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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에서 물러나는 국경없는의사회

2016.05.19

“세계는 위기의 피해자들에게 하나같이 실망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고통을 줄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겠다고 맹세한 인도주의 계통은 단점을 시정하고, 가장 복잡한 상황 속에 나타나는 가장 시급한 필요사항에 대응하는 방법을 개선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각국은 위기와 전쟁에 휩싸인 사람들, 폭력과 절망을 피해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 한때 최소한의 희망과 인류애를 보장하던 법적인 테두리를 점점 더 뻔뻔스럽게 무시하고 있습니다.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WHS)는 이러한 필수 의제들을 대대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회였으나, 그렇게 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18개월간 회의 참석을 준비해 오는 동안 상당한 실망감을 느끼고, 이제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WHS)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 박사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에 관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주요 메시지:

  • 독립적인 인도주의 행동은 개발 중심의 접근들과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 분쟁 지역의 병원들과 의료진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
  • 각국은 난민들을 위해 안전하고 합법적인 출입을 제공해야 한다.
  • 시기적절한 양질의 긴급구호 대응을 보장하는 것은 국제 인도주의 사회의 의무이며, 이에는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영문 리포트> Emergency now: a call for action beyond summits, MSF’s reflections on the World Humanitarian Summit (링크)

지난해, 국제 인도주의 의료 단체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 혹은 지원한 병원 75곳이 폭격을 맞았다. 이는 가장 근본적인 전쟁 규칙을 침해한 것인데, 이 규칙에 따르면 의료 시설도 보호를 받아야 하고, 환자들도 민간인이든 부상을 입은 전투원이든 모두 보호를 받아야 한다. 병원들을 넘어서 현재 시리아, 예멘, 남수단, 아프가니스탄 등 곳곳에서는 무차별 전쟁으로 인해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고 부상을 당하고 있다. 한편, 최근 유럽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난민들과 이주민들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충격적일 만큼 인류애가 결여돼 있다. 각국 정상, 유엔 기관, 비정부 기구들이 모여 이러한 시급한 문제들을 놓고 논의하는 인도주의 정상회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달에 열리는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World Humanitarian Summit, WHS)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참여 의지를 밝히는 뜻에서 여러 주제에 대한 브리핑 자료를 준비하는 등, 지난 18개월 동안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WHS)에 적극 관여해 왔다.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WHS)는 보다 다양한 관계자들에게 인도주의 분야의 문을 열고 포괄적인 절차를 이끄는 등 그동안 훌륭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는 이 정상회의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WHS)가 인도주의 활동과 긴급 대응 활동, 특히 분쟁 지역 및 전염병 상황에서 나타나는 약점들을 제대로 다룰 것이라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현재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WHS)의 초점은 인도주의 지원 분야를 더 넓은 개발, 회복 의제에 포함시키려는 데 있는 듯하다. 나아가, 이 정상회의는 각국이 합의하고 서명한 인도주의, 난민 관련 법들을 수호하고 실행해야 할 의무를 강화하는 역할을 저버리고 있다.

국제인도법과 난민 권리에 대한 충격적인 침해 행위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제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WHS) 참석자들은 구체적인 사안을 넘어, 선의를 가지고  ‘정상을 지키고’, ‘필요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한 합의점에 도달해야 할 압박에 놓일 것이다. 이 정상회의는 각국이 저지르는 이러한 체계적인 침해 행위들이 간과되도록 하는 일종의 허울 좋은 가리개가 되어 버렸다.

각국 대표, 유엔 기관, 비정부 기구 등 정상회의 참석자들은 뭔가 새롭고 대대적인 ‘서약’을 발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수준의 권력이나 의무가 없는 비정부 기구 혹은 유엔 기관들을 각 나라와 같은 선상에 둔다면, 결국 정상회의는 각국의 책임을 최소화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그 서약들은 본질상 구속력이 없어, 이전에 하지 않았던 서약을 내놓을 단체도 극히 적을 것이다.

우리는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WHS)가 독립적이고 공정한 인도주의 지원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긴급구호 대응 활동 개선에 특별한 주의를 쏟으면서, 이러한 필수 접근성 및 보호에 관한 문제를 개진하기를 바랐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같은 일에는 실패한 반면, ‘다른 방식으로 지원 활동을 하고’, ‘필요사항을 충족시키겠다’는 데 관심을 쏟았다. 이러한 말들은 얼핏 듣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인도주의 지원 문제를 더 넓은 영역의 개발, 평화 수립, 정치적 의제 속에 희석시킬 위험이 있다.

시리아, 예멘, 남수단 등지에서 환자와 의료진을 겨냥해 자행되는 계속된 폭력, 고국에서 탈출하려 했지만 요르단, 터키, 마케도니아 국경에서 가로막힌 민간인들, 그리스·호주에서 안전한 피난처를 찾고자 절박하게 애쓰는 난민과 이주민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 에볼라 전염 및 규모는 작으나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앙골라 황열 전염병 등에 대응하면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격차, 인도주의 지원 접근성에 있어서 몇몇 국가들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무시한 채 설정해 둔 심각한 제한 사항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계속 재발하는 질병에 대처할 효과적인 동원력 부족 등, 갖가지 위기 상황들은 막대한 필요사항을 유발한다. 그런데 인도주의 관계자들이 이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WHS)가 과연 어떻게 도와줄지 우리는 더 이상 기대를 걸 수 없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 인도주의 체계의 대응 역량이 줄어든 결과로 나타나는 더 많은 고통과 사망에 대해 각국이 져야 할 책임은 이대로 넘어가고 말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커다란 실망감을 안고,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https://www.msf.org.uk/sites/uk/files/WHS_report_hi_res_May_2016.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