 상태에 놓이게 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5만 명 이상의 난민이 알 홀 캠프에 구금되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한 지 3년 넘게 지났음에도 캠프를 폐쇄하려는 노력에는 진전이 보이지 않습니다. 임의적인 무기한 구금의 사슬을 끊어 내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난민들이 이곳에 더욱 오래 구금될수록 더 많은 아이들이 착취와 폭력에 노출되어 아이다운 삶을 살 수 없을 것입니다.”_마르틴 플로크스트라 / 국경없는의사회 시리아 활동 책임자

시리아 북동부 알 홀 캠프 거주민의 모습. © Ricardo Garcia Vilano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