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난민 캠프가 있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Cox’s Bazaar)에는 미얀마의 폭력과 박해를 피해 이주한 90만여 명의 로힝야(Rohingya) 난민이 살고 있다. 로힝야족은 원래 미얀마 서부 라카인(Rakhine) 주에 주로 거주하는 소수민족이지만 미얀마에서는 국적도 인정받지 못해 ‘불법이민자’로 규정될 뿐만 아니라, 미얀마를 구성하는 130개의 소수민족 중 하나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로힝야족을 겨냥한 폭력적인 군사작전이 일어나며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이 이웃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이 피난 과정에서 기아로 사망하는 난민도 많았다. 이때 방글라데시로 유입된 난민 대부분은 기존의 임시 정착촌이나 유엔난민기구(UNHCR)에 등록된 캠프, 새로 생긴 임시 캠프, 방글라데시 현지 지역사회로 흩어져 머물렀는데, 많은 난민이 미얀마-방글라데시 국경 사이 위치한 ‘무인 지대’에 발이 묶였다.
이미 난민 캠프를 형성하고 살고 있던 난민과 새로 유입된 난민이 몰려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가 과밀집된 채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살게 됐다. 4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도 달라진 것은 없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는 여전히 90만 명 이상의 로힝야 난민과 방글라데시 지역주민이 섞여 살아가고 있다. 현재 이곳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아도 난민 캠프가 끝도 없이 펼쳐질 정도로 큰 규모가 되었다. 2017년 난민이 대규모로 유입된 후 캠프가 확장되기는 했지만,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물을 길으려 길게 줄을 늘어선 나야파라(Nayapara) 캠프의 로힝야 난민. ©Daphne Tolis/MSF
미얀마군이 집을 불태우는 것을 본 후 경찰만 보면 공포를 느낀다는 로힝야 난민 하시나(Hasina). ©Yusuf Sayman
고향이 그립고 꼭 돌아가고 싶지만, 이유 없이 죽을 것을 알기에 돌아갈 수 없다는 로힝야 난민 쿠르시다 베굼 (Khurshida Begum).©Yusuf Sayman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전부터 미얀마 라카인 주와 방글라데시 난민 캠프에서 로힝야 난민을 지원해왔지만, 2017년 이후 활동을 대폭 확대했다. 2018년, 국경없는의사회는 난민 캠프 중심에 병원을 열었다. 이 병원은 응급실, 집중치료실, 진단검사실, 성인·아동 입원실, 신생아실이 있는 산부인과, 감염병 환자를 위한 격리 치료실, 중증 영양실조 아동을 위한 집중 영양실조 치료식 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 병원에서 호흡기 감염, 설사 등 난민 캠프에서 흔히 나타나는 질병을 치료하며, 성폭력 피해자, 외상 및 호흡기 질환 환자 등에게 응급 의료를 제공한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우선 이곳에서 안정화 처치를 받고, 수술실을 갖춘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국경없는의사회는 난민 캠프 곳곳에서 로힝야 난민을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질병 예방 확산에 핵심 요소인 식수·위생 환경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보이지 않는 상처인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의료 팀에 심리상담가를 추가 배치하고,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사회 보건 단원을 교육하는 등 기본적인 심리사회적 지원을 위해 여러 활동을 보강했다.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는 바로 ‘보건증진교육’이다. 로힝야 난민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해 충분히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로힝야 난민의 인식 개선과 환자 조기 발견을 위한 보건증진교육 활동이 중요하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보건증진, 질병 예방, 경계와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지역사회를 방문한다. 진단과 치료를 위해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아 의료 시설로 이송하고, 난민 가정을 대상으로 보건교육을 진행하고, 예방접종을 독려한다. 여성으로 구성된 팀은 난민 캠프 곳곳을 다니며 성·생식 보건 지원에 대한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과제는 계속해서 로힝야 난민이 겪는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앞으로도 로힝야 난민에게 필요한 의료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에 흩어져 살고 있는 로힝야족이 마주한 상황을 전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잠톨리(Jamtoli) 1차 보건센터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 ©Anna Suriny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