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사라진 감염병이 다시 나타나는 이유

여전히 세계 한편에는 간단한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는 감염병이 유행하고 많은 소아가 목숨을 잃습니다.

신경수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소아과 전문의)

우리는 모두 외부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 병원체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 환경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병원체와의 싸움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방어 체계가 바로 ‘면역 작용’이다.

출생 후 영유아기에는 모체로부터 태반을 통해 받은 항체가 면역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1세경이면 이 항체들의 대부분은 사라지기 때문에 병원체와 싸울 수 있는 항체를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소아의 면역 작용은 성인에 비하여 아직 미숙하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병원체와 싸울 수 있을 정도로 항체를 만들지 못한다. 그러므로 선천적으로 만들어진 면역(Innate immunity) 과 정이 아닌 획득 면역(Acquired immunity) 과정을 통해 방어 체계를 얻게 된다. 획득 면역의 대표적인 예가 예방접종이고, 예방접종을 통해 병원체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항체를 만들 수 있 다. 획득 면역은 선천 면역과 달리 특정 병원체에만 반응하여 면역 작용을 하는 특성이 있어서 영유아기에 치명적인 감염병의 병원체에 대한 면역 작용을 가지려면 여러 종류의 예방접종을 정기적으로 받아야만 한다. 이런 예방접종을 ‘필수 예방접종’이라고 한다. 감염병이 흔하게 발생하거나 감염병에 걸렸을 때 심한 후유증 및 장애를 남길 수 있는 경우에는 대부분 국가가 이러한 감염병에 대한 예 방접종을 ‘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하고 국민들에게 무상이나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역의 실정에 맞는 필수 예방접종을 선별해 권고하고 있다.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감염병은 결핵, 홍역, 소아마비, 풍진, 백일해, 디프테리아, 파상풍, B형 간염, 콜레라, 수두, 장티푸스, 폐렴구균폐렴 등이다.

신경수 활동가가 디프테리아가 의심되는 환자의 인후를 검진하고 있다. ©Kyung Sue Shin/MSF

아직 많은 저개발국가에서는 소아에게 필수 예방접종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나이지리아 동북부 지역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아이들이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홍역 등을 앓고 있는 것을 보았고, 해마다 이런 질병들이 유행한다고 전해 들었다. 디프테리아의 경우 이제는 전 세계에서 사라진 감염병으로 알려져 있어 치료 항생제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많은 비정부기구에서 필수 예방접종 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는 간단한 예방접종만으로 발생을 막을 수 있는 감염병이 해마다 반복적으로 유행하고, 그로 인해 많은 소아가 목숨을 잃는다.

©Kyung Sue Shin/MSF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우리 모두가 알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는 우리 기억에서 사라진 감염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