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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리포터] Issue #8 "긴급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023.02.21

현장에 나와있는 국경없는리포터입니다!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국경없는의사회는 긴급 대응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자연재해는 이렇듯

한 순간에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사람들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안기며,

기본적인 필요조차 채우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합니다.

그리고 이런 자연재해의 피해에 대응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2022년 9월 파키스탄 대홍수 직후 접근이 차단된 마을로 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팀. 국경없는의사회는 다두(Dadu) 지역에서 홍수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를 위해 이동진료소를 운영했다. ©Zahra Shoukat/MSF

지난해 여름 우리나라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서울 강남 일대도 침수되고,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극심했던 것을 기억하실 텐데요,

비슷한 시기에 심각한 폭우가 무려 세 달간 이어진 나라가 있었습니다.

바로 남아시아, 인도의 서쪽에 위치한 파키스탄입니다.

6월부터 9월까지 계절성 폭우와 이로 인한 홍수로 국토 전체의 1/3이 잠겼습니다. 홍수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700명에 달했습니다. 수재민이 3300만명에 이르고, 인구의 15% 가까이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2022년 8월 25일, 파키스탄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2022년 12월 홍수로 파손된 철도 옆 도로를 걷고 있는 파키스탄 신드주의 마을 주민 ©Asim Hafeez

6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파키스탄은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대홍수의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인도적 지원의 필요는 막대하나 실제 이뤄지는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홍수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선 여전히 식량, 깨끗한 식수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차단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홍수 이후 영양실조와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고 있는 파키스탄 신드(Sindh)주와 발루치스탄(Balochistan)주 동부의 홍수 피해 지역에는 지난해 말부터 말라리아나 영양실조를 앓고 있는 아동 환자가 늘고 있는데요. 날씨가 추워지면 일반적으로 말라리아 환자가 감소해야 하는데,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국경없는의사회의 이동진료소에서 검사한 환자의 절반이 말라리아 양성일 정도였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이 지역에서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치료한 말라리아 환자는 42,000명에 달합니다.

신드주에서 아동 영양실조 상태를 측정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Asim Hafeez

홍수가 지역의 주요 생계 수단인 작물과 가축에도 피해를 끼치면서 급성 영양실조 환자도 늘고 있습니다. 말라리아와 마찬가지로 활동을 개시한 시점부터 1월까지 이동진료소에서 검사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영양실조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텐트나 임시거처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많고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 상황이다보니, 설사나 피부 감염 환자도 많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더라도 살던 집은 홍수로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주변이 여전히 침수되어 있는 곳도 많습니다. 이렇게 파괴된 삶의 터전은 생계도 위협하지만,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죠. 국경없는의사회가 심리적 응급처치와 집단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입니다.

수재민이 모인 카라치의 임시 정착촌 © Zahra Shoukat/MSF

수위가 잦아들었더라도 수원이 오염돼 식수를 구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작물 및 식량 창고는 파괴되고 가축은 폐사했으며 다음 파종시기에 맞춰 밭을 복구할 수 없기 때문에, 식량 부족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외곽에 위치한 지역사회에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고 위생 키트를 가정마다 보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홍수 피해는 지역주민에게 큰 고통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겨울은 수재민에게 더욱 혹독했습니다. 열악한 임시거처에서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수재민을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담요 등 방한용품으로 구성된 비식량 구호품을 보급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11월 여전히 물이 빠지지 않은 신드 주의 마을 © Asim Hafeez for MSF

긴급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에드워드 테일러(Edward Taylor)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코디네이터의 말입니다.

현재 피해 복구와 재건에 초점이 옮겨가고 있어, 피해 인구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지원 확대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에는 여전히 의료적, 인도적 지원이 절실하며, 식량, 깨끗한 식수, 의료서비스, 거처 등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시급히 확대되어야 한다고 테일러는 전했습니다. 

2022년 11월 신드 주의 한 마을 이동식 정수시설에서 물을 받아 이동하고 있는 여성 ©Asim Hafeez for MSF

재해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지만, 언제나 가장 취약한 인구에게 가장 큰 피해를 남깁니다. 최근 대지진이 덮친 시리아 또한 지난 12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이미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던 곳이죠. 취약한 지역에서 일어난 재해의 결과는 더욱 길고 무겁게 남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관심과 지원은 그에 상응할 만큼 이어지기가 어렵습니다. 6개월 지난 시점에 돌아본 파키스탄 홍수, ‘과거의 위기’가 되기엔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인도적 필요가 큽니다. 

►국경없는의사회 FOCUS 브리핑: 파키스탄 홍수 위기 대응 웨비나(Webin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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