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이야기] 국경없는의사회 기술직 관리 활동가들

의료 현장에 빠질 수 없는 '감초', 국경없는의사회 기술직 관리 활동가들을 소개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라고 해서 메스를 들고 수술하는 의료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긴박한 구호 현장에 의료진이 도착해도 수술할 병상이 없거나 치료할 환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국경없는의사회는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지 못할 테니까요. 통칭 ‘로지스티션(logistician)’은 현장의 기술직 관리자들로서 현장 직원들의 이동과 안전을 책임지고, 의료시설 내외 시설을 건설하거나 점검하며, 운영에 필수적인 상하수도·전기·인터넷 공급까지 관리합니다. 의약품 등 필수품의 조달과 운송에도 필수적인 현장의 ‘감초‘와도 같은 역할이죠. 한 마디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현장 중 ‘로지스티션’이 필요하지 않은 곳은 없는데요. 최근 기술직 관리자로서 처음으로 국경없는의사회 현장에 다녀오신 두 분을 만나봅니다.

2024. 07. - 12 파키스탄, 구지란왈라 고은아 활동가

ⓒ고은아 활동가/MSF

첫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저는 파키스탄 구지란왈라라는 지역에서 기술직 관리자 (Logistics Manager)로 결핵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결핵 환자 중에서도 약제내성 결핵 환자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였어요. 파키스탄에는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자신의 질병을 숨기느라 치료를 못 받는 환자가 많습니다. 다행히 펀자브 지역은 그렇게 보수적이진 않지만 의료시설이 열악합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곳을 찾아오곤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역 내 유일한 국제 비영리단체였어요. 우리는 병원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병원 내부에 격리 병동과 검사실을 설치하고, 결핵 진단을 하려면 진엑스퍼트(GeneXpert)라는 진단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단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해당 기기를 가진 다른 기관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합니다. 병원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고 필요한 도구를 마련함으로써 병원 직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기술직 관리자는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가장 먼저 직원들과 하루 일정을 공유하며 업무가 시작됩니다. 직원의 이동 수단과 안전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보통 아침에 만나서 보건증진팀의 지역사회 방문 차량을 준비하거나, 오늘 어떤 직원이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등을 파악하고 조율하는 작업이죠. 병원 내 격리 병동과 검사실 건설 작업에도 참여했어요. 병원 공간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하고요. 열악한 생활 여건으로 고생하는 직원들의 다양한 애로사항을 듣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어요. 파키스탄은 수질 문제가 큰 국가는 아니지만, 직원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사용하는 물의 수질을 점검했습니다. 그전에는 한 번도 수질 점검이 진행된 적이 없었다 하더라고요. 다행히 지금은 환자들이 깨끗한 식수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요. 때때로 전기나 인터넷 공급 중단에도 대응해야 했어요.

가장 보람 있었던 또는 가장 즐거웠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여성 ‘로지스티션(Logistician)’이 흔하지 않다고 들었어요. 파키스탄 자체도 워낙 보수적인 문화이다 보니 여성인 제가 ‘남초’ 직군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해 본부에서 걱정을 하기도 했죠. 근데 제가 공대 출신이라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힘든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어쨌든 이런 ‘남초’ 직군에서 여성으로서 일하면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뿌듯했어요. 무엇보다 일이 저랑 너무 잘 맞았어요. 우간다 출신의 의료 팀장, 나이지리아 출신의 물류 코디네이터, 체첸 출신의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등 상상도 못 할 만큼 다양한 국적의 동료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도 너무 좋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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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 10. 우간다, 카세세 이준혁 활동가

ⓒ이준혁 활동가/MSF

첫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우간다의 카세세 지역에서 기술직 관리자로 6개월간 근무하고 돌아왔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카세세에서 10-19세의 청소년을 위한 특화된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청소년의 필요에 맞는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성·생식 보건 관련 서비스, HIV나 겸상적혈구빈혈을 가진 환자에 대한 치료와 더불어 사회적 또는 정신건강적 지원을 제공하죠.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지역에서 직접 활동하는 유일한 국제 단체였어요. 기술적인 영역으로는 이런 의료시설 내 환경을 개선하는 일, 특히 의료시설이나 위생, 급수 시설을 필요에 따라 확충하거나 재건해주는 역할을 했어요.

기술직 관리자로서 현장에서 하신 일을 좀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모든 의료활동은 물류 및 기술적인 지원을 수반합니다. 기술직 관리자가 하는 역할 중 중요한 것이 수송인데요. 예를 들면 활동에 필요한 물품의 재고를 관리하고, 품질을 확인하고, 의료팀과 공조해서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의료시설 건설이나 보수 작업을 진행하기도 해요. 의료시설에서 폐기물 처리가 원활하도록 폐기물 소각장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긴급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물자와 프로토콜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의료팀에서 필요한 제반 업무를 지원합니다. 의료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문제가 발생하기 전 미리 모든 걸 준비하는 것이 바로 우리 기술직 팀의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참여해보니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많은 국제구호단체가 현장에서 하는 일이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어요. 직접 현장에 와서 경험해보니 인도적 지원이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많은 시스템에 더불어 많은 이들의 노력이 존재하더라구요. 지역정부나 유관 단체와 끊임없이 소통해가며, 지역사회와 동화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엿볼 수 있었고요. 뿐만 아니라 국경없는의사회에는 적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시스템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권한이 분산 되어있는 구조이고, 전문 분야별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편이에요. 여러가지 부작용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게다가 감사제도가 확실해요. 비리나 남용, 오용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 감독을 하죠. 자금을 투명하게 운영하려는 단체의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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