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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리포터] Issue #3 - 기후위기가 인도적 지원에 미치는 영향

2021.08.19

현장에 나와있는 국경없는리포터입니다!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산불 등 이상 기후로 인한 재해 소식이 들려오면서 ‘기후위기’가 점점 우리 삶 속 가까이 다가온 듯이 느껴지는데요.  

8월 초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의 연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오를 경우 50년 빈도의 극한 폭염은 과거보다 8.6배, 집중호우는 1.5배, 가뭄은 2배 잦아지는 등 기상 이변이 폭발적으로 늘 거라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는 이 ‘급변점’은 2040년이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도 채 남지 않은 머지않은 미래입니다.  

이런 거대한 기후위기 앞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환경과 의료에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요? 기후변화가 인도적 지원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영상: 우리의 건강은 지구의 건강에 달려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인도주의 

최근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심각한 식량 부족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마다가스카르 남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최근 지역 내 영양실조 위기가 극심하고 일부 지역은 기근에 가까운 수준에 다다랐으며, 이에 따라 대규모 식량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3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은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고, 삼림 파괴로 인한 황사가 경작지를 뒤덮으며 선인장 열매와 같은 최후의 식량원까지 모두 파괴해버린 것입니다.  

예전에는 선인장과 도로가 있던 곳이 모래로 덮여버린 마다가스카르 남부의 지역. ©Ainga Razafy/MSF 

마다가스카르 남동부는 최근 몇 년 사이 심각한 영양 및 식량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라노베(Ranobe) 마을과 같은 외딴 지역에서 급성 영양실조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이동진료소를 운영했다. 뮤악테이프(MUAC, Mid-Upper Arm Circumference)는 아동의 팔 둘레를 측정해 영양실조 상태를 검사하는 도구이다. ©iAko M. Randrianarivelo/Mira Photo 

뿐만 아니라 니제르 니아메(Niamey) 지역에서는 집중호우가 길어지며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고, 농작물이 파괴되어 영양실조 환자가 늘며, 말라리아 또한 급증했습니다. 사헬 지대에서는 목축업자와 농부가 사용할 토지가 부족해지면서 자원을 둘러싼 경쟁과 분쟁이 일어났고, 이것은 폭력과 불안정한 치안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기후변화가 야기한 ‘인도주의적 위기’의 일부일 뿐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긴급 상황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지구 보건의 관점 

기온과 해수면이 상승하고 폭우, 폭염, 태풍, 홍수 등 이상 기후의 빈도와 강도가 늘어나면, 식량이나 식수 접근성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에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새로운 형태의 질병이 나타나고, 말라리아와 같이 기존에 있던 질병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넓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살던 곳을 떠나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살던 지역이 더 이상 거주가 불가능한 환경이 되기 때문이죠. 

이러한 변화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50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있고, 실제로 구호 현장에서 이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후변화가 야기할 인도주의적 위기를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구 보건(Planetary Health)’의 관점으로 이 문제를 보고자 합니다. 

‘지구 보건’이란 인류가 환경에 만드는 변화들이 공중보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초점을 둡니다. 환경의 변화는 자연생태계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대기와 토양, 강물을 오염시키죠. 결국 우리가 마시는 물과 공기가 오염되고, 식량 생산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것은 머지않아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죠.  

마다가스카르의 주민들이 먹는 타보아라(Taboara)는 호박을 으깨서 만든 음식이다. 건기가 지속되며 농작물이 자라지 않아 주민들은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식재료에 의존해야 한다. 이 타보아라는 여러 명이 점심과 저녁 두 끼에 나눠 먹어야 하는 양이다. © iAko M. Randrianarivelo 

나아가 기후변화는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의 양상을 변화시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질병이 생기고, 질병 전파의 생태학적 환경이 바뀌면서 기존 질병이 재출현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원래는 말라리아가 없던 지역에서 말라리아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기후가 변하면서 모기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카바이러스나 뎅기열 같은 모기매개 감염병 환자가 도시지역에서 대규모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수온이 변하면서 콜레라균이 생존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렇듯 환경의 변화와 벡터매개 질병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단 북 다르푸르(North Darfur) 주 엘파셔(El Fasher) 소아병원의 말라리아 병동. 이 지역은 일반적으로 우기가 되면 말라리아가 유행하지만, 2019년 말라리아 환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는 긴급 대응을 시작했다. ©Igor Barbero/MS

지구 보건이란 이 일련의 과정 속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인류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연구합니다. 바로 “지구가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할 수 있고, 지구의 건강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관점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노력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제 의료 활동에 있어 ‘지구 보건’의 관점으로 이러한 질문들을 합니다.  

 

“활동지역의 기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강수량에 변화가 있는가?”  

“강수량이 늘었다면 표면 토양에까지 영향이 있는가?” 

“이것이 지역의 인구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남수단 피보르(Pibor) 마을의 지표수 처리장. 2020년 대규모 홍수로 지역의 모든 식수펌프가 오염되자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역주민에게 매일 60,000리터의 식수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홍수로 인해 식량이 부족해지고 말라리아가 환자가 급증했다. ©MSF/Tetiana Gaviuk 

2020년 남수단 피보르 행정구역(Greater Pibor Administrative Area)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다.  ©MSF/Tetiana Gaviuk 

과거에도 이런 문제들을 살펴보긴 했으나 이제는 더욱 체계적으로 접근합니다. 이제는 이런 관점의 조사가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인데, 기후변화에 따라 활동지역의 의료적 필요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구 보건’의 관점에서 활동지역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바로 지역주민에게 발생할 의료적 필요를 예측하고 이에 상응하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지원 활동에는 친환경적인 관점이 더해졌습니다. “우리의 의료 활동이 환자의 미래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지원의 질과 신속함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사람과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활동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기후변화와 건강.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두 가지 사이에서 국경없는의사회의 역할을 찾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 사람과 환경에게 결코 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신속하고 효과적인 의료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 국경없는의사회가 다가온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8월 19일은 ‘세계 인도주의의 날’ 입니다. 전 세계 인도주의 분야의 파트너가 하나되어 매년 특정한 주제를 통해 인도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생존과 안녕, 존엄성과 구호활동가의 안전을 옹호하는 데 참여하는 날인데요, 올해는 ‘기후위기’가 인류에 미치는 즉각적인 피해를 되짚어보고, 세계 지도자들에게 가장 취약한 인구를 이 위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기 위한 메시지를 중심으로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도 이 움직임에 동참해 2021년 세계 인도주의의 날, 기후위기가 야기하는 인도적 위기와 그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의 역할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위기에 가장 취약한 인구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지구가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합니다. 지구의 건강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_브라이언 윌레트(Brian Willett) 국경없는의사회 지구보건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