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소말리아: 가뭄 및 재원 공백으로 영양실조 위기 악화

2025.03.20

소말리아는 가뭄 장기화와 지속되는 분쟁, 경제적 불안정, 취약한 의료시스템으로 인해 악화된 심각한 영양실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 중인 바이도아(Baidoa) 및 무두그(Mudug)는 소말리아 전역을 휩쓸고 있는 이러한 영양실조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으로, 이곳에서는 수천 명의 아동이 중증 영양실조와 이로 인해 치명적인 건강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


계속되는 재원 부족으로 인해 필수 영양 프로그램이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등 인도적 구호 활동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다가오는 라니냐에 따른 가뭄 위협은 이미 취약한 인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공여 주체들과 인도주의 단체들이 광범위한 고통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바이도아의 엘베트-I 캠프 근처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분산형 아웃리치 센터에서 한 아동의 영양실조 정도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 2024년 6월. ⓒMSF

아이들을 살리려는 부친의 마지막 희망

칼리모우 모하메드 누르(Kalimow Mohamed Nur)는 자녀를 살리기 위해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쌍둥이 아들들은 굶주림으로 몸이 쇠약해지고, 끊임없는 구토와 설사로 작은 몸이 허약해졌다. 칼리모우는 원래는 한 달을 일해야 모을 수 있는 정도의 하루치 이동경비를 빌려서 바이도아를 향해 힘든 여정을 떠났다. 길은 멀고 무더위가 이어졌지만, 바이도아 소재 베이 지역 병원(Bay Regional Hospital)에서 제공하는 무상 의료가 그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무상 치료를 받으려면 미화 130달러 정도를 대출 받아 바이도아까지 300km를 이동해야 했어요. 아이들은 너무 작았고, 우리는 충분한 식량도 거의 구할 수 없었죠. 아이들이 계속 아팠어요.” _칼리모우 모하메드 누르 /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베이 지역 병원에서 중증 급성 영양실조 치료를 받은 쌍둥이의 부친

빈곤과 장거리 이동, 지역 의료 부재를 겪은 칼리모우의 이야기는 수많은 가족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가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소말리아에서는 구명 치료를 받는 것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되어버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연중 지속되는 영양실조 위기

바이도아와 무두그에서 영양실조는 계절성 문제가 아닌 일 년 내내 계속되는 만성적 위기가 되었다.

이전과는 달리 식량 부족기가 아니더라도 높은 영양실조율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는 만성적 위기로,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_자르밀라 클리에시코바(Jarmilla Kliescikova) / 국경없는의사회 소말리아 의료 코디네이터

2024년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소말리아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앓는 아동 18,066명을 치료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상당히 증가한 수치다. 무두그에서는 의료 수요가 증가하고 보건증진 활동이 확대됨에 따라 외래 영양실조 치료 프로그램에 등록한 환자 수가 250% 증가했다. 바이도아에서도 2024년 동안 등록 환자 수가 증가했는데, 이는 치료를 받으려는 가족들의 절박함이 커지는 상황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문제를 해결하기에 너무나 미약하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에 따르면, 2024년에 약 170만 명의 아동이 급성 영양실조에 시달렸으며, 이 중 43만 명은 중증 급성 영양실조 환자였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은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영양실조 전체 인구의 1%에게만 도달했으며, 이는 영양실조 위기의 막대한 규모와 더 광범위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분쟁과 기후변화는 대규모 실향을 초래했으며, 주민들은 이미 자원이 부족한 지역으로 강제 이동해야 했다. 반복되는 가뭄으로 농업이 마비되고, 농사와 가축에 의존하던 가족들은 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없게 되었다. 피난처에서는 중증 및 중등도 영양실조 유병률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고, 보건센터들은 과부하에 걸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재원 공백으로 필수적인 지원 프로그램 축소

이러한 위기에 더해 재원 부족은 인도적 대응에 파괴적인 타격을 입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에 따르면, 2022년에는 소말리아에서 필요한 인도적 재원의 56%만이 충족되었으며, 2024년에는 그 수치가 무려 40%까지 떨어졌다. 가령 바이도아에서는 2023년 이후로 여러 영양실조 프로그램이 축소되었다. 또한 바이도아와 무두그 두 지역에서는 영양실조 치료식 센터와 1차 의료와 같은 필수 서비스가 축소되거나 중단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 중단으로 심각한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영양실조 치료식이 절실히 필요한 아동들이 돌려보내지고 있습니다. 또한 소수의 지역사회만 예방접종을 받고 있고, 이로 인해 주민들은 예방 가능한 질병에 취약해지고 영양실조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위기가 아닙니다. 재앙이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_모함메드 알리 오메르(Mohammed Ali Omer) / 국경없는의사회 소말리아 프로그램 책임자

소말리아가 계속되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 라니냐에 따른 가뭄이 예측되어 더 큰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 라니냐는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기후 현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기후 패턴을 교란하며, 이로 인해 동아프리카에서는 강수량이 감소하기도 한다. 지난 가뭄으로 인해 식량 생산에 이미 차질이 발생한 상태에서 수자원이 고갈되면 더 많은 가족이 집을 강제로 떠나고 영양실조율은 더 높아지는 등 재앙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가뭄이 더 빈번해지고 강력해지면서 회복할 기회는 줄고 있으며, 급등하는 식량 가격으로 인해 가장 취약한 인구는 생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다가오는 위기, 아직 막을 기회 있어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제공되지 않으면 수천 명의 아동이 굶주림 뿐만 아니라 면역력 약화와 질병 취약성 증가, 돌이킬 수 없는 발달 손상을 겪을 것이다. 이미 끊임없는 수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체계가 복합적 증상과 질병 발발이 증가함에 따라 완전히 붕괴할 위기에 처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공여 주체들과  각국 정부가 2025년 가뭄이 시작되기 전에 지금 당장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한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지금 기회가 있을 때 영양실조 치료를 확대하고, 식량 배급을 늘리고, 의료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소말리아에서 제공되는 인도적 지원 수준이 이미 위험할 정도로 낮은 가운데, 이제 미국의 지원 축소를 포함해 추가적인 재원 삭감이 보고되면서 앞으로 상황은 악화하고 더 많은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영양실조 프로그램에 대한 재원 삭감은 최악의 시기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양실조율은 급증하고 있으며, 실향민은 증가하고, 지원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지금 지원을 축소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치명적입니다. 지금이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바이도아와 무두그 아동들에게는 모든 순간이 생존할 기회나 마찬가지입니다.” _모하메드 알리 오메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