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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는 왜 소말리아에서 철수를 결정했는가

2013.08.21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 우니 카루나카라(Unni Karunakara) 박사

소말리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프로그램을 모두 폐쇄한다는 지난 8월 14일의 발표는 정계 및 인도주의 지원 공동체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지도자들이 안정된 정부와 재건으로 나아가고 있는 소말리아에 대해 긍정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가운데 나온 발표였다. 최악의 타이밍에 나온 결정인 셈이었다. 기자 회견에서 우리가 받은 질문도 정부 측의 낙관적 분위기와 국경없는의사회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결단을 내리게끔 된 우리의 냉정한 판단 사이의 간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능한 해명을 해보고자 한다. 먼저 국경없는의사회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상황에 대한 논평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들의 건강과 이들이 필요할 때 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역량에 최우선적으로 역점을 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그리고 소말리아 전역에서 폭넓게 활동해온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간단히 말해 상황이 좋지 않다. 소말리아인 대부분이 영양부족 상태에 질병과 부상을 안고 살고 있다. 필요시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거의 없다. 우리는 소말리아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고군분투해왔다. 우리 병원과 직원 보호를 위해 무장 경비를 고용하기도 했다. 다른 분쟁지역에서는 하지 않는 조치였다.

이런 극단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납치되고 16명(!)이 살해되는 등 우리는 집중 공격을 받았다. 또한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잦은 협박, 절도, 기타 위협적인 사건들에 시달렸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처럼 안전 위험이 높았던 곳이 없을 정도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아서 활동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트위터의 다수 코멘트는 정확하다. 그러나 국경없는의사회에도 한계가 있다. 지난 5년에 걸친 일련의 살해 사건 및 납치 사건으로 소말리아에서 우리는 그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2011년 12월, 모가디슈에서 우리 활동가 2명이 처참하게 살해되었다. 살해범은 재판에 회부되어 유죄 판결을 받고 30년형을 선고받았지만 3개월 후에 석방되었다. 그 두달 전 다답(Dadaab)에서 납치된 또 다른 활동가 2명은 겨우 몇주 전에야 풀려났다. 이들은 소말리아 중남 지역에서 무려 21개월이나 갇혀 있었다. 이 두 가지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안전 문제, 또는 범죄 문제가 우리가 소말리아를 떠나는 이유는 아니다. 소말리아에서 계속 활동하고자 했던 우리의 희망에 최종적으로 찬물을 끼얹은 것은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받기 위해 우리가 협의했던 바로 그 당사자들이 인도주의 활동가들에 대한 공격을 용인하고 묵인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우리 직원에 대한 범죄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경우도 있었다. 그외 상당수의 경우 이들은 이러한 공격이 발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장했다. 우리가 아니라면 결코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할 사람들에게 단순히 의료 지원을 하고자 했던 의사, 간호사, 여타 직원들을 위협하거나 납치하거나 살해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나서서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명확히 할 점이 있다. 알-샤밥(al-Shebaab)이 우리가 활동했던 대부분의 지역을 장악하고 책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말리아의 당사자들”이라고 할 때 이는 단순히 알-샤밥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살인범을 조기에 석방한 것에서 보여지듯, 2011년 우리 활동가 2명의 살해사건에 냉담했던 모가디슈 정부만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국경없는의사회가 내린 결론은 소말리아 사회에 의료진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있으며, 현재 대부분의 무장단체는 물론 부족 원로에서부터 지역 책임자, 소말리아 연방정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의 민간 정부 측에서도 이러한 용인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주의 지원을 남용하고 조작하고자 하는 의도는 우리가 소말리아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에 벌어진 사건에서도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현지 알-샤밥 대표단이 딘소르(Dinsor)와 마레레(Marere)에 있는 우리의 병원 시설을 장악하여 기기와 물품을 몰수하고 환자들을 모두 퇴원시키는 바람에 진료를 끝마칠 수 없었다. 그리고 역시 하루도 채 지나기 전에 “국경없는의사회의 결정은 정확하게 알-샤밥과 알-카에다가 원하는 바, 즉 소말리아 국민들을 더욱 불안 상태로 몰아넣는 것이다. 우리는 국경없는의사회에 이러한 결정을 재고하고 소말리아 국민들과 협력하도록 촉구하는 바이다”라는 소말리아 대통령 대변인 논평이 나왔다. 즉 다시 한 번 인도주의 단체인 우리에게 정치적, 군사적 의제를 강요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소말리아에서 철수하기로 한 결단은 국경없는의사회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 중 하나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는 매달 5만 명 가까운 환자를 진료했다. 매일 거의 2천 명을 진료한 셈이다. 이제 이들은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곳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의료 단체로서 이는 커다란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케냐에 머물고 있는 수십 만 명의 소말리아 난민들이 조기 귀환할 가능성이 더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경우, 비록 치안 상황이 우리 환자들과 직원들에게 소말리아보다 거의 나을 바 없지만 이곳 난민에 대한 의료 지원은 계속하고 있다.

소말리아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권력을 쥐고 있거나 영향력이 있는 세력이 소말리아 전역의 국민들에게 의료지원을 제공하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한, 이러한 지원을 제공하고자 개인적으로 엄청난 위험을 감당하는 이들을 존중해주지 않는 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소말리아로 돌아갈 수 없다.

* 본 기고문은 8월 20일자 케냐 신문 “The Standard”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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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철수를 발표하고 있는 국제회장 우니 카루나카라 박사 ©Yann Libessart/ 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