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피난 중 다제내성 결핵을 극복한 미얀마 환자 이야기

결핵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지난 30년간 끊임없이 싸워온 질병으로, 특히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상태인 ‘다제내성 결핵(MDR-TB)’이 발생하면 치료가 훨씬 어렵고 기간도 길어진다. 다제내성 결핵은 결핵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경에서는 그 위험이 더 크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이 계속되는 지역, 슬럼가, 교도소, 난민 캠프, 농촌 지역을 비롯해 다양한 환경에 놓인 결핵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지난 한 해에만 결핵 환자 총 19,400명을 치료했다.


미얀마 샨(Shan) 주의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다제내성 결핵을 앓고 있던 환자 두 명을 치료했다. 이들은 부부인데, 피난 중 다제내성 결핵에 걸렸고 2년 가까이 치료를 위해 아이들과 집을 떠나야 했다. 부부의 이야기는 미얀마의 분쟁 영향권 내 환자들이 직면하는 난관뿐 아니라, 벽지의 환자들이 특화된 치료가 부족해 겪는 어려움 또한 보여준다.

샨(Shan) 주 라시오(Lashio)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간판. 국경없는의사회는 2001년 샨 주에 첫 진료소를 열었고, 현재 1차 진료뿐 아니라 C형 간염, 결핵(약제내성 결핵 포함), HIV 치료를 제공한다. ©Scott Hamilton/MSF
샨 주는 미얀마군과 비정부 소수민족집단 간의 분쟁뿐 아니라, 무장 소수민족집단 간 장기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올해 8월부터 재개된 분쟁으로 민간인 사상자와 약 8천 명의 실향민이 발생했다. 특화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피난을 떠나며 치료를 못 받게 되고, 이는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아익 종(Aik Jong)과 아예 테(Aye Htwe) 또한 2013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로부터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2017년 거주지에서 내몰린 후 한 사원에 갇혀 있는 동안 약을 복용하지 못했다.

“자원과 진단 기구가 부족해 아직도 많은 환자가 가까운 곳에서 치료를 받지 못합니다. 외진 곳에 사는 환자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집, 일터, 가족을 떠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첼 산그마(Mitchell Sangma) ㅣ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사원에서 풀려난 후 다른 피난처를 찾던 중 테는 체중이 급격히 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라시오(Lashio)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로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다제내성 결핵 양성 진단을 받았다. 고향에는 다제내성 결핵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 부부는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다제내성 결핵은 치료 과정이 고통스러워 많은 환자들이 치료 과정 도중 포기하기도 하고, 완치된 환자가 매우 드물다. 치료는 약 2년간 지속되며 어지럼증, 구토, 메스꺼움, 청각 손상, 신장 기능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제내성 결핵 환자를 격리한다. 치료받는 동안 가족이나 지인의 방문은 극히 제한되기 때문에, 부부가 라시오의 국경없는의사회 다제내성 결핵 환자 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세 자녀는 친척들에게 맡겨졌다.

“처음에는 치료 과정이 정말 힘들었지만 의료진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_아내 아예 테

“다제내성 결핵이 완치되어 다행이에요. 정말 큰 짐을 던 것 같아요. 고향을 떠나기 전 우리는 평범한 농부였습니다. 이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_남편 아익 종

최근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치료를 받고 다제내성 결핵이 완치된 미얀마의 아익 종과 아예 테 부부. ©Scott Hamilton/MSF

아익 종과 아예 테는 다제내성 결핵을 극복했지만, 가족과 재결합하고 농부로 일하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부부가 겪어야 했던 큰 사회적, 정서적 변화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면 비교적 경감되었을 것이다. 미얀마 보건체육부는 다제내성 결핵 치료를 지역 단위까지 분산시켜 기초보건과 함께 제공하고자 하나, 아직까지 실천되지 않고 있다.

아익 종과 아예 테가 결핵 완치 환자를 위한 축하 행사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의 ‘졸업’을 기념하는 기념품을 받고 있다. ©Scott Hamilton/MSF

국경없는의사회는 미얀마에서 현재까지 다제내성 결핵 환자 229명을 치료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부부와 같은 결핵 환자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고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