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은 이전부터 수년간 의료공백이 이어지며 의료 붕괴 직전이었는데, 최근 탈레반 집권으로 불안정성이 심화되며 국제적 지원이 끊기고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마만 무스타파(Mamman Mustafa) 국경없는의사회 전 헤라트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의 인터뷰
탈레반이 집권한 후 아프간 전역의 의료시스템은 붕괴 일보 직전인 반면 의료적 필요는 나날이 솟구치는 상황입니다. 이전에도 아프간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은 크게 저하되어 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국제적 지원마저 끊겼습니다. 아프간은 실업률과 빈곤율이 높아 주민들이 민영 의료 혜택을 받기가 힘든데, 헤라트에서 지원을 제공하던 국제 구호단체들이 여전히 활동 재개하지 못하고 있어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헤라트 지역 병원(Herat Regional Hospital)은 현재 인력이 현저히 부족합니다. 탈레반이 집권하기 전 병원 총책임자를 비롯한 상위급 의료진이 아프간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병원 운영이나 행정적인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센터를 제외한 다른 병동의 의료진은 5개월 동안 급여를 받지 못했으며, 의료물자도 부족하고 관리비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병동마다 환자로 만원을 이루고 있어 병원이 과부하된 반면, 의료적 필요는 막대합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영양실조입니다. 최근 지표를 보면 실제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사실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이 집권 전부터 존재한 문제입니다. 2021년 5월부터 9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 영양실조 치료식 센터에 입원한 환자 수는 전년 동기보다 약 40% 증가했습니다. 최근 상황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영양실조 치료식 센터에는 최대 수용 인원의 두 배나 되는 60명 이상의 환자가 매주 입원해 병상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는 대부분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15km 이상 이동해야 하는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오는 이들도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헤라트(Herat) 지역병원 내 국경없는의사회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 퇴원을 앞둔 마흐타브(Mahtab)의 딸아이. ©Sandra Calligaro
국경없는의사회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에 입원한 생후 1개월 신생아. ©Sandra Calligaro
헤라트에 영양실조 환자가 급증한 것은 지역 의료시설이 기능을 상실하고, 식료품 가격이 30% 상승할 정도로 경기 침체가 심각하며, 유동성(현금)이 부족하고 은행업무가 중단된 것이 원인이 됐습니다. 게다가 2021년 말까지 기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지표들 모두 아프간 전반의 암울한 상황을 암시합니다.
최근 쿤두즈(Kunduz)와 칸다하르(Kandahar)에서 공격이 발생했으며, 이는 여전히 불안한 아프간의 치안 상황을 보여줍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하는 지역에 의료적 구호 활동을 제공하며 분쟁 상황에서 어느 한 편에 서지 않고 중립을 지킨다는 사실을 알리려 노력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공정성을 지키며,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가운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간의 사회정치적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으며, 위험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오는 과정에 겪을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아이에게 치료식을 먹이는 어머니. ©Sandra Calligaro
국경없는의사회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치료받고 있는 아동 환자. ©Sandra Calligaro
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 모하마드 굴(Mohammad Gul)과 아프가니스탄 보건부 소속 외과의 사디크(Sadiq)가 헬만드주 라슈카르가(Lashkar Gah) 지역의 부스트(Boost) 병원에서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Tom Casey/MSF
최근 아프간에서는 불안이 고조되면서 여러 의료단체가 활동을 중단했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계속해서 여러 지역에 걸쳐 주민들에게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