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나와있는 국경없는리포터입니다!"
2023년 10월 6일.
국경없는의사회는 평소와 다름없이 점령된 팔레스타인 지역 이곳저곳에서 인도적 의료지원 활동을 전개중이었습니다. 서안지구의 헤브론과 제닌, 나블루스, 마사페르 야타, 그리고 가자지구에서도요.
해당 지역을 집어삼키게 되는 10월 7일 이후의 전쟁이 발발하기 전날에도 국경없는의사회 팀 동료들은 수주 전부터 시위에 참가했다가 이스라엘 저격수들의 소위 “나비 총알”에 부상당해 온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었습니다. 2018년과 2019년의 ‘귀환 대행진(Great March of Return)’ 고조로 인해 부상을 입었던 87명의 장기 환자들(원래는 거의 900명에 달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감소한 숫자입니다) 역시 치료중이었습니다.
►관련 다큐멘터리 보기 가자(Gaza): 10월 7일 그 이전의 이야기
또한 2021년의 전쟁에서 부상당한 환자들 치료도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2021년 전쟁은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Sheikh Jarrah) 지역 내 압류 및 정착들로 인해 촉발되어 2014년 이래 가장 큰 규모로 확대되며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실향하고 수백 명이 사망하는 등 엄청난 파괴를 가져왔습니다.
10월 7일의 하마스의 공격과 이를 뒤이은 ‘집단적 형벌’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점령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전개할 수 있던 활동의 패러다임 전환점이 됐습니다. 이스라엘 내 활동이 없는 국경없는의사회 동료들이 10월 7일에 가장 먼저 목격했던 것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었습니다. 이는 약 1,200명을 죽이고 253명을 납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하마스(Hamas)의 공격에 대한 즉각적 대응이었죠. 10월 8일자로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 보건부에 지원을 제안했으나 최종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가자지구 안에서 정형외과 및 재건 수술, 물리치료, 화상치료, 심리치료, 항생제 내성 연구 및 치료 위주 프로젝트들을 운영하고 있던 국경없는의사회 동료들에게 환자들이 어떻게 될지, 치료 지속을 어떻게 보장할지, 이 새로운 긴장 고조 사태에서 부상당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즉각적으로 분명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분명해진 것은, 점차 인도주의적 의료 활동 경시와 의료보건시설 및 직원 숙소 파괴가 심각해지고 동료와 환자들의 죽음까지 더해지면서, 국경없는의사회로서 보통의 분쟁 상황에서 추구하는 보호조치 교섭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2023년 10월 9일 ©Mohammed ABED
국경없는의사회 혹은 그 지원 의료시설과 대피시설, 이동 장소에 대해서는 공격을 받기 전에 가자지구 전쟁 주 당사자들에게 소통이 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설이나 이동은 존중이나 보호받지 못했으며, 많은 민간인들이 죽임이나 부상을 당했습니다.
11월 20일 가자시내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앞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파괴된 국경없는의사회 차량들. 11월 18일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및 그 가족들의 대피에 사용하려던 차량들이다. ©MSF
다음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2024년 5월까지 점령된 팔레스타인 지역 내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혹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의료 시설 및 의료진을 향해 가해진 공격을 기록한 일지입니다. 공격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밝혀진 경우 이를 올바르게 밝히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종종 국경없는의사회로서는 어디서 공격이 유래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 10월 7일 – 하마스 공격 이후 즉시 이스라엘군이 베이트 라히아 소재 인도네시아 병원과 칸유니스 소재 나세르 병원 앞 구급차를 타격해 간호사 1명과 구급차 운전사 1명이 사망하고 부상자 여러 명이 발생했습니다.
- 10월 10일 –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시내 국경없는의사회 가자 진료소가 손상됐습니다. 부상당한 직원이나 환자는 없었습니다.
- 10월 11일 – 국경없는의사회가 2018년부터 활동해온 자발리아 소재 알아우다 병원 근처에서 공습이 발생해 천장 일부가 무너져내렸으나 건물 구조가 유지돼 병원 기능은 계속됐습니다.
- 10월 13일 – 이스라엘군이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알아우다 병원에 2시간 여유를 둔 대피 통지를 보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동시키고자 바퀴달린 들것에 실어 거리로 나갔으나 이는 거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대피령을 규탄하고 의료진과 환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직원과 환자들은 병원에 남았습니다.
