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병] E형 간염

치명적인 수인성 질병

E형 간염

Hepatitis E

E형 간염(Hepatitis E)은 치명적인 수인성 질병으로 E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Evirus)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데, 주요 증상은 눈과 피부에 나타나는 황달, 피로감, 검은색 소변 등이다. E형 간염은 악화 시 급성 간부전이나 심지어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위험한 질병이다.

남수단 종글레이주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한 여성에게 E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2023년 12월. ©Gale Julius Dada/MSF

남수단 내 치명적인 E형 간염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현지 보건부와의 협력하에 예방접종 캠페인을 전개해 E형 간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큰 여성 및 생식 가능 연령의 여성들이 해당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23년 4월 이후, 남수단 종글레이(Jonglei) 주 소재 올드 판각(Old Fangak) 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E형 간염 환자 501명이 치료를 받았으며, 그중 21명(대부분 여성)이 사망했다. 최근 E형 간염 유행의 급성 단계에 남수단의 외딴 지역에서 처음으로 전개된 이번 예방접종 캠페인은 추가적인 인명 손실을 막기 위함이다. 

2012년에 개발된 E형 간염 백신은 WHO의 허가를 받아 2015년부터 응급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태껏 해당 백신은 단 한 번밖에 사용되지 못했다. 이는 2022년 국경없는의사회가 마찬가지로 남수단에 있는 벤티우(Bentiu) 소재 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세계 최초로 해당 백신을 사용해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을 전개했을 때이다. E형 간염 유행이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던 당시, 25,000명 이상이 향후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받았다.

최근 판각 카운티(Fangak County) 에서 전개되었던 예방접종 캠페인은 벤티우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지만, 벤티우와는 사뭇 다른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다. 판각 카운티는 남수단 북부 극히 외딴 지역에 위치한 수드 Sudd 습지대에 있어 예방접종을 전개하러 병원에 접근하려면 보트로 나일강을 건너거나 항공기를 타고 가야 한다. 하지만 올드 판각에 있는 활주로가 지난 4년간 범람된 상태이기 때문에 먼저 항공기로 근처 마을에 백신을 가져다 놓고 강을 따라 35km를 더 이동해서 병원으로 운반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백신의 콜드체인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다른 난제는 백신의 제한적인 물량과 높은 가격이다. E형 간염백신은 중국의 한 제조업체에만 생산 허가가 난 상태이고 대량생산이 되지 않는다. 또한 해당 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부피가 크기 때문에 특히 올드 판각처럼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운송 및 보관이 어렵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되어 더 많은 사람들, 특히 E형 간염에 가장 취약한 가임기 여성들이 보호될 것을 촉구한다. 

예방접종 캠페인 이외에도 국경없는의사회는 감염 사례 관리 및 병원 이송 활동을 비롯해 지역사회 인식 제고 캠페인과 역학조사 또한 진행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수단 국내외 보건 및 인도주의 구호 단체들이 인식 제고, 화장실 및 폐기물 처리 시스템과 같은 적절한 하수 및 위생 시설 도입, 안전한 식수 제공 보장을 위한 시추 작업 등을 통해 올드 판각 내 식수위생 환경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질병 확산을 막고 향후 발병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인 조치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예방접종 팀이 보트를 타고 외딴 마을로 향하고 있다. 2023년 12월. ©Gale Julius Dada/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