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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약사들의 현장 이야기 1편

2020.7.23

국경없는 인터뷰가 돌아왔어요! 안녕하세요 국경없는 인터뷰가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약사 특집으로 만든다고 들었는데 저희가 SNS를 통해 5월 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정말 많은 질문들이 올라와서 저희가 그 질문들에 대해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Q.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문소연(이하 문): 먼저 제 소개를 드리자면 저는 문소연 활동가입니다. 저는 4년 정도 병원에서 일을 한 후에 작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하게 되었고, 작년 첫 미션으로 말라위에 다녀왔습니다

최정윤(이하 최): 저도 말라위에서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데 말라위 언어가 듣고 싶네요 한번 해 주세요. 

문: 말라위 인사말은 물리 브완지(Muli bwanji, 잘 지내셨나요?) 라고 물으면 닐리 부위노(Ndili bwino, 잘 지냅니다) 라고 대답을 합니다.

최: 외웠었지만 지금은 거의 잊어버렸네요. 저는 지구본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저는 2011년 부터 현장활동을 했는데요, 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많은 활동을 했거든요. 짐바브웨, 말라위,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가장 최근에 모잠비크를 다녀왔고요. 그리고 아프리카랑 가까운 터키, 요르단, 우크라이나에서도 근무를 했었고, 아시아에서는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요?

문: 정윤 활동가님은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최: 국내 뿐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일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어려서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있어서 여러가지를 준비하던 중 친구의 친구가 소말리아에서 간호사로 일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국경없는의사회) 홈페이지에서 약사의 업무를 봤는데 제가 딱 원하던 일이어서 바로 지원을 했고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문: 대학생때부터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을 하고 싶었어요. 막연히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에 우간다에 의료봉사를 갈 기회가 생겼고, 가서 '나는 아프리카에서 일을 하고싶고, 이런 일을 하고 싶다' 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 이어져서 국경없는의사회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최: 꼭 아프리카에서만 해야 되나요?

문: 꼭 그런건 아니에요.

 

Q. 현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현지 적응은 어떻게 하나요?

문: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저만의 팁은(강조) 간단한 인사말 같은 현지어를 익혀두면 마음의 벽이 빨리 허물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고요, 현지어 뿐 아니라 다른 나라 구호활동가 언어의 간단한 표현이나 인사를 익혀서 조금은 장난스럽게 나누다보면 편해질 수 있어요.

최: 그리고 또 다른 질문으로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시기는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저는 지금까지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현장활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충전의 시간을 보통 한달 정도씩 갖곤 했는데 대부분 다른 외국 활동가 분들도 거의 저처럼 충전하는 시간을 갖고 이동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Q. 주로 어느 지역에서 일하나요?

문: 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일한다고 보면 될까요?

최: 제가 알기로는 우선 국경없는의사회의 현장 활동이 여러 자원이 부족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하기 어려운 곳으로 가기 때문에 아프리카에 가난한 나라가 많은 게 사실이고 또 한국 활동가들이 갈 수 없는 나라도 몇 개 있거든요. 중동 쪽에는 못 가는 나라도 있고 또 언어적 장벽도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를 많이 가게 됩니다.

 

Q. 약사가 하는 현장업무는 무엇인가요?

문: 주로 약품 공급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최: 주로 약품 공급이라고 볼 수 있죠. 한국에서는 주로 처방이나 조제를 많이 하는데,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서 하는 일은 (국경없는의사회의 약품 공급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게 되니까요. 현장 약품 관리자(Mission Pharmacy Manager)라는 직책은 약품을 필요한 의료시설에 공급하는 것이 주 업무였지만 그 업무만 있는건 아니에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공급 업무도 많이 했지만 또 한편으로 많이 담당한 업무는 교육하는 일이었어요. 

 

Q. 현장 의약품 관리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최: 국경없는의사회의 제한된 자원에서 쓸 수 있는 약에 대한 리스트가 있어요. 여기 보시면 '필수 의약품(Essential Drug)' 이라고 이 가이드를 기본으로 해서 수입하는 것도 다 이 목록 안에서 하고, 이 목록에는 없지만 꼭 필요한 약품은 따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또 임상 가이드라인(Clinical Guideline)이 있으니까 가이드라인에 맞게끔 따르도록 노력하고 약사들의 경우에는 가이드라인에 없는 약을 주문을 많이 한다면 관련하여 질문을 하고 정당성이 있는지 여러가지 토의를 통해서 (약사가) 제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 우리나라에서는 합법적인 경로로 구할 수 있는 약은 정부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은 약인데 반해 세계적으로는 가짜약이 많이 있어요. 특히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품질을 보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럽에 있는 물류 센터에서 국제 주문을 넣어서 검증이 된 약을 공급받아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주문을 넣고 그 이후에 과정들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주문을 정리하고, 결정하고, 출고 작업을 거치고, 통관절차도 있고 약을 직접 받기까지 보통 수개월의 시간이 걸립니다. 한국 같은 경우는 급한 경우에는 당일에 퀵서비스로 받기도 하는데 그런 것에 비하면 다른 점이 있고, 적정한 재고를 유지하는데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할 수 있어요. 

