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다시 찾은 남수단
2024년 말 남수단 아웨일에서 활동하고 돌아온 마취과의 이효민 활동가.
십년 전 벤티우 활동 이후로 다시 찾은 남수단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남수단, 감회가 새로우셨다고요?
아웨일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오랜 기간 활동해 온 지역으로, 치안이 꽤 안정적인 편입니다. 저는 10년 전 남수단 벤티우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데, 당시는 내전이 극심했던 시기였어서 내전이 멈춘 그곳은 이제 완전히 다른 나라처럼 느껴졌어요. 더 이상 거리에 무장한 군인들이 다니지 않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였습니다. 내전이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죠.
국경없는의사회는 그곳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아웨일 주립병원에서는 15세 미만 환자를 위한 소아과와 소아외과, 그리고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고, 말라리아 치료를 위한 병동을 확장하고 있어요. 이 지역 역시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이고, 성인의 경우 말라리아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5세 미만의 아동과 임산부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근무한 병원 전반적으로 말라리아 대응이 매우 중요한 활동이었습니다. 뱀에 물려 병원을 찾는 환자도 매일 있었어요. 이런 경우 뱀의 종류에 따른 신속하고 정확한 항독소 치료가 중요한데, 뱀에게 물려도 바로 병원에 오지 않아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민간요법이나 알 수 없는 주사 치료를 남용해서 상처가 깊어지거나 감염되는 일도 자주 발생했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주사 치료를 받고 엉덩이 등 피부에 고름이 생겨 병원을 찾는 아이들도 많았어요. 심한 경우 고름을 빼내고 항생제 치료를 하는데 보통 한 번에 낫지 않기 때문에 2~3일에 한 번씩 이러한 치료를 반복해야 합니다.
지역 내 병원 자체가 많이 없기도 하고,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지역 주민들은 아프면 병원에 가야한다는 인식도 높지 않았습니다. 민간 요법을 선호하기도 하고요. 매우 안타까운 점이죠.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었나요?
결과가 좋지 않았던 환자가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파견 첫 주에 복막염이 의심되는 신생아의 수술이 있었어요. 장티푸스로 인한 천공이 의심되었는데 이후로 수술을 두 번 더했지만 결국 살리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드물지는 않았지만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된 어린 환자였고, 당시 몸무게가 4kg도 안 될 정도로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치료는 했지만 스스로 회복하기에는 너무 약했던 거죠. 정말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한 번은 과다 출혈로 응급실에 온 산모의 수술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궁파열이 예상되어 수술을 진행해보니, 자궁이 아니라 비장이 문제였어요. 알고 보니 이 산모는 근처 시장에서 누군가에게 맞아서 비장이 파열된 거였죠.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수술 이후 여러 수치가 좋지 않아 경과가 걱정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이틀 뒤에 산부인과에 갔을 때 다행스럽게도 건강히 태어난 아기와 함께 걸어서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너무 기뻤어요. 두 달도 안 된 아기를 잃기도 했지만, 아이도 산모도 함께 살린 일도 있었던 거죠.
다양한 결과를 마주한 환자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마음이 힘드실 텐데 그럼에도 다시 현장을 찾는 이유는 뭘까요?
처음 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이거 언 발에 오줌 누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치료하던 환자들이 사망하는 등의 상황을 마주할 때면 좌절감도 많이 느끼고 심적으로 힘들었죠.
하지만 활동을 몇 년 동안 반복하며 개인적으로 이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환자를 치료하지만, 지역의 식량이나 보건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아이들을 잃는 일은 계속 반복됩니다. 조혼 풍습, 내전 등 국가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환자는 끊임없이 생깁니다. 좌절하게 될 수도 있죠. 그럼에도 우리와 같은 인도주의 의료단체가 들어가 활동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다시 현장으로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