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이야기] 현장에서 온 편지

Letters from
the field 

 

지금도 전 세계 구호 현장에서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땀 흘려 일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가 현장에서 보내온 편지를 전합니다.

 

김태영 활동가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 미얀마)

국경없는의사회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시는 후원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한 분 한 분의 마음이 모여 제가 인도주의 지원 분야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분쟁,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있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데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도주의 보건의료 환경이 날로 달라지고 있지만, 계속해서 큰 관심 가져주시고 더 많은 환자에게 지원이 골고루 이뤄질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유한나 활동가
(보건증진교육 매니저 / 파키스탄)

현장 활동가로서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1년 반 정도의 시간은 상당히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마주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보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또 이로 인해서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들이 소외되기도 하였습니다. 로힝야 난민들, 미얀마의 군부 정권 장악,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 안타까운 상황은 끊이지 않고, 또 국경없는의사회의 동료들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하는 모든 이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50주년을 기념하여 국경없는의사회를 지켜봐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공철 활동가
(로지스티션팀 책임자 / 시에라리온)

시에라리온에서 5개월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꿈꿔온 어떤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잃어버렸습니다. 그 가치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그 가치를 이루려고 하루하루 애쓰는 국경없는의사회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아름답습니다.

어떤 친구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We don't promise to keep love. We need a promise to feel love. Love is not about trust because we are not anxious for love. We are just dreaming of love.

사랑은 지키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느끼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불안해 하는 것이 아니기에 사랑은 신뢰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사랑을 꿈꿀 뿐입니다.”

지금 저와 동료들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 꿈이 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꿈이 있는 삶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꿈을 꾸는 곳입니다.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문소연 활동가
(소아과병원 프로젝트 약국 책임자 / 라이베리아)

이곳의 아이들은 아주 연약합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떠나보내곤 합니다. 그렇지만 또 나아져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료진을 쳐다보는 아이들이 더 많기에 국경없는의사회 존재의 이유를 찾으며 우리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가장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은 치열한 하루를 보내는 동료에게 서로 고맙다, 수고했다는 말을 전할 때입니다.


유서희 활동가
(내과 전문의)

피터 싱어의 말처럼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데는 이것저것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 아이를 구해야 합니다. 절대빈곤 속에서 먹지 못하고 치료받지 못해 죽어가고, 전쟁으로 인해 어디론가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을 가장 최전방에서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와는 인생을 함께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어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의 시간들은 긴장의 연속이고 결코 쉽지 않았지만, 환자들, 동료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이 특별하고 소중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50주년은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들과 후원자분들이 지난 50년을 되돌아보며 우리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일들과 그것을 위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과거 50년처럼 앞으로도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장 소외되고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최전선으로 달려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