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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의료지원이 절실한 시리아 난민과 지역분쟁 피해자들

201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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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를 떠난 피난민 중 10,600여 가구가 시리아 국경에서 30km 가량 떨어진 레바논 제2의 도시 트리폴리(Tripoli)에 정착했다. 트리폴리에 기존에 거주 하던 레바논 시민 50만 명과, 바다위(Baddawi)와 나흐 엘바레드(Nahr el-Bared) 캠프의 팔레스타인 난민에 추가로 시리아 난민 42,000명이 유입하면서 인구가 증가했다.
트리폴리 시의 내부 상황은 복잡하다. 트리폴리 시민 중 다수는 수니파이며, 소수계인 알라위(Alawite)파와 기독교 공동체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 분파간 분쟁이 수십 년 간 계속되면서 바브 알 타바네(Bab al-Tabbaneh) 지구의 수니파와 자발 모셴(Jabal Mohsen) 지구의 알라위파 사이의 골이 깊어졌고, 지난 2년 동안 시리아 전쟁으로 인해 관계가 더욱 악화되었다. 

절실한 긴급의료 

시리아 위기가 시작된 이래, 트리폴리 국영 병원에는 수 많은 시리아인 환자가 몰려들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응급의료진 라치드 칼둔(Rachid Khaldoun) 박사는 "이 병원은 레바논인을 비롯해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난민들에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주요 의료시설입니다. 이 곳의 니즈는 방대합니다”라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2년 5월부터 이 병원 응급의학과에 인력과 응급상황 관리에 대한 의료진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의료장비와 보급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이 병원의 응급의학과는 한 달 평균 1,730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이 중에는 20명 가량의 시리아인 부상자들과 위급한 내과 및 소아과 질환으로 내원한 340여 명의 난민도 포함되어 있다. 트리폴리 국영병원은 현재 레바논 북부 전 지역에서 응급진료를 필요로 하는 시리아인들을 위한 1차 진료시설이다. 자발 모셴과 바브 엘 타바네 지구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부상당한 환자들이 이 병원으로 옮겨진다. 5월 19일부터 26일 사이 벌어진 최근의 충돌에서 102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트리폴리 프로그램 부책임자 가산 한나(Ghassan Hanna)는 "트리폴리에는 인도적 지원을 긴급히 필요로 하는 시리아인들이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시리아 전쟁과 연계된 지역 분쟁으로 인해 의료분야의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의료 니즈에 대응하는 1차 진료

자발 모셴과 바브 알 타바네 지구는 트리폴리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면서 가장 소외된 지역으로, 의료지원에 대한 접근도 제한적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기술지원, 약품 및 의료물품 지원과 더불어 이들 지역의 진료소 두 곳을 통해 1차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2012년 2월 국경없는의사회는 트리폴리의 다른 지역에 위치한 다랄 자라(Dar al-Zahraa) 지역병원에서 시리아인 난민을 비롯하여 레바논 인구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소를 열었다. 의사 한 명과 간호사 두 명이 무상으로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레바논 북부로 유입되고 있는 시리아인의 수를 고려하면 하루 진료가 70건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경없는의사회 마하 나자(Dr. Maha Naja) 박사는 "대부분의 시리아 환자들은 만성이나 급성 질환 치료를 위해 이곳을 찾습니다. 난민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비를 감당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로, 전쟁 상황에서는 자기건강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물과 식량에 대한 확보를 포함한 생존 자체가 가장 우선시되기 때문이죠. 우리는 만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많이 보는데, 이들은 치료를 중단하면서 건강이 더 악화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시리아 난민 소녀를 진찰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

피부과 질환, 영양부족, 영양장애 같은 다른 질병은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되어 살아가는 열악한 생활 조건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많은 난민들이 기초생필품도 구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어 질병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나자 박사는 "난민들에게는 의료 지원과 사회복지가 시급히 필요합니다. 야뇨증을 앓거나 부모님의 심리 상태와 관련된 병을 가진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심리적 외상을 앓게 되고, 이는 질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 만성 질환 치료는 뒷전으로 밀리게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분쟁의 경험으로 정신건강 지원의 필요성 증대

트리폴리 국영병원 내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정신건강 진료소에서는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치료사가 지역 분쟁 피해자, 시리아 난민과 팔레스타인 난민에게 필요한 상담과 진료를 진행한다. 국경없는의사회 사회복지사들이 레바논인 가정과 지하 혹은 창고나 차고 등 심각한 생활 조건 아래 피난 생활을 하는 시리아인 가정을 찾아가 의료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정신과 전문의 라얄 라할(Layal Rahhal)은 "우리 환자들 중 대부분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역 분쟁은 공동체에 극단적인 압력을 가했고,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서기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총에 맞을까 두려워 불과 몇 걸음 떨어져 있지 않은 이곳에 오는 것 조차 거부할 정도입니다”라고 말한다.
진료소를 찾는 환자 수가 끊임없이 증가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트리폴리의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공동체들에 대한 정신건강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시리아 난민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앓고 있으며 분쟁과 관련되어 있거나 분쟁으로 악화된 인격장애와 불안장애를 경험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2년부터 트리폴리에서 활동해왔다. 트리폴리의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레바논 내국인 37명과 국제 현장활동가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3년 4월말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만성 및 급성 질병 치료, 예방접종, 산전후 관리를 포함하여 16,991건의 1차 진료상담을 수행했고, 1,582건의 정신과 상담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