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나와 있는 국경없는리포터입니다!
이번에는 지중해로 가봅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중해에서 선박을 운항한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지난 7년 동안 바다에서 난민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하며 긴급 인도적∙의료적 지원을 제공했고, 지금까지 구조한 난민의 수는 8만 2000여 명에 이릅니다.
2021년 12월 한 달 동안에만 국경없는의사회 구조선 지오배런츠 (GeoBarents)호를 통해 무려 여덟 번의 구조 작업 끝에 총 558명의 해상 난민의 생명을 살렸는데요, 국경없는의사회 구조선을 만난 난민들은 다행히 구조되어 치료받았지만, 어두운 망망대해 위에서 파도가 삼킨 생명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하기란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난민들이 계속해서 바다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오배런츠호가 리비아 해안에서 약 30해리 떨어진 위치에서 99명의 해상 생존자를 구조했다. 과밀집된 보트 위에서 13시간 동안 표류한 이들 중 10명이 질식사했다. ©Virginie Nguyen Hoang/HUMA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난민들은 고국의 전쟁과 핍박, 빈곤을 피해 리비아를 거쳐 지중해를 건너기 위한 여정을 시도합니다. 시리아, 수단, 말리와 같은 분쟁국가에서 피난한 이들이 많은데, 고국에서뿐만 아니라 피난 과정 중 거쳐 온 리비아에서도 끔찍한 폭력을 겪습니다.
“리비아에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리비아에 도착했을 때 제 몸에는 상처가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은 상처로 뒤덮여 있을 정도예요. 여자구금소에 갇혀 있었는데, 경비대들이 항상 구금된 여자들을 성폭행했어요. 밥은 고사하고 옷도 없었습니다. 탈출을 감행한 사람들은 붙잡혀 채찍질을 당했어요.”_아이사투(Aissatou, 21세) / 카메룬 난민
매년 수천 명의 사람이 아이사투와 같이 지중해를 건너는 위험한 여행을 시도합니다. 2021년에도 여정은 계속됐습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고무보트나 목선을 타고 지중해를 횡단하려 하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고 바다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유럽으로 들어가는 경로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밀수업자들의 손아귀에 넘어가기도 합니다. 지중해로 나가기 전 거치는 리비아에서는 난민과 이주민이 임의 구금을 당하고, 이들을 납치해 팔아 넘기는 인신매매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사람들이 유럽의 문턱에서 익사하고 리비아로 강제 송환되는 끔찍한 인도적 참사를 목격했습니다. 2014년부터 약 2만 3,000명의 난민과 이주민이 지중해를 횡단하다 사망하거나 실종됐습니다. 따라서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해상 난민 수색∙구조 활동을 시작해 바다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을 구조하고 긴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리비아의 구금센터에 갇힌 사람들과 유럽에 당도한 사람들에게도 긴급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리비아에서 갖은 수난을 겪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법이 통하지 않는 곳인데 누구를 찾아가 말하겠어요? ‘이곳을 탈출해 바다로 나가면 누군가 구해주겠지’라고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없어요.” _아이사투 / 카메룬 난민
특히 2021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럽 국경이 더욱 굳건히 봉쇄되어 상황이 악화했습니다. 지중해상에서 운항되는 수색구조 선박에 대한 유럽연합 국가의 억조치도 더욱 심해졌습니다. 2021년 10월에는 1,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전년보다 약 두 배 더 많은 숫자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구조팀은 구조 첫날에만 93명의 해상 생존자를 구조했다. ©Avra Fialas/MSF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메리 조(Mary Jo)가 지오배런츠호에서 생존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Pablo Garrigos/MSF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총 186명의 해상 생존자가 지오배런츠호에 오를 수 있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혹독한 해상에서의 시련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Candida Lobes/MSF
2021년 지중해 해상 일지
국경없는의사회가 2015년부터 약 7년간 이어온 해상 구호 활동 중 2021년에 이뤄진 주요 활동을 돌아봅니다.
- 3월 1일
수색구조선 시워치4가 계속 항만에 억류되면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시워치와의 공조를 중단했다.
- 5월 13일 출항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오배런츠(GeoBarents)호를 임대하여 지중해 중부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재개했다.
- 6월 11일
바다에서 26명을 구조했다. 이 중 15명은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였다.
- 6 월 12일
두 번의 구조 활동으로 100명이 넘는 사람을 구했다. 첫 번째는 97명이 목선에 타고 있었고, 두 번째는 21명이 유리 섬유 보트에 타고 있었다.
- 6월 13일
하루에만 네 번의 구조 활동으로 총 410명의 목숨을 구했다.
- 6월 16일
구조선에 승선한 사람 중 40명에게 치료를 제공했다. 연료로 인한 화상, 탈수, 저체온증, 옴진드기 환자가 대부분이었으며, 하선 후 전문 치료가 시급했다.
- 6월 17일 하선
국제해상법에 따라 총 410명의 생존자가 이탈리아 시칠리섬 아우구스타(Augusta)항에 하선했다. 하선하면서 코로나19 검사를 거쳤다.
- 7월 1일
국경없는의사회가 하선한 생존자에게 심리 치료를 제공했다. 많은 사람이 정신적 외상을 입은 상태였고 한 여성은 두 여동생이 바다에서 사라지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 7월 3일
이탈리아 항만 당국이 구조선 지오배런츠호의 결함을 이유로 출항을 막았다.
- 7월 23일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오배런츠호의 억류 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 7월 26일 출항
24일간의 억류 조치가 해제되어 다시 바다로 출항했다.