- 10월 17일 – 가자시내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사가 수술 중이던 알아흘리 아랍 병원 주차장이 공습당해 수백 명 사망이 보고됐습니다. 해당 사건 발생 전 수일간 병원장은 이스라엘측으로부터 경고들을 받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공격을 규탄하면서 처음에는 그 책임이 이스라엘측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이 행위에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독립적 조사만이 이 공격 책임 소재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 10월 30일 – 가자시 남부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튀르키예-팔레스타인 우정 병원이 발사체에 타격돼 건물이 파괴됐습니다. 병원은 11월 1일 연료 소진으로 인해 기능이 중단됐습니다.
- 11월 3일 – 이스라엘 공습이 가자시 알시파 병원 외부를 타격해 구급차가 파괴되고 여러 명이 사망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공격을 규탄했습니다.
- 11월 15일 – 이스라엘 지상군이 알시파 병원에 들이닥쳤습니다. 남아있던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약 1주 후 전원 병원을 떠났습니다.
- 11월 18일 – 국경없는의사회 직원과 가족을 대피시키려던 차량에 총격이 가해져 국경없는의사회 동료 1명을 포함한 2명이 사망했습니다. 모든 요소가 이스라엘군이 이 공격에 책임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틀 후 이스라엘 불도저와 군용 차량들이 가자시내 국경없는의사회 숙소에서 대피중이던 우리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 차량들을 파괴했습니다. 이들이 들이받은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주변 벽 역시 붕괴됐습니다. 이로 인해 진료소 일부도 불에 탔습니다.
2023년 11월 24일 이스라엘군의 고의적 파괴로 불에 탄 국경없는의사회 차량들 ©MSF
11월 21일 – 알아우다 병원이 타격돼 국경없는의사회의 닥터 마흐무드 아부 누자일라(Dr. Mahmoud Abu Nujaila)와 닥터 아흐마드 알 사하르(Ahmad Al-Sahar), 그리고 또 다른 의사 닥터 지아드 알-타타리(Ziad Al-Tatari)가 사망했습니다. 우리는 모든 분쟁 당사자들과 이 죽음들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자 해봤으나 아무런 확인도 받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절대적 확신을 가지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말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독립적 현장 조사로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합니다.
11월 24일 – 가자시내 국경없는의사회 숙소와 진료소에서 대피하던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용 가능하던 유일한 차량들이 파괴되었기에 가자지구 남부의 우리 팀이 또다른 대피 시도를 위한 차량들을 가자시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들도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 접근하는 동안 총탄에 맞아 이동은 취소됐습니다. 이후 11월 24일 이른 새벽에 이들도 이스라엘군에 의해 파괴됐습니다.
12월 1일 –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일시적 휴전은 2023년 11월 24일부터 2023년 11월 30일까지 효력이 있었습니다. 휴전 종료 수시간 후 폭발로 알아우다 병원이 손상을 입었습니다.
12월 5일 – 알아우다 병원의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이 병원이 완전 봉쇄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이후 수일이 지나는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아닌) 병원 직원 2인이 외부 저격수들의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12월 12일 – 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가 알아우다 병원 외부에서 가해진 총격으로 병원 내부에서 부상을 당했습니다.
12월 14일 – 서안지구 제닌 소재 칼릴 술레이만 병원에서 이곳을 지원하던 우리 동료들은 이스라엘군이 병원 부지 내에서 십대 소년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는 구급대원들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무릎꿇게 하는 학대 행위에 뒤이어 일어났습니다.
12월 17일 – 이스라엘군은 12일간 봉쇄 끝에 알아우다 병원을 점령했습니다. 16세 이상 남성들이 잡혀가 옷이 벗겨지고 심문을 당했습니다. 그중 6명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었습니다. 심문 후에 대부분은 병원에 돌려보내져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같은 날 이스라엘의 예광탄이 나세르병원의 모성병동을 타격했습니다. 환자 1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들이 발생했습니다.
1월 6일 –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간 전투가 근방으로 다가와 국경없는의사회는 데이르알발라 소재 알아크사 병원으로부터 대피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대피명령 지역 바깥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약국 접근이 불가능해졌습니다. 1월 5일 저격수의 탄환이 집중치료실 벽을 뚫고 들어왔습니다.
1월 8일 – 이스라엘 탱크에서 발사된 탄환이 칸유니스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로투스” 대피소를 타격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의 5세 딸이 사망했으며 3명이 부상당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 및 그 가족들 125명 이상이 라파로 이동했습니다.
라파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실향민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는 모습. 2024년 1월. ©Mohammed Abed
1월 22일 – 칸유니스 나세르병원이 전투와 폭격에 휩싸이고 대피 명령을 받았습니다. 해당 병원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에 따르면 병원 입구에서 15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도 공습으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2월 15일 – 나세르병원 정형외과가 포탄에 맞았습니다. 직원들은 환자 여럿을 뒤로 하고 병원 부지를 탈출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한 명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검문소에서 구금당했으나 이후 풀려났습니다.
