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나이지리아 최악의 뇌수막염 유행에 맞서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 ⓒMSF
2017년 5월 9일
나이지리아 북부에서는 남녀노소 수천 명이 C형 뇌수막염의 피해를 입었다. 이번 C형 뇌수막염 발병은 2008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나이지리아를 강타했다고 보고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환자 치료와 모니터링 부문에서 현지 보건 당국을 지원하고 있으나, 나이지리아의 느린 대응 체계와 전 세계 백신 부족으로 대응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약 6개월 전 잠파라(Zamfara) 주에서 첫 환자들이 보고된 이후, 나이지리아 보건부는 전국 7개 주에서 나타나는 뇌수막염 유행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번 뇌수막염 발병이 공식 발표된 것은 지난 2월이었다.
4월 15일, 국경없는의사회는 소코토(Sokoto) 시에 병상 200개 규모의 치료센터를 세우고 뒤이어 안카(Anka)·잠파라(Zamfara)에도 병상 20개 규모의 시설을 마련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나이지리아 긴급 대응처’(Nigeria Emergency Response Unit, NERU)는 양질의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최대한 사망률을 낮추고자 집중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코토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캐롤린 리프튀스(Caroline Riefthuis)는 이렇게 말했다.
“며칠 전, 아홉 살 된 남자아이가 중증 뇌수막염으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왔습니다. 5일간 치료를 받은 아이는 이내 회복을 보이는 듯했지만, 안타깝게도 귀가 멀고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중증 뇌수막염의 부작용이었죠.”
사실 이 아이는 4월 이후 소코토 무탈라 모하마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614명 환자 중 한 명이었다. 당시 물자도 부족하고 자격을 갖춘 직원도 부족해, 국경없는의사회가 보건부로부터 센터 관리를 넘겨받았다.
치료센터에서 일하는 직원 외에 국경없는의사회의 11개 감시팀들은 소코토, 잠파라, 요베, 니제르, 케비 등지의 신규 환자들이 애초에 어떻게 병에 걸렸는지 알아보고자 여러 보건소를 방문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뇌수막염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을 높이고자 그곳 지역들에서 보건 증진 활동을 실시했다.
5월1일, 국경없는의사회는 보건 당국이 소코토에서 시작한 예방접종 캠페인을 지원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3개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 25개 팀들이 7일간 하루 평균 약 850명에게 예방접종을 제공했다. 전체 목표 인원 80만 명 중 1세~20세에 해당하는 14만8000명에게 예방접종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달 후순, 요베 주에서는 최대 피해를 입은 4개 지역에서 총 13만 명을 목표로 추가 캠페인이 시작될 예정이다.
병의 확산을 멈추는 데 예방접종 캠페인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뇌수막염 유행이 드물지 않은 나이지리아에서 정부가 늑장 대응을 하고 있어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C형 뇌수막염 백신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응이 지연되고 사망률이 늘어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 나이지리아 현장 책임자 필립 아루나(Philip Aruna)는 “이번 발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피해 지역에 다 제공할 만큼 백신이 충분치 않아 걱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소코토의 경우, 대규모 캠페인에 들어가려면 3백만 개의 백신이 필요한데, 실제로 사용 가능한 백신은 80만 개에 불과했다. 향후 불가피하게 뇌수막염이 다시 일어날 경우, 또 다른 늑장 대응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절한 예방 조치가 실행되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96년부터 나이지리아에서 활동하면서 아동 건강 지원, 임신·출산 지원, 납 중독 피해자 지원, 재건 수술 지원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프로젝트를 운영해 왔다. 2014년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 주에서 폭력의 여파로 피난민이 된 사람들과 그들을 받아들인 현지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의료 지원을 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