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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난민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한다”

2012.07.10

다니엘라 오베르티(Daniela Oberti)는 레바논 동부 산악지역에서 시리아 난민을 상대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이다. 오베르티 간호사가 전쟁으로 인해 파괴당한 “평범한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전한다.

아르살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간호사, 다니엘라 오베르티

2012년 5월 16일 레바논 베카 계곡(Vekaa Valley), 쥐데이데(Jdeideh). 정말 긴 하루였다. 오늘 아침 나는 시리아로부터 뻗어 나온 해발 1,600미터 산맥 가운데 위치한 아르살(Aarsal) 진료소에 있었다. 이 지역 풍경은 놀랍다. 산정상에는 여전히 눈이 덮여 있지만, 비탈로 가면 기온이 올라간다. 레바논으로 유입되는 많은 시리아인들에게 이 지역은 첫 번째 관문이다.

지난 몇 주 동안 많은 NGO들이 아르살에 도착하였고, 유엔난민기구(UNHCR)는 공식 난민등록 절차를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시리아인들은 등록 카드를 받아 난민 지위를 획득하고, 현지 단체 및 국제 단체를 통한 다양한 난민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빈 집은 없어

한 달 반 전쯤 처음 아르살에 도착했을 때에는 빈 집이 있었다. 현재는 완공이 되었건 아직 건축 중이건 모든 건물에 시리아인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 많은 난민들은 레바논 사람들 집에 살거나 NGO가 제공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대형 모스크에서 전 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는 물과 식량, 위생도구 키트가 지급되었다.

평범한 사람들, 평범한 가족들은 소요 때문에 고국을 떠나야 했다. 여전히 폭탄이 투하되고 반란군과 군대 사이의 충돌이 잦은 홈스(Homs) 지역에서 온 사람이 대부분이다.

목소리 찾기

나는 하미아(Hamia)를 만났다. 그녀는 최근 심리 치료 상담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제 곧 스무 살이 될 젊은 그녀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모스크의 한 방 한 켠에서 생활하고 있다. 바닥을 덮고 있는 매트리스와 깔개를 제외하면 방 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 하미아는 담요 두 장을 두르고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울면서 말을 말하기를 자주 멈췄다. 어제 그녀의 16살 된 남동생이 시리아에서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소식에 모두가 놀랐고 나는 말문 막혔다. 내가 그녀에게 심리치료사에게 이야기해보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녀는 그러겠다고 했고, 심리치료사 모하메드(Mohamed)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왔다. 

들어야 할 의무

그날 저녁 나는 내가 만난 사람들을 생각했다. 내가 만난 얼굴들. 그 슬픈 눈과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지만, 여전히 당당하고 호의에 찬 그 눈동자들을 생각했다. 나에게 고맙다고 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내가 해줄 수 있었던 건 건강 문제를 들어주고 다음 날 진료소로 오라고 한 것 밖에 없는 데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내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나는 거기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생의 단면을 들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을 느꼈다. 뉴스에서는 폭격, 부상자, 사망자 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모든 폭격, 모든 부상자, 모든 사망자에 대한 뉴스 뒤에는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들과 이웃이 있다. 이들은 당신과 나와 같은 사람들, 범죄라고는 저질러 본 적 없지만 전쟁의 포화 한 가운데 휩쓸리게 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