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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카메르에서 온 소식

2015.05.15

예멘의 수도 사나 북쪽에 위치한 암란 주(州) 카메르(Khamer)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알-살람(Al-Salam) 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암란을 통틀어 단 두 곳밖에 없는 병원 중 하나로, 주로 암란 북부의 외딴 지역과 저지대에서 오는 환자들을 치료합니다. 하지만 연료 부족 문제로 사람들이 전처럼 이동할 수 없는 지금, 환자들은 병원에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고 있습니다. 연료 부족 문제는 깨끗한 물을 구하는 데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실향민들을 위한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고, 위생 키트와 취사도구 세트 등 생필품과 깨끗한 물을 제공하면서 카메르 지역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압둘라 후세인 샤라(Abdulla Husain Sha’ra) / 사다 출신 실향민

식구들과 사다를 떠난 것은 한 달 전쯤이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불과 20m~30m 떨어진 곳에서 공습이 일어났거든요. 사다를 떠날 때 우리가 챙겨온 것이라곤 옷가지와 귀중품 몇 가지뿐이었습니다. 가구 같은 것은 가지고 오지 않았어요. 몇몇 마음씨 좋은 분들이 매트리스며 담요를 기증해 주셨죠. 카메르는 평화로운 도시지만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한 지붕 아래 다섯 가구가 같이 살면서, 방마다 한 가구가 살고 있죠. 연료가 부족해 물을 실은 트럭들이 잘 다니지 않아서 물값도 아주 비싸요.

전에는 오토바이 일을 해서 생계를 꾸렸는데, 연료가 없다 보니 예전에 제가 벌이를 하던 수단을 사다에서 카메르까지 가지고 올 수가 없었어요. 마음 같아선 사다 옛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공습이 계속되고 있어서 지금으로서는 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우리 가족이 안전한 곳에 있도록 지켜야 할 책임이 있으니까요.

무잘리 알-후제리(Mujali Al-Hujeri) / 알-살람 병원 의사 보조사

공포는 사람들이 평상시라면 받아들이지 못했을 상황에서도 현실을 수긍하고 살 수 있도록 만듭니다. 카메르 시내에는 기본적인 시설들이 없어 텅 비어 있는 집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집들은 전부 국내 실향민들의 거처가 되고 있습니다. 전기나 위생 시설도 없고, 물이 안 나오는 집들도 많습니다. 그나마도 집을 구하지 못한 실향민 가족들은 다른 가족들과 한 집에서 살기도 하죠. 더 이상 공간이 없어 실향민 가족 네다섯 집이 함께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 막 카메르에 들어온 실향민들은 학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아미라 야야(Ameera Yahya) / 조산사 감독

우리가 만나는 산모들은 주로 카메르 시와 이 근처에서 오는 분들이에요. 저희가 봤던 환자들 중에 가장 심각한 환자들은 영양 상태가 부실해 여성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없는 먼 지역 출신들이 많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드는 교통비가 너무 비싸서 요즘은 그런 분들을 잘 볼 수 없어요. 이 산모들과 가족들은 그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분들이 동네에서 찾아갈 만한 의료 시설이 거의 없어요. 숙련되지 않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아이를 낳는 산모들이 많은데, 그렇게 되면 합병증이 있거나 제왕절개가 필요한 경우 산모와 아기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무사히 병원까지 오는 산모들도 너무 늦게 도착해 아기를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렘 살레(Salem Saleh) / 국경없는의사회 약사

카메르에서는 깨끗한 물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가 없습니다. 우물이 딱 두 군데 있는데, 그 물도 식수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죠. 그래서 사람들은 깨끗한 물을 싣고 카메르로 오는 트럭에서 물을 사야만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연료가 부족해서 물 트럭들은 매우 비싼 가격으로만 물을 팔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에는 4000 예멘 리알(미화 22달러)이었던 물은 지금 두 배 가격에 팔리고 있고, 때로는 세 배 가격을 부를 때도 있습니다. 연료 부족으로 식료품 가격도 껑충 뛰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위기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는데, 과연 이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습니다.

나지바 알리 후마이드(Najeeba Ali Humaid)

나지바는 급성 영양실조를 앓는 한 살배기 아기입니다. 아기 엄마는 원래 살고 있는 오스만 밸리(Osman Valley)에서 카메르에 있는 알-살람 병원까지 오는 데 드는 교통비를 마련할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나지바의 아빠가 집에 없던 당시, 아기가 너무 아팠던 터라 아기 엄마는 아기를 안고 꼬박 6시간을 걸어서 카메르에 있는 병원까지 왔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활동 매니저 엠마누엘 버바인(Emmanuel Berbain) 박사는 “아기가 급성 영양실조를 앓은 것은 정말 불운한 일이었습니다. 급성 위장염을 앓는 상태에서 늦게 병원에 왔는데, 병원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그 병이 다장기 부전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금 나지바는 나날이 회복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