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세계 여성의 날: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도약하는 여성 리더 5인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도약하는 여성 리더 5인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은 ‘리더’로의 도약을 위해 성 고정관념과 같은 장벽을 뛰어넘어왔다. 이들은 조직과 지역사회에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으며, 여성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고 단체의 포용성과 접근성을 제고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2022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국경없는의사회의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 리더에게 ‘당신에게 본받을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열심히 한다면 반드시 이룰 것입니다”
레베카 라하이 Rebecca Lahai 의료 멘토, 시에라리온

레베카는 시에라리온 케네마 항하 병원에서 의료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은 간호사에게 실무 교육을 제공한다.

저는 항하 병원의 영양실조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간호사로 일을 시작했어요. 영양실조 아동을 치료하고 보호자들에게 교육을 제공해 아이가 잘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죠. 지금은 멘토로서 이론 수업과 실습 수업을 통해 환자 관찰 방법이나 학습 기회를 찾아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리더에겐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이해를 돕기 위해 과도하게 학술적인 전문 용어 사용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죠. 또한 존중하는 자세를 가지고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모두가 그렇듯 저 또한 완벽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래서 멘티에게 어떻게 해야 제가 발전할 수 있을지 물어보곤 합니다. 멘티와 동등한 입장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여성들에게 항상 의욕적인 자세로 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목표를 세울 때 그 어떤 고난이 펼쳐지더라도 달아나려고 하지 마세요. 열심히 한다면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열정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우리 함께 성장합시다"

김결희 Kyulhee Kim 성형외과 전문의, 대한민국

김결희 활동가는 성형외과 전문의이자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이다. 아이티, 나이지리아, 팔레스타인에서 활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나이지리아 ‘노마 프로젝트’에 참여한 간호사들과 김결희 활동가. ©MSF

리더십이란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넘어, 왜 그러한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해야 하는지 명확한 철학을 가지고 자신의 열정을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참된 리더십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외과 의사로서 ‘수술방’에서 리더의 역할을 합니다. 이곳은 다양한 직업군의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곳입니다. 책임이 리더에게 지워지는 압박감 속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간과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환경에서 각자의 진심이 담긴 노력이 더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지리아 ‘노마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다른 여성 전문가로부터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온 마취과 간호사 욜란다가 저에게 자신의 지난 활동 경험을 공유해주어 큰 도움이 됐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룹을 이끄는 리더십에 더해, 개인을 이끄는 ‘멘토링’이 여성들 사이에서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느낍니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눔으로써 조금 뒤에서 자신의 길을 따라오는 이들을 도와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열정 있는 여성 멘티를 발견한다면 우리 함께 성장할 기회를 공유하도록 해요!

예멘 아브스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인사팀 어시스턴트 카디자 알-하지. ©MSF

“자신을 믿으세요”
카디자 알-하지 Kadija Al-Haj 인사팀 직원, 예멘

예멘에서 인사팀 어시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카디자는 여성이 전문가로 성장하고 꿈을 추구하도록 격려한다.

처음에는 사회적 제약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보수적인 이곳에서 여성의 의무란 집에서 가족을 돌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전 제 자신이 여성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이 바뀌어 나가는 것을 방증한다고 생각해요. 여성도 남성과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책임을 맡을 역량이 있어요. 여성들은 충분히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모두가 강인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꿈을 위해 싸우고 열
심히 공부하세요. 모범이 되려고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세요. 자신을 믿고 기회가 생길
때 망설이지 말고 붙잡으세요.

“여성을 도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누르 바르 빈티 이슬람 Nur Bar Binti Islam 정신건강 치료 담당자, 말레이시아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의 정신건강 지원 담당자 로힝야 출신 여성 누르 바르 빈티 이슬람.©Balvin Kaur

누르는 말레이시아의 국경없는의사회 성폭력 치료 담당자이다. 로힝야족인 누르는 6살이 되던 해 말레이시아로 피난을 왔다.

제 업무는 치료가 필요한 성폭력 생존자의 정신건강이나 치료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파악한 후, 상담이 필요한 이들은 정신건강팀에,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환자는 의료진에게 인계합니다. 저에게 리더십이란 억압받은 여성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에너지가 되어주며,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이들에게 힘이 되고자 합니다.

 

리더가 되려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강인해야만 하는 것 같아요. 역경과 위험을 헤쳐 나갈 힘이 있으면 민족, 지역사회, 나아가 미래 세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강해지고 독립적인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일하는 여성들이 미래를 위해 두 배로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모스크로 들어가는 한 로힝야 소녀의 그림자. 말레이시아는 1 9 5 1 년 채택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내 로힝야 난민은 모두 ‘불법 이민자’로 규정된다. ©Arnaud Finistre


“우리는 함께 역량을 키워 나가고 있어요”
프루나우 미모세 렉터 Prunau Mimose Lector 간호 책임자, 아이티

프루나우 미모세는 아이티 레카이 지역 병원에서 현지 보건부와 함께 2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했던 수술 후 치료팀을 이끈 국경없는의사회 간호 책임자다.©Alexandre Michel/MSF

프루나우는 아이티 북부 국경없는의사회 응급 화상 프로젝트의 간호 책임자다. 2021년 8월 지진이 강타한 아이티 남부 지역에서 수술 후 치료팀을 이끌기도 했다.

저는 간호팀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평가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저에게 리더란 슬기롭고 침착하면서도 단호하게 팀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에요.

 

최근 강진이 있었던 레카이(Les Cayes)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주로 국경없는의사회와 현지 보건부 및 병원 간의 협업을 연계하는 일이었습니다. 현지 보건당국에게 우리의 활동을 설득하는 일은 굉장히 까다로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양질의 무상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이곳에 왔음을 진심으로 전달했어요.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환자를 돕기 위해서 말이죠.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이 해낸 일이라면 저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을 힘없는 존재로 치부하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개의치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믿으세요. 진취적인 여성이 되세요. 우리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됩니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여러분의 꿈을 따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