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약이 비싸거나 구할 수 없어서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코로나19 대응에 사용되는 치료제, 진단키트 및 백신에 대한 특허나 폭리를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특허를 중지하고 무효화하며, 가격 통제와 같은 조치를 취할 것 을 촉구했다. 가격을 인하하고 접근성을 보장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미 캐나다, 칠레, 에콰도르, 독일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치료제, 백신 및 기타 의료 도구 등에 대해 ‘강제실시권’을 발급해 특허를 무효화하기 쉽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정부도 코로나19 대응에 사용하기 위해 연구 중인 의약품에 대해 특허 강제실시권을 발급했다.
※강제실시권 : 공공의 이익 보호와 특허권 남용 방지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특허권자의 동의 또는 허락 없이 정부가 특허를 타인에게 실시하게 할 수 있으며, 이때 정부의 허락으로 특허권을 실시할 수 있게 된 자의 권리를 의미한다.
제약회사 길리어드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인 ‘렘데시비르’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으나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에 따라 이를 포기했다. 이전에 길리어드는 70여 개국에 출원한 20년 특허에 대해 독점을 연장할 수 있었다.
※희귀의약품 제도 : 수요가 적어 상업성이 떨어지는 희귀·난치성 질환 의약품의 개발 및 유통을 독려하기 위한 제도로, 이를 통해 해당 제약사에 몇 년간 마케팅 독점권이 주어진다.
다나 길(Dana Gill)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Access Campaign, 필수 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 미국 정책 자문위원은 “길리어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상업적 폭리를 취해선 안 되며, 특허와 기타 독점권을 실시하거나 주장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길리어드는 이번 세계 보건 위기뿐 아니라 앞으로 몇 년 동안 렘데시비르에 대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청구하고자 할 것”이라고 전했다. 렘데시비르 연구 개발에 사용된 세금와 공적자원을 고려하면 더욱 상업적 이익을 취할 수 없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동 진료소에서부터 응급 환자 치료 및 코로나19 치료 센터 운영까지 코로나19 대응 전반에 걸쳐 협력하고 있다. ©Agnes Varraine-Leca/MSF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 지역 및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고 있는 국가에서 향후 코로나19 치료제, 진단키트와 백신의 접근성이 제한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가 이에 대해 강제실시권을 발급해 특허를 중지 및 무효화할 준비를 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특허를 비롯한 다른 장벽을 없애 충분한 수의 공급자가 모든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마르시오 다 폰세카(Márcio da Fonseca)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전염병 자문위원은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에서 의료 지원 활동을 하며 필요한 약이 너무 비싸거나 단순히 구할 수 없어서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며, “제약회사들이 특허권을 실시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독점권을 무효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저렴한 의약품 공급을 보장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단키트 제조사 세페이드(Cepheid)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폭리를 취하려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은 신속 진단키트(Xpert Xpress SARS-CoV-2)에 대해 개발도상국에서 회당 19.80달러의 가격을 책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중에는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최극빈국도 포함된다. 이 진단키트는 기존에 결핵, HIV 등 기타 질병에도 사용되는 진단 기기를 활용해 45분 만에 결과를 낸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다른 기관이 유사한 검사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세페이드의 결핵 진단키트를 연구한 결과, 개발도상국에서 10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키트의 구성품은 제조비, 간접비 및 기타 비용을 포함해 3달러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진단키트는 5달러에 판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티즌 데보르그라베(Stijn Deborggraeve)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진단 자문위원은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 시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을지 알아볼 때가 아니다”고 말하며, “우리는 현재 상황에서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높은 가격과 독점으로 인해 결국 치료제와 진단키트, 백신을 정부에서 배급하게 될 것이며, 이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연장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라고 경고했다.
다나 길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정책 자문위원은 “제약회사 및 진단키트 제조사들이 ‘해결’이 아닌 ‘문제’가 되기를 선택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극심한 세계 보건 위기 가운데서도 옳은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우리는 각국 정부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인식하고,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한 치료제, 진단키트, 백신을 개발하는 데 정부의 힘을 사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