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백일장] 청년 부문 2021 수상작 '우리는 현실판 ’전염병 주식회사’의 플레이어 '

우리는 현실판 ’전염병 주식회사’의 플레이어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소는 전 세계 인도적 위기 상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고, 국제 구호활동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형성하고자 2021년 5월에 [국경없는백일장 2021]을 개최했습니다. 지난 7월, 최종심사를 통해 15~19세 청소년 부문, 20~24세 청년 부문에서 각 한 편의 수상작이 선정되었습니다.


우리는 현실판’전염병 주식회사’의 플레이어 (서정완 作)

불과 몇 년 전, ‘전염병 주식회사’라는 게임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필자도 유행에 휩쓸려 게임에 몰두했고, 소위 ‘공략’이라는 게임 전략도 찾아보면서 꽤나 열심이었던 기억이 난다.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을 퍼트리려면 호흡기로 전염되도록 할 것, 변이는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게 할 것, 치사율과
전염력이 균형을 이루도록 설정할 것, 감염된 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타인에게 전염되게 할 것 등의 공략이 쏟아져 나왔다.이를 그대로 따라했고 결국 필자는 전 세계인이 감염되는 엔딩
을 보았다.

중학생이었던 필자는, 게임에 몰두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게임속 일들이 현실로는 절대–적어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이 깨지기까지는 그리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학생에서 대학생이 되기까지 10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메르스, 에볼라, 지카 그리고 현재의 코로나19 등의 전염성 질병이 많은 이들의 목숨과 일상을 앗아간 것을 직간접적으로 마주했다.

특히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1년 반 동안, 폐쇄적인 초기 조치는 생각보다 큰 대가를 치르게 했으며, 교통수단의 발달로 긴밀히 연결된 국제 사회에서의 전염병 확산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고, 전염병 대응 체계가 계속해서 수정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지속적 참여가 생
각보다 어려움을 인류는 몸으로 배웠다. 그 과정에서 많은 고통과 죽음이 있었고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전 세계의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세계인이 코로나19 종식을 간절히 소망하고 이를 위해 협조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이 지난한 상황이 끝을 맺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 하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한 전염병의 종식은 새롭게 발생할 전염병을 대비해야 함을 말해준다. 인류가 등장한 이래로 전염병은 늘 함께 있어 왔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와 전염병의 양상이 달라진 부분은 존재한다.과학의 발전으로 우리는 상하수도 시설을 대부분 갖출 수 있게되었고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술력이 생겼다. 이 말은 수인성 전염병이나 비위생으로 인한 전염병이 확산할 확률이 적어졌으며, 전염병에 대비할 무기를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류의 장거리 교류가 가능하며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한다는 것을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 또다시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가장 전염이 쉬운 호흡기를 매개로 말이다.

전염병 주식회사 게임 플레이 화면. 제공: ndemiccreations.com

 

그러면 우리는 어떤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하는가. 먼저 역학조사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각국가에서 사용하는 확진자 접촉 추적 방식들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채택하여 전 지구적으로 상용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감염된 환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분리·분류하고 치료하기 위한 의료시스템과 시설을 개발하고 확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전염병에 취약한 국가들을 위주로 전염병 대처에 특화된 구조의 야전 병원을유사시 설치할 수 있는 국제적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신속하게 전염병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인 전염병 대응 기준을 재정비하고 각 국가는 이를 따르려 노력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꾸준한 연구, 개발과 이를 지속하기 위한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지역사회의 참여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제도를 마련한다 하더라도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참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전염병을 무관심하게 또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그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전염병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숙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전염병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 문제이므로, 지역사회를 넘어서는 광범위한 시각을 가지는 것 또한 필요하다.

초반에 언급한 ‘전염병 주식회사’ 게임은 최근 새로운 버전을 발표했다. 초기 버전에는 전염병을 퍼트리는 모드만 존재했으나, 새 버전에는 전염병을 막아내는 모드가 추가되어 인기를 끌고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전염병에 대처해야 하는지를 글을 읽는 모두가 한번 고민해 보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글의 통일성 및 가독성 향상을 위해 원글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