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인슐린 발견 100주년: 당뇨에 관한 세 가지 오해

2021.04.15


2021년은 당뇨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치료제인 인슐린 발견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MSF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1년, 인류는 기념비적인 의학적 돌파구를 찾았다. 바로 인슐린을 발견하여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는 당뇨 환자의 삶을 완전히 바꿀 만한 혁신적인 발견이었다. 
인슐린을 발견한 캐나다 출신 의학자 프레더릭 밴팅(Frederick Banting)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고, 단돈 1달러에 인슐린에 대한 특허를 토론토 대학에 팔았다. 

“인슐린은 제 것이 아닌 전 세계인을 위한 것입니다.”


- 프레더릭 밴팅

오늘날 전 세계 당뇨 환자의 수는 약 4억 6천 3백 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한 세기 동안의 의학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 세계 당뇨 환자 중 절반이 인슐린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의 한계나 가난, 피난 또는 분쟁 등으로 치료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선진국형 질병’으로 알려진 당뇨병, 국경없는의사회는 왜 당뇨병을 다루나요?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인슐린 투여 등 정기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면 혈당이 높아져 심장질환이나 신부전, 신경 손상과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다. 

오늘날 전 세계 당뇨 환자 수는 약 4억 6천 3백 만 명에 달하는데, 지난 3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저∙중소득국에서 환자 수가 현격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치안이 불안정한 지역이나 기타 보건 위기가 만연한 지역 등이 포함된다. 

이것은 여전히 수많은 지역사회에서 인슐린 의존성 당뇨 환자가 인슐린에 접근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뇨병에 대한 3가지 오해 

여러 다른 전 세계적 보건 문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뇨 환자가 인도적 위기 상황 속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은 결코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사실 ‘이익’만을 추구하는 보건 정책이 당뇨병 치료에 대한 접근성 저해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에 대한 세 가지 흔한 오해를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찾아본다. 

1. 인슐린은 냉장 보관해야 한다?

제약회사가 제시하는 보관 지침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슐린은 냉장 보관해야 하며, 개봉 후에는 섭씨 25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의 연구에 따르면 인슐린은 섭씨 37도에서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케냐의 다답(Dadaab) 난민 캠프와 같이 기온이 매우 높은 지역이지만 냉장 시설이 부족한 환경에 있는 당뇨 환자에게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MSF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은 대부분 인슐린 보관을 위한 권장 온도보다 기온이 높은 지역이다. 환자들은 인슐린을 냉장 보관해야 한다는 오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은 당뇨 환자에게 냉장고가 없을 때 문제가 된다. 가난 때문일 수도 있고, 전기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난민 캠프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안정적인 냉장 시설을 사용할 수 없는 당뇨 환자들은 하루에 한 번 이상 보건소에 가서 인슐린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은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치안이 불안정한 지역의 환자에게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2021년 2월 국경없는의사회와 제네바대학이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슐린은 섭씨37도에서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장 활동의 경험을 통해서도 이 사실을 입증했다. 각 제약회사의 인슐린 보관 지침은 수정이  필요하다.

한편, 냉장 시설 없이도 인슐린을 안정적인 온도에 보관하는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방법도 있다. 한 가지 예로, 진흙으로 만든 항아리 등을 사용해 보관하는 것이다. 간단한 방법으로도 환자들은 더 이상 하루에 두 번씩 보건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2. 인슐린 생산비가 매우 높다?  

오늘날의 전 세계 인슐린 시장은 세 개의 거대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 일라이 릴리와 사노피가 독점하고 있으며, 모두 인슐린에 높은 가격을 책정해 필수의약품인 인슐린의 접근성을 낮추고 있다. ©MSF 

인슐린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인슐린을 생산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 다는 오해이다.  

현재 인슐린 시장의 99%는 세 개의 ‘거대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disk), 일라이 릴리(Eli Lily)와 사노피(Sanofi)가 독점하고 있다. 세 제약회사는 이런 독점을 이용해 인슐린의 가격을 불합리하게 책정하며 전 세계 수억 명의 당뇨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자 한 명이 1년간 사용하는 인슐린의 생산비는 최대 약 102파운드(약 16만원)이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프로젝트에서 쓰이는 인슐린에 책정된 가격은 투약 방식이나 종류에 따라 환자 한 명당 220파운드(약 34만원)에서 900파운드(약 140만원)에 이른다. 

현재 몇몇 회사가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고자 상표가 없는 제네릭(복제) 인슐린을 생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환자와 의료보건 단체의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제네릭 인슐린은 승인을 받기 위해 엄격한 규제를 통과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복제의약품 제조사가 인슐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옹호 캠페인을 펼치며 전 세계 당뇨 환자의 관련 의료 도구 접근성을 향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3.    당뇨는 자가 관리가 어렵다?

당뇨 관리를 위해서는 값비싼 인슐린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기기도 필요하다. 당뇨 환자는 혈당 모니터링 기기나 인슐린 펜, 주사바늘이나 주사기가 필요하고, 식단 또한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MSF

당뇨병은 개인이 관리하기에는 까다로운 질환이다. 특히 1형 당뇨병은 더욱 복잡하다. 

당뇨병 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환자가 손가락 끝부분에서 채혈해 혈당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하고, 하루 최대 6회 직접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대부분 지역은 식량이 부족해 당뇨 환자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자원만 있다면 전 세계 당뇨 환자의 자가 관리가 훨씬 수월해지고,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인슐린 펜 등 자가 투여를 보다 용이하게 하는 새로운 도구와 지속적으로 혈당을 체크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기 등으로 환자들은 더 이상 채혈을 위해 하루에 여러 번 손가락 끝을 찌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의료 기기는 가격이 높아 저소득국가에서는 쉽게 구하기가 어렵지만, 이 접근 장벽을 낮춘다면 환자는 장기적으로 합병증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당뇨 환자의 안전한 자가 관리를 지원하는 것은 추후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