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에도
지구 곳곳에서는 영양실조 위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와 수단에서는 2024년에 계속해서 영양실조 위기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주요 대응 내용을 알아봅니다.
영양실조, 어떻게 대응할까요?
예방은 항상 치료보다 낫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여기에 평생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중증 영양실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오늘 세션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은 레시피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겠죠.”
2024년 1월 케비주 어느 마을에서 톰 브라운 레시피를 시연하는 마리암 ©Georg Gassauer/MSF
나이지리아 북서부 케비Kebbi주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지역보건증진팀 책임자로서 해당 지역을 순회하며 사람들 앞에서 ‘톰 브라운Tom Brown’ 레시피로 불리는 요리법을 시연하기도 하는 마리암Maryam Muhammad의 말입니다. 노래와 함께해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워지는 이 요리법. 어떤 거냐고요?
‘달콤한 죽’을 먹으러 가자!
케비 지역에서는 수수·기장과 콩, 땅콩을간단하게 6:3:1 비율로 섞어서 만든답니다. 먼저 재료들을 불리고, 세척하고, 굽는 과정을 거친 이후 혼합해 분쇄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분말을 깨끗한 물과 섞어서 끓는 물에 부은 다음 몇 분 동안 끓이면 죽이 완성! 지역 재료 수급이나 선호도, 경제적 여건에 따라 팜유나 모링가 잎, 우유, 고기 등이 추가될 수도 있답니다. 한국에서 요즘 유행하는 ‘저속노화’ 식단과도 유사하지 않을까요?
톰 브라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의 일부이다.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재배돼 현지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수수, 콩과 땅콩 간 것을 섞는다. ©Georg Gassauer/MSF
감당 가능한 영양실조는 없다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아 30년 만에 최악 수준이라는 이 지역에서 이 요리는 당장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2024년 1월에서 5월 사이에 마리암을 포함한 보건증진팀이 케비 인근에서만 554차례 이런 시연을 진행한 이유죠. 남성 1,461명을 포함하여 13,300명 이상이 이러한 시연 세션에 참여했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2022-2023년 나이지리아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이 톰 브라운 레시피는 중등도 급성영양실조MAM 아동들 사이에서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다른 영양실조 치료식과 비교해보면 비용 대비 도달 효과가 크기도 하고요.
그러나 케비주를 비롯한 나이지리아 북부 대부분 지역의 수요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대응은 부족합니다. 이 지역 대부분이 영양실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2023년 5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나이지리아 북동/북서부 지역에서 급성 영양실조를 앓는 5세 미만 아동이 약 440만 명이었답니다. 마찬가지로 나이지리아 북부에 위치한 바우치Bauchi주에서도 영양실조 사례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팀은 의료 대응 활동을 빠르게 확대해왔습니다.
아동 4명 중 1명이 영양실조 상태
나이지리아 북서부 잠파라Zamfara주에서 영양실조율 수치는 세계보건기구 WHO기준 ‘심각한 상황’ 기준치의 거의 두 배에 달합니다.
2024년 5월 나이지리아 북서부 잠파라주 주르미 종합병원 영양실조 치료식 센터 앞에서 딸 니마를 안고 선 하디자 무사Hadiza Musa ©Abba Adamu Musa/MSF
아동을 위한 종합적인 접근
국경없는의사회 영양실조 자문관 나탈리 Nathalie Avril는 수요가 지리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황을 고려한 규모 있는 대응 활동과 아동을 위한 종합적 접근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요.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예를 들어 아동 영양실조가 중증으로 발전하기 전에 증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부모와 보호자들이 뮤악 MUAC, mid-upper arm circumference 밴드를 사용해 집에서 아이들의 상완 둘레를 측정하도록 하는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2024년 7월 나이지리아 바우치주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뮤악 밴드를 이용해 영양실조 아동 상완 둘레를 측정하는 모습©Miguel Godonou/MSF
영양실조 위기를 심화하는 분쟁
나이지리아 북부에서만 영양실조 위기에 놓인 아이들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쟁은 영양실조 위기를 야기하는 복합적 요인들을 심화시킵니다. 매일의 영양 섭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 70% 가량이 분쟁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케냐 출신으로 국경없는의사회와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남수단, 수단과 예멘 등지에서 20여 년간 일해온 의료인 케네디Kennedy Olela에 따르면 분쟁 지역에서는 물류 공급 문제로 인해 구명 지원을 위한 비용마저 끝없이 치솟습니다. 5톤 중량의 구호품을 실은 전세 비행기 비용으로 15,000불이 들어가는데, 사실 이 비용이면 분쟁이 없는 좀 더 안정적인 지역에선 20톤짜리 트럭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죠.
2024년 7월 나이지리아 바우치주 국경없는의사회 입원 치료식 센터에서 추가로 설치된 텐트에 입원한 환자들 ©Miguel Godonou/MSF
수단의 위기
작년에 전쟁이 발발한 수단 북다르푸르의 가장 크고 오래된 국내 실향민 캠프 중 하나인 잠잠Zamzam 캠프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실시한 관련 조사에 따르면 2023년 4월 분쟁 발발 이후 이곳 모든 영양실조 관련 지표가 긴급사태 기준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심각한 영양실조 사태는 각종 요인에서 기인합니다. 보통 12월은 수확철이라 식량 재고가 가장 넉넉하기 때문에 원래 1월에는 영양실조 수치가 가장 낮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사람들이 불안정한 치안 때문에 농작물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고 이와 더불어 그나마도 얼마 되지않던 농업 생산량이 적은 강수량 탓에 평균을 밑돌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수단 긴급대응 책임자 클레어Claire Nicolet의 말입니다. 해당 캠프에서 유일한 의료서비스 제공자인 국경없는의사회의 소규모 진료소는 환자 수와 이들의 중증도로 인해 과부하에 걸렸을 정도입니다. 수단 전쟁 이후 북다르푸르의 취약했던 보건 체계와 인도적 대응은 붕괴됐습니다. 도로 등 공급 경로가 막히면서 다른 단체들의 지원도 중단되고 물자들이 부족해 주도 엘 파시르El Fasher에서 전개되던 영양실조 프로그램도 더는 존재하지 않고요. 올해 상반기 기준, 프랑스 전체 면적에 준하는 총 다섯 개 다르푸르주 전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무상으로 소아과 의료지원을 제공하는 유일한 대규모 국제단체였습니다. 전쟁 시작 이래 2024년 6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수단에서 34,751명의 급성 영양실조 아동 환자를 치료했답니다.
아동 및 여성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잠잠 캠프 내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2024년 1월. ©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