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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리포터] Issue #7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병

2022.12.31

현장에 나와있는 국경없는리포터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병,

무엇인지 아시나요?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15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고,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다음으로 가장 치명적인 감염성 질환이기도 한 이 병. (출처: 세계보건기구) 

 

바로 ‘결핵’입니다.  

 

오늘은 ‘결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우리나라에서도 발병률이 높은 병이죠.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누적 결핵 환자는 23,000명에 달했습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2021년 결핵 역학조사 통계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요.  

결핵은 결핵균에 의한 만성 감염증인데, 결핵균은 생존해가는 과정에서 돌연변이로 ‘약제내성(Drug Resistance)’을 획득하는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말 그대로 결핵균을 제거하기 위한 약제에 내성이 생기면서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인데요. 따라서 결핵은 감수성 있는 살균 제제를 선택해 다제 병용 요법으로 장기간 치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항 결핵제가 개발된 이후부터는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항 결핵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완치가 가능합니다. 
  
결핵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핵약을 거르지 않고 매일 정확하게 복용하는 것, 즉 높은 ‘치료 순응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핵 약제는 속쓰림, 발열, 관절통, 두드러기, 간 기능 이상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환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약을 불규칙하게 먹거나 임의로 약을 끊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결핵균이 다시 증식하면서 증상이 재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약에 저항성을 가진 균이 출현하면서 결국 치료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약제내성 결핵이 되면 치료 기간은 더 길어지고 복용해야 할 약의 종류도 늘어나게 되는데, 현재 결핵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이 10여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 결핵은 첫 번째 치료에서 확실하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에라리온 마케니(Makeni) 정부 운영 병원에서 결핵 환자가 치료제를 받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9년부터 봄발리(Bombali) 지역에서 시에라리온의 국가 결핵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데, 특히 약제내성 결핵의 진단, 치료 및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약제내성 환자는 많은 양의 약을 매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Mohammed Sanabani/MSF 

하지만 만약 환자가 분쟁을 겪고 있는 곳이나 큰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살고있다면 어떨까요? 기본적인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사회이거나, 살던 곳을 떠나 임시로 정착한 난민 캠프는 또 어떨까요. 이런 상황에 있는 결핵 환자는 치료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치료가 중단되면 약제내성이 발달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치료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죠.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시 국경없는의사회 약제내성 결핵 병원에 입원한 환자 랄라이. 다른 지역에서 아들과 함께 이곳 병원으로 왔다. 5개월 전 치료를 시작해 한 달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현재 12일간의 치료를 받기 위해 다시 입원했다. ©Lynzy Billing 

 

소말릴란드의 국경없는의사회 약제내성 결핵 치료 병동. 약제내성 결핵 치료는 20개월까지 걸릴 수 있으며, 환자는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한다. ©Sean Sutton 

치료법 뿐 아니라, 결핵을 예방하기 위한 효과적인 백신이나 적절한 진단 도구도 많지 않습니다. 50년만에 개발된 신규 결핵 치료제나 치료 기간을 단축한 약제내성 결핵 치료법이 등장한 것처럼 고무적인 진전도 있었으나, 여전히 연간 1000만 명에 가까운 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있죠. 그중 50만명 정도가 약제내성 결핵 환자입니다. 또한 안타까운 현실은 전체 약재내성 결핵 환자의 1/3 정도만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 환자는 진단도 받지 못한 채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세계 곳곳에서 활발한 결핵 치료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죠!  

 

결핵 치료는 국경없는의사회의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이고,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적으로 결핵 치료를 제공하는 비정부 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큰 단체이기도 합니다.  2021년 국경없는의사회는 2,309명의 약제내성 결핵환자를 포함해 총 17,221명의 결핵 환자를 치료했어요.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활동하는 지역의 결핵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제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옹호 캠페인도 지속할 뿐 아니라, 더 많은 결핵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에도 매진하고 있답니다.  

 

최근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는데요!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국경없는의사회 결핵병원에서 연구 중인 국경없는의사회 연구진 ©Lynzy Billing 

 

국경없는의사회가 참여한 결핵 관련 임상시험 ‘TB-PRACTECAL’의 결과, 기존 치료법보다 더욱 안전하고 치료 기간이 6개월로 단축된 약제내성 결핵 치료법이 약 90%의 임상 참가자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임상 결과가 발표된 이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약제내성 결핵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치료법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고,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성과가 게재되기도 했죠! 베른 토마르 은앙와(Bern-Thomas Nyang’wa) TB-PRACTECAL 임상시험 책임자는 이 새로운 치료법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TB-PRACTECAL 프로젝트는 9년 전 시작되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존 요법이 기간이 길 뿐더러, 심신적으로 부담이 되고 부작용도 심해 치료과정이 결핵이란 질병 자체보다 고통스럽다는 환자가 많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자원을 갖춘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간의 공백을 메우고자 이 임상시험을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이 치료법을 필요로 하는 모두가 혜택을 받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_ 베른 토마스 은양와 / TB-PRACTECAL 시험 책임자 

►관련기사 읽어보기: 국경없는의사회, 임상시험으로 혁신적 약제내성 결핵 치료법 효과 입증 

 

이 치료법은 분명 약제내성 결핵을 앓고 있는 전 세계의 많은 취약지역의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입니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와 상관없이, 모든 결핵 환자가 소외되지 않고 치료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이라크의 다제내성 결핵 환자 이흐산과 가족. 아흐산은 2014년 처음 결핵 판정을 받고 치료받았다. 이후 두 번에 걸쳐 결핵이 재발했고, 세번째에는 ‘다제내성 결핵’ 판정을 받았다. 현재 다시 18개월간의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2021년 2월 이흐산의 병이 전염성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이후로는 더 이상 격리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저는 우리집의 가장인데, 그동안 아파서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친척과 친구들이 저와 가족들을 많이 도와줬죠.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제 나의 단 한가지 소원은,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일을 해서 가족을 돌보고, 지금까지 받은 도움에 보답하는 것입니다.” ©Chloe Sharrock 

 


Mini Q&A 호흡기내과 전문의 윤호일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아래 사진 왼쪽) 님께 여쭤봅니다! 

결핵은 어떤 병인가요? 결핵 치료에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결핵은 결핵균에 의한 감염병입니다. 대개는 폐에서 발생하지만(폐결핵), 늑막, 임파절, 대장, 뼈, 피부 등 우리 몸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핵 치료의 어려움은 대부분 오랜 치료기간에 기인합니다. 상당히 많은 약을 최소한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부작용 발생이 흔하고, 부작용 혹은 다른 이유들로 연속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성이 잘 발생해서 치료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한국의 결핵 치료와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에서의 결핵 치료는 어떤 점이 다를 수 있나요?  

내성 결핵이 아닌 경우, 치료약제 자체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부작용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혈액 검사 등을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꾸준한 치료가 중요한데 이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에서 결핵 환자를 치료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필요한 것은 인력입니다.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의사 뿐 아니라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찾아내어 검사할 인력, 환자가 집에서 약을 잘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규칙적인 병원 방문을 독려할 인력들이 현장에서는 많이 필요합니다. 약제내성 결핵의 경우는 치료기간이 더 길고 주사약을 포함한 여러 약제가 필요한데 이 경우 환자의 순응도가 떨어지는 문제, 그리고 고가약제의 부족도 큰 문제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최근 임상시험 결과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리팜핀이라는 약제에 내성을 갖는 결핵을 6개월간의 경구치료로 완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진전입니다. 이는 모두에게 희소식이지만 특히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장기간의 치료를 견디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환자들의 완치율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