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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반도 "달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2015.11.30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출신의 16세 소년 사예드(Sayed) 는 삼촌들, 그리고 사촌 1명과 함께 이란을 거쳐 이동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11월 19일, 마케도니아-세르비아 국경에 도달했을 때, 사예드의 여정은 갑자기 끝나 버렸습니다. 이날을 기점으로 발칸 반도 국가들이 특정 국가 출신에 한해 통행을 허용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우리도 기차를 타고 와서 국경까지 걸었습니다. 밤이었죠. 국경지대에 갔더니 경찰들이 있었는데, 우리더러 서류를 보여 달라면서 어디서 왔냐고 묻더라고요. 다른 식구들이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먼저 건너갔어요. 제 차례가 되어 마케도니아에서 받은 서류를 보여 줬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가 이란 사람이라고 적혀 있는 거예요. 어머니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온 후로 이란에 있었던 터라 그렇게 됐던가 봐요. 숙모가 나서서 한 식구라고 말해 줬지만, 경찰들은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결국 저는 통행을 거절 당했죠.
 
저는 3~4년 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이란에서 살았어요.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인근 마을 출신인데, 거기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었거든요. 무장한 남자들이 삼촌을 교전에 합류시키려고 강제로 끌고 갔고, 사촌 1명은 목숨을 잃었어요. 이란에 있을 적에는 아버지께서 사라지셨어요. 지금은 어디 계신지 모르고 있어요. 여조카 한 명은 집에서 기도를 드리다가 총에 맞아 살해 당했어요. 이게 바로 제가 떠나온 이유예요. 가난 문제도 있었죠. 거기에는 일자리가 없거든요. 그리고 지금 13일째 계속 이동 중이에요.
 
국경에서 통행을 거부 당한 후로 저만 거기 남아 있어야 했어요. 한밤 중이라 정말 깜깜했죠. 정말 절박했지만, 국경지대에 남아 있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내일이면 국경이 다시 열릴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그냥 밖에서 잠을 잤는데 정말 추웠어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국경은 여전히 닫혀 있었어요. 그래서 마케도니아 쪽에 있는 캠프로 돌아갔어요. 거기서 어떤 분을 만났는데, 아마 꽤 오랫동안 국경이 닫혀 있을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한번 저 혼자 국경을 넘어가 보기로 결심했어요. 철도 옆쪽으로 해서 들판을 거쳐, 국경 경찰들을 지나 냅다 달려갈 생각이었죠. 위험하다는 건 알았지만, 모험을 해 볼 수밖에 없었어요. 달리 방법이 없었거든요. ‘성공하거나 죽거나’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도 저는 가까스로 국경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 마을로 갈 수 있었어요. 거기서 버스가 출발하거든요. 등록 센터 에 도착하니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속이 메스꺼웠어요. 처음에는 입구에서 경찰에게 제 서류를 보여줄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결국 보여 줬죠. 그랬더니, “오, 이란 사람이군.” 하더니, 저를 쫓아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등록센터 밖에 있고, 다른 식구들은 안에 있어요. 서류에 잘못된 점을 얼른 바로잡고 저도 여정을 이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어디로 갈지는 아직 몰라요. 아마 독일로 가지 않을까 싶어요. 거기 친구들이 몇 명 있거든요. 하지만 사는 곳은 별 상관없어요. 그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언젠가 의사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우선은 제 문제가 모두 끝나야겠죠.
 
며칠을 기다린 후, 마케도니아에서 작성된 사예드의 등록 서류 상의 오류는 수정되었다. 이로써 아프가니스탄 시민이라는 것이 입증된 사예드는 세르비아에서 등록이 허용되어 식구들과 다시 합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사예드가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2] 프레세보 소재. 국경에서10km 지점에 위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