2월 20일 – 이스라엘 탱크가 칸유니스 알마와시 내 국경없는의사회 대피소에 탄환을 발사해 우리 동료 한 명의 부인과 그 아들의 부인이 사망했습니다. 7명이 부상당헀습니다.
3월 2일 – 국경없는의사회 지원을 받는 라파 소재 알에미라티 병원 정문 근처 창고가 포탄에 맞아 2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당했습니다.
3월 13일 –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 제닌에서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칼릴 술레이만 병원에서 병원 부지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총격이 가해졌습니다. 응급실 문 근처에서 5명이 부상당해 이중 2명이 나중에 사망했습니다.
3월 27일 –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라파 소재 알샤부라 진료소 근처 온실에 공습이 가해졌습니다.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3월 25일 가결됐음에도 수 명이 해당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나 환자는 부상당하지 않았습니다.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가자지구 내 휴전을 촉구하는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사무총장 크리스토퍼 록이어. 2024년 2월. ©UN Photo/Loey Felipe
3월 31일 – 이스라엘이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알아크사 병원 부지 내 많은 실향민들이 대피중이던 응급실 외부에 공습을 가했습니다.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공격 이후 국경없는의사회 팀 일부는 지원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4월 1일 – 알시파 병원 내부와 근방에서 전개된 14일간의 이스라엘 군사 작전 이후 해당 병원은 파괴돼 기능이 중단됐습니다. 병원 인근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역시 큰 손상을 입었습니다. 의료진 포함 수백 명이 사망하고 병원 내부와 인근에서 의료진 등이 포함된 대규모 체포가 있었습니다.
4월 21일 – 서안지구 툴카렘과 누르샴 난민캠프에서 전개된 3일간의 습격 기간에 국경없는의사회의 훈련을 받은 자원 구조대원이 근무 중 다리에 총상을 입었습니다. 적대 행위 때문에 해당 대원이 병원에 도착하기까지는 7시간이 걸렸습니다.
5월 6일 – 서안지구 툴카렘과 누르샴 캠프들 내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안정화 거점들에서 폭력적인 이스라엘군의 습격이 발생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훈련시킨 자원 구조대원들이 괴롭힘을 당해 더는 환자 대상 구명 치료 제공에 필요한 만큼의 안전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위 일지를 기록하던 2024년 5월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공격을 시작하며 여러 건의 대피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공격과 대피령들은 그렇지 않아도 붕괴 상태였던 보건체계 하에서 의료 접근성을 이후 더욱 감소시켰습니다. 5월 6일과 12일 사이 국경없는의사회는 알샤부라 진료소 활동을 중단하고 알에미라티 병원 활동을 인계했으며 라파 인도네시아 병원 활동은 폐쇄해야 했습니다. 진행되는 공격에 맞서 환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6월과 7월, 8월이 지나는 동안 가자지구 전역에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또다른 점령된 팔레스타인 지역인 서안지구에서도 긴장이 고조돼 9월 25일자로 693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망했습니다(*보건부 추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서안지구에서도 동 기간 동안 527건 이상의 의료보건시설 대상 공격이 자행됐고 주민들의 의료접근성은 더욱 낮아졌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현장소식 더 읽어보기 CLICK)
이렇게 계속되는 규탄받을 만한 행위들 속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계속해서 모든 당사자들이 의료보건시설을 존중해줄 것을 요청해왔습니다. 가자지구 파괴와 사람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는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이 집행돼야 합니다. 가자지구 전역에 즉각적이고 제한없는 구호물자 유입 역시 필요합니다. 사망하고 부상당한 우리 동료와 그 가족들, 환자들에 대한 책임 역시 촉구합니다.
2023년 11월 공격당한 가자지구 알아우다 병원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가 남긴 메시지.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 이야기를 전할 것입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고 적혀있다. 당시 공격으로 이 메시지를 남긴 의사를 포함한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2명과 다른 의사 1명이 사망했다. ©MSF
일 년이 지나도록 이 상황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자행한 잔혹한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펼치는 전면전으로 인해 가자지구 전역에서 일 년이 지나는 동안 41,500명 이상(2024년 9월 26일자, 가자 보건부 추산)이 사망했습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일 년이 지나는 기간 동안 강제로 실향하고 계속되는 대피령과 끊임없는 전투와 폭격에 모든 것을 잃고 끝이 없는 도주의 길에 올랐습니다.
일 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 그리고 전 세계 지도자들은 가자지구의 지속적 휴전에 합의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과 죽음을 끝낼 것을 촉구합니다.
그러기 위한 방법은 지속적 휴전과 가자지구 봉쇄 종식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