- 8월 6일
지오배런츠호가 해상난민 25명을 구조했다. 이 중 10명은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이었다.
- 8월 16일
바다에서 189명을 구조했다. 이들은 초만원인 목선에 타고 있었다. 이어서 46명을 추가로 구조했다.
- 8월 17일
지중해 해상에서 34명을 구조했고, 가장 어린아이는 2주 된 신생아였다. 같은 날이어서 29명을 추가로 구조했다.
- 8월 23일 하선
구조되어 지오배런츠호에 승선한 322명이 이탈리아 시칠리섬 아우구스타항에 하선하도록 허가받았다. 하선 허가가 지연되는 동안 이들은 기약 없이 기다리며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받았다.
- 9월 19일 출항
지오배런츠호가 수색구조활동을 재개했다.
- 9월 20일
작은 유리섬유 보트를 타고 표류 중인 6명을 구조했다. 같은 날 54명을 구조했고, 이 중 6명은 여성, 21명은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였다. 아주 어린 유아 1명도 있었다.
- 9월 29일 하선
이탈리아 아우구스타항 하선 허가를 받았다. 60명이 안전하게 하선했으며 코로나19 검사도 시행했다.
- 10월 18일 출항
지오배런츠호가 수색구조활동을 위해 다시 바다로 출항했다.
- 10월 23일
파도가 높고 날씨가 궂어서 지오배런츠호에는 긴급한 위기의 순간이 이어졌다. 밤사이에 고무보트를 타고 표류하는 65명을 구조했다. 이후 세 번의 구조 활동이 이어졌다. 표류하던 목선에 다가갔더니 100명의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날 총 296명을 구조했다.
- 10월 24일
물이 차 침몰하고 있는 고무보트에 접근해 71명을 구조했다. 이번 활동에서 총 367명이 구조되었고 40%에 달하는 172명이 미성년자다. 이 아이들 중 140명은 보호자도 없이 혼자다. 높은 파도와 날씨의 악조건 속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이어가기 힘들어 회항을 미룰 수 없게 되었다.
- 10월 28일 하선
이탈리아 팔레르모(Palermo)에 정박해 367명의 사람이 안전하게 하선했다.
- 11월 16일
목선을 타고 표류하던 25명을 구조했다. 같은 날 새벽, 목선에 빽빽하게 타고 있던 62명을 추가로 구조했다. 이어지는 구조작업 중 목선 뒤편에 10명의 사람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질식사로 추정되는데,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13시간이 넘도록 비좁은 갑판에 끼어 있었다. 이 구조 활동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99명의 생존자를 구할 수 있었다.
- 11월 20일 하선
186명의 생존자가 안전하게 육지에 발을 디뎠다.
- 12월 15일 출항
지오배런츠호가 지중해 구조작업을 재개했다. 더 이상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게 전력을 다할 것이다.
- 12월 17일
지오배런츠호가 추운 바다 위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표류하던 여성과 아동 등 총 49명의 생존자를 구조했다.
- 12월 22일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팀이 세 척의 보트에 타고 있던 237명의 해상 난민을 구조했다.
- 12월 23일
비좁은 보트에 타고 있던 27명의 생존자를 구조했다.
새벽 4시경,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성인과 아동 76명을 추가 구조했다. 현재 지오배런츠호에는 총 458명의 생존자가 승선해 있다.
- 12월 24일
지오배런츠호가 표류 중인 목선을 발견했다. 100명의 해상 난민이 두 층으로 이뤄진 목선에 빼곡하게 탑승해 있었다. 8회에 걸친 구조작업 만에 총 55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다.
- 12월 30일 하선
마침내 지오배런츠호에 탑승해 있던 558명의 생존자 전원이 하선했다. 험난했던 여정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의료서비스와 필수 서비스, 그리고 안전한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수색구조선이 아무런 외부 지원 없이 조난당한 배를 찾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망원경과 레이더도 탐지거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광활한 범위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입니다. 수색구조선이 조난 선박의 좌표를 확보하더라도 정확한 선박의 위치를 찾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어렵게 해상 난민을 구조하고 난 후에는, 또 다른 활동이 시작됩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이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위독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다에서 오랜 시간 나오지 못해 저체온증을 보이기도 하고, 연료와 해수가 섞이며 일어난 화학반응에 화상을 입기도 합니다. 간혹 구조선 위에서 산모의 분만을 지원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리비아에서 극심한 폭력에 시달린 이들에게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구조 작업의 마무리는 생존자의 안전한 하선인데요, 해사법 및 국제 조약에 따르면 해상에서 구조된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항구로 인도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이 의무를 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경을 굳게 봉쇄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중해 수색구조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유럽연합이 반인도주의적인 ‘난민 밀어내기’ 정책을 펼치는 대신, 인도주의적 책임을 통감하길 바랍니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2021년 지중해에서 사망한 사람은 2020년에 비해 적어도 30퍼센트 이상 증가했습니다. 30%라는 숫자 뒤에는 망망대해에서 생명을 잃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 숫자는 곧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이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22년에도 리비아 및 지중해에서 목도한 인도적 위기에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 위기 상황에 처한 환자에게 인도적·의료적 지원을 제공해온 것처럼, 지중해 난민 및 이주민의 수색구조 활동에도 전념을 다 하며 생명을 살리는 인도적 사명을 이어갈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구조선 지오배런츠호의 구조팀 모습. ©Pablo Garrigos/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