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병] 환자의 얼굴과 삶을 망가뜨리는 소외질병

노마병 환자는
사람들의 시선의
대상입니다.

노마병에 걸려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빌리아(20)는 현재 나이지리아 북서부의 소코토 노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014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을 받아 온 소코토 병원은 이 치명적인 세균성 질병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나이지리아 유일의 시설이다. 세계적으로도 노마병 전담 기관은 극소수에 그친다.

나이지리아-니제르 접경 마을에서 온 노마병 환자 빌리아(20). 첫 수술을 하루 앞두고 빌리아와 간호사 사무엘 조셉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빌리아는 한 살 때 노마병에 걸렸다고 했다. 마을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은 빌리아의 얼굴을 보고 달아나기 일쑤였다. ©Claire Jeantet - Fabrice Caterini/INEDIZ

제 얼굴을 보고 도망친 사람들도 있었어요. 사람 취급도 해 주지 않았어요.

빌리아가 노마병에 걸린 것은 고작 한 살 때였습니다. 이후 코와 윗입술이 급속도로 녹아내렸지만 그래도 빌리아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노마병 환자 10명 중 9명은 발병 2주 만에 목숨을 잃습니다.

사람들에게 생소한 노마병은 빈곤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5세 미만 아동이 주로 걸리는 비감염성 소외질병입니다. 노마병은 구강궤양과 비슷한 잇몸 염증으로 시작하지만 2주 만에 뼈와 조직을 파괴시켜 턱, 입술, 볼, 코, 눈을 망가뜨리고, 환자는 어마어마한 통증, 호흡 합병증, 섭식 장애까지 겪게 됩니다.

자녀가 노마병을 앓게 되면 부모는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 치료가 어려워집니다. 노마병은 항생제로 말끔하게 치료할 수 있는 병임에도 진단을 받지 못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빌리아는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얼굴이 심하게 손상됐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외모 때문에 받는 따가운 시선도 견뎌 내야 했습니다.

빌리아는 얼굴 재건수술을 받기 위해 소코토 노마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는 1년에 네 번 외과의, 마취과의, 간호사로 구성된 국제 활동가 팀이 찾아와 노마병 환자를 수술합니다. 소코토 병원은 나이지리아 보건부와 협력해 지역사회를 방문하여 적극적으로 노마병 환자를 찾아내고, 보건 홍보와 정신건강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1년에 네 번, 고도로 훈련된 성형·악안면 외과의, 마취과의, 간호사로 구성된 국제 활동가 팀이 소코토 노마 병원을 방문한다. 이 팀은 국경없는의사회 지원을 받는 소코토 병원에서 노마병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재건수술을 진행한다. 까다로운 수술을 맡아 장시간 수술에 집중하고 있는 수술 팀의 모습. ©Claire Jeantet - Fabrice Caterini/INEDIZ

하디자(40)도 빌리아처럼 어릴 때 노마병에 걸렸습니다. 그동안 하디자는 수술을 받아 얼굴을 되찾고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고 싶었습니다. 하디자는 소코토 노마 병원에 와서야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을 만났고, 재건수술을 받을 기회도 얻었습니다.

카노 주에서 온 하디자(40)가 네 번째 수술을 앞두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하디자는 네 살 무렵 노마병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그 후로 오랫동안 치료를 받으려고 나이지리아 북서부 곳곳을 다니다가 소코토 노마 병원을 알게 됐다. 하디자는 “전과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결국 치료를 받았으니까 행복하다”고 말했다. ©Claire Jeantet - Fabrice Caterini/INEDIZ

영양실조, 잘못된 구강 위생, 홍역 등의 아동기 질환에 걸린 아동은 특히 노마병에 취약하며, 이러한 사실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최근 실시한 노마병 연구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의료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곳에서는 조기에 병을 확인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에 더욱 위험합니다.

노마병에 맞서 싸우려면 예방과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나, 이 병의 원인과 증상에 대한 이해가 낮은 탓에 병을 사전에 막거나 빨리 알아채기가 어렵습니다.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인식을 높인다면 노마병은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보건 자문으로 활동하는 칼라 빌(Karla Bill)은 “조기에 발견해 관리한다면 항생제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마병에 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지금, 병의 원인과 감염 양상 및 위험 요소를 밝혀 내려면 더 많은 연구와 자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코토 병원의 지역사회 활동팀이 투레타 자치정부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Claire Jeantet - Fabrice Caterini/INEDIZ

소코토에서 온 우마르(8)와 보르노에서 온 야아쉬(6)는 소코토 노마 병원 도착 당시에 이미 얼굴이 많이 일그러진 상태였습니다. 두 아동 모두 수술을 받았으며 지금은 병원에서 회복 중입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아무런 고통 없이, 다른 아이들과 마음껏 뛰어놀고,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받지 않는 삶을 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야아쉬의 어머니는 “야아쉬는 건강하고 명랑한 소녀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고열을 앓더니 3일 만에 얼굴에 구멍이 생겼어요. 수술 받고 나오는 아이를 보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야아쉬는 병원에 와서 여섯 달 만에 드디어 첫 수술을 받았다. 정도가 심해 앞으로 몇 차례 더 수술을 받아야 한다. ©Claire Jeantet - Fabrice Caterini/INED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