최: 말씀하셨다시피 한국은 약국과 병원에 의약품 배달이 심지어 하루에 두 번 오기도 해요. 한국에서 생각하는 재고관리와 우리가 현장에서 하는 재고관리는 너무 큰 차이가 있죠.

 

Q. 전염병 창궐 시 약사가 기여하는 부분이 있나요?

문: 혹시 전염병과 관련된 업무도 있을까요?

최: 전염병과 관련된 업무는 방글라데시에 있을 때 로힝야 난민들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때 디프테리아가 창궐했어요. (디프테리아: 전염성이 강한 박테리아 감염병으로 목구멍이나 코 뒤쪽에 두꺼운 회색 점막이 생기게 하는 질병. 대부분 국가에서 종식되었으나 예방 접종이 부족한 지역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 난민촌에서 디프테리아가 번진 것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경없는의사회가 디프테리아 유행에 대응을 하려고 했습니다. 저희가 약품을 갖고 있지 않아서 WHO에서 약품을 받아 현장에 보냈는데 현장에 단순히 보내는게 아니라 그게 또 냉장보관이 필요한 약품이에요. 2-8℃. (콜드체인: 온도에 매우 민감한 백신을 2-8℃ 사이로 유지하기 위해 운송 과정에서 온도를 저온으로 유지하는 시스템) 그거를 준비하기 위해서 아이스팩과 준비 품목을 미리 내놓았죠. 잘 아시겠지만 2-8℃를 유지한다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여러가지 신경 쓸 일도 많고 보통 출근 시간 전부터 가서 준비해야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걸 다 준비해서 현장에 보내고 디프테리아 걸리신 분들을 치료할 수 있을 때 아주 뿌듯하죠.

문: 저의 경우는 말라위는 콜레라를 대비해서 E-Prep Kit (긴급 대비의 일환으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을 원활히 하고 대비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 있었는데 사실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이게 언제 쓰일지 알 수 없는 대장의 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관리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인데 이번 코로나 19 사태 때 그 준비되었던 개인 보호 장비(PPE)를 잘 사용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국경없는의사회에서는 전염병 뿐만 아니라 예방 백신 접종 활동도 하고 있는데 제가 있었던 자궁경부암 프로젝트에서 9세 소녀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활동을 했었어요. 그래서 그 백신 캠페인 담당자와 백신을 각각의 접종할 센터로 어떻게 운반할 것인지, 로지스티션으로 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것인지, 필요한 물품들, 바늘과 주사기, 또 만약에 있을 과민반응에 필요한 약들의 수량이나 물품의 품목을 정해 가지고 지원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Q. 한국의 약사업무와는 무엇이 다른가요? 

문: 대부분 한국에서 약사의 일은 처방을 보는 일이 아무래도 주가 되는데 현장에서는 그것보다는 약품의 공급, 재고파악, 관리 그런 부분의 비중이 크다는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약을 취급하는데, 현장에서는 의약품뿐만 아니라 실험실 필요한 용품들, 수술도구, 의료용 테이블에 이르기까지 메디컬 아이템이라고 하는 모든 의학용품을 다루게 됩니다.

최: 맞아요. 그런 점이 한국에서 일했던 약사들이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도 약국에서만 근무를 해서 주로 의약품과 간단한 의약부외품을 다뤄봤는데, 병원에서 쓰는 수술용기구라든지, 아니면 음식물을 코로 투여하는 튜브라든지, 요도에 삽입하는 관이라든지 이런 거를 들어는 봤지만 어떻게 쓰는지 (모르고) 비슷하게 생긴 것도 있잖아요. 정말 비슷하게 생겼어요. 그리고 튜브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 처음에는 잘 모르니까 간호사 선생님한테 여쭤보고,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저희가 ITC 카탈로그(‘국제 기술 조정(International Technical Coordination)’ 카탈로그로 전 세계 국경없는의사회 현장에서 사용하는 의료/비의료 물품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문서)가 있잖아요. 저희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쓰는 모든 의약품의 리스트를 다 설명해 놓은 책이 있어요. 그거 보고 공부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배워서 하는거니까 그건 정말 한국에서는 해보지 못했던 (경험이에요).

 

Q. 한국 업무와 비교해서 현장 업무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요?

최: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하는 일은 너무나 상황이 안 좋은 환자분들을 대하는 거라서 정말 (의료활동의) 결과가 눈에 보여요. 예를 들면 터키에서 일을 했을 때 시리아 의사 선생님이 투석하는 환자한테 어떤 물품이 필요한데 그거를 터키도 수입하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그 약을 현지에서 구매를 해서 어렵게 어렵게 터키에서 시리아로 보내 줬을 때, 정말 이 물품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는데 투석 환자들한테 전달이 되서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다고 그 시리아 선생님이 정말 고맙다고 하셨을 때 마음에 강렬하게 와 닿았죠. 그런 강렬하게 와 닿는다는 점이 국경없는의사회가 가진 매력이죠. 소연 활동가님이 생각하는 현장업무의 매력은 뭐예요?

문: 현장업무가 가진 매력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이 질문을 보고 대체 그 마력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을 때,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이런 가치를 공유하는 멋진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는 게 국경없는의사회 현장업무만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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