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에리트레아·리비아·수단·에티오피아 정부와 손잡고 나날이 난민들이 유럽 해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자 애쓰는 가운데, 에리트레아를 탈출하려는 수천 명의 사람들은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대우를 당하며 고통받고 있다. 이 내용은 최근 국경없는의사회가 새로 발간한 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죽을 힘을 다해 유럽으로: 안전을 찾아 나서는 에리트레아인들>(Dying to Reach Europe: Eritreans in Search of Safety)이라는 보고서는, 초만원의 보트를 타고 가다가 지중해 중부 해상에서 국경없는의사회에 구조된 에리트레아 난민 100여 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많은 이들이 노예제와도 같다고 말하는 에리트레아의 무기한 강제 징병을 피해, 수많은 에리트레아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망명 신청을 하는데, 그중 운이 좋은 사람은 유럽에 도착해 망명 신청이 통과된다.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아르한 헤헨캄프(Arjan Hehenkamp)는 이렇게 말했다.
“육지와 해상을 통해 유럽에 들어온 에리트레아인의 90%는 망명 허가를 받습니다. 여러 유럽 정부는 그들의 요청이 합당하다고 판단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망명 신청자들이 유럽 해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합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이동하는 여러 길목에서 이주를 저지하려는 EU의 갖가지 시도 때문에,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밀수업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여러 개의 검문소와 감옥을 거쳐, 결국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는 위험천만한 여정에 오르게 된다.
이 보고서에서는 에리트레아 사람들이 고국 탈출을 시도할 때 겪는 심각한 폭력을 드러낸다.
- 지중해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이 구조선 위에서 인터뷰했던 모든 에리트레아인들은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던 중 고문 등의 폭력을 당했거나 목격했다고 말했다.
- 인터뷰에 참여한 모든 에리트레아인들은 일종의 구금을 당했다고도 말했는데, 그들 중 절반 이상은 다른 난민, 망명 신청자, 이주자들이 죽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대다수가 폭력의 결과로 목숨을 잃었다.
- 국경없는의사회가 인터뷰했던 모든 에리트레아 여성들은 성폭력을 직접 당했거나 혹은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을 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리비아, 그리고 지중해상에서 구조선에 올라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위와 같은 경험 속에 심한 흉터, 부상, 심각한 심리질환 등을 앓게 된 에리트레아 난민들을 주기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에리트레아인들을 에라트레아로 송환하거나 혹은 그들을 에리트레아로 되돌려 보낼 수 있는 제3국으로 보내는 것을 중단할 것을 리비아, 수단, 유럽 여러 국가에 요청한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에리트레아인들을 비롯해 난민들과 망명 신청자들에게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 이주 협정을 멈추고, 이주를 막는 조건으로 구호 기금을 마련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EU와 회원국들에 요청한다.
헤헨캄프 사무총장은 이와 같이 덧붙였다.
“에리트레아인들, 나아가 분쟁과 박해를 피해 떠나는 모든 이들에게 EU와 회원국, 기타 여러 정부들이 안전과 보호의 채널을 제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안전하지 못한 나라를 상대로 국경을 통제하는 것으로 이주를 관리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어느 나라가 되었든 말입니다. 또한 이주를 막는 조건으로 구호 기금을 마련하는 것도 옳지 않은 일입니다. 보호 받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버림받거나 혹은 안전하지 못한 곳에 갇힌 채, 목숨을 걸고 위험한 여정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서는 안 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아르한 헤헨캄프(Arjan Hehenk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