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구조 활동] 당신의 보물은 무엇인가요?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중해 중부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지중해 중부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생명과 사연, 추억이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호에 올랐습니다. 안전을 찾아 모든 걸 뒤로 한 채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이들이 힘든 여정에도 소중하게 간직하는 소지품은 무엇일까요? 지오배런츠호에 승선한 생존자들이 가장 소중한 소지품에 얽힌 사연과 추억을 공유합니다. 고국에서부터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이 작은 보물들. 인생에서 중요했던 순간을 상징하거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할 것입니다. 깊은 의미와 감정이 담겨 있는 사진, 목걸이, 노트 등 다양한 물건은 고난에 처한 생존자들에게 기쁨과 의지가 되어줍니다.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당신의 보물은 무엇인가요?

딜바(Dilba | 30세, 시리아 출신)

 

2024년 2월 5일,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중해를 건너려던 딜바와 130여 명의 다른 사람들을 구조했다. 그들은 정원이 초과된 목선을 타고 있었다. ©Mohamad Cheblak/MSF

저는 남편, 아이들, 형제자매, 친한 친구들의 사진을 가지고 있어요. 이 중 제가 제일 아끼는 건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이에요. 추억을 간직하려고 이 사진들을 모두 가지고 다닙니다. 시리아 전쟁이 일어나면서 모두들 다른 곳으로 떠났어요. 노르웨이 혹은 네덜란드로 간 친구들도 있고, 일부는 다마스쿠스(Damascus)에 남았고, 저는 코바니(Kobanî)로 갔습니다. 저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살던 동네와 친구들, 나고 자란 곳을 떠나야 했어요. 전쟁은 우리를 뿔뿔이 흩어지게 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을 못 본 지 수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추억은 남아 있죠.”

아메르(Amer, 가명 | 31세, 시리아 출신)

아메르와 그의 남동생인 26세 칼릴Khalil, 가명은 2021년까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살다가 지중해를 건너기 위해 리비아로 떠났다. 2023년 11월 30일, 국경없는의사회는 조난당한 섬유유리 보트에 타고 있던 아메르와 칼릴을 구조했다. ©Mohamad Cheblak/MSF

인생이 고달프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소소한 물건들이 제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이 물건들을 볼 때마다 왜 제가 저 자신과 고국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친구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찾아 이주하기로 했는지 다시금 떠올립니다. 수많은 추억과 의미가 담겨 있는 물건들이죠. 망가트리지 않고 국경을 건너 이동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사막과 계곡을 건널 때도 가지고 다녔어요. 가지고 있던 옷을 버리는 건 괜찮았는데 이 물건들만큼은 그럴 수 없었죠. 이 목재 장식은 더위와 습기 때문에 좀 손상되었지만 제가 고칠 겁니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선물해 준 수첩도 있습니다. 제가 시나 문학 작품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하미드(Hamid | 27세, 파키스탄 출신)

하미드는 파키스탄 펀자브Punjab 지역 출신이다. 그는 2022년 고국인 파키스탄을 떠나 두바이를 시작으로 이집트와 리비아로 이동했다. 그는 바다를 건너기 전 리비아에 머물 때 주유소에서 근무했다. 2023년 11월 17일, 국경없는의사회는 조난당한 목선을 타고 있던 하미드와 다른 50명의 사람들을 구조했다. ©Mohamad Cheblak/MSF

제가 가지고 다니는 반지와 목걸이는 형제 2명에게 받은 선물입니다. 이 반지와 목걸이를 가지고 있으면 어디에 있든 가족과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이것들을 착용하고 있을 땐 마치 형제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죠.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아요. 리비아에 있을 때는 반지와 목걸이 둘 다 착용하지 않았어요. 빼앗길 걸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지오배런츠호에 승선하자마자 가장 먼저 이 반지와 목걸이를 착용했어요. 여기라면 빼앗길 염려가 없으니까요.”

마드리드(Madrid | 28세, 시리아 출신)

2024년 2월 5일, 마드리드는 남편, 아들, 남편의 모친과 함께 리비아 해안에서 항해에 적합하지 않은 목선을 타고 유럽에 닿기 위한 항해를 단행했다. 약 15시간 후,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네 사람과 다른 130명의 사람들을 지중해 한가운데서 구조했다. ©Mohamad Cheblak/MSF

남편인 모아타즈 Moataz와 저는 아주 오래전에 만났어요. 연애 초창기에 남편은 이 시계를 선물해 줬죠. 훗날 우린 결혼식을 올렸고 그때부터 이 시계를 쭉 차고 있어요. 리비아로 갔을 때도 이 시계를 가져갔죠.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할까 걱정되긴 했지만요. 이 시계는 남편의 사랑이 담긴 거라 제게 너무 소중했거든요. 리비아 구금 센터에 있을 때 피부에 알레르기가 생겼지만 그래도 계속 차고 있었어요. 잠을 자거나 씻을 때도 항상 차고 있어요. 이 시계는 저와 남편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소중한 물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