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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남수단: "힘없이 입원한 아이들이 회복하는 모습이 저의 보람이죠."

2016.11.30

지난 3월부터 남수단 아웨일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송경아 활동가가 남수단 북부 바르엘가잘 지역의 영양실조 위기 상황에 대해 들려주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수의 민간구호단체 중 하나입니다. 

Aweil Hospital, South Sudan

남수단 아웨일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송경아 간호사 ⓒJean-Christophe Nougaret/MSF

남수단에서는 수십 년간 전쟁과 치안 불안 상태가 이어졌고, 지난 2년 반 동안 벌어진 내전으로 나라 전체가 빈곤에 처해있습니다. 의료 시설이 부족하고, 교통수단이 없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은 떨어지고, 게다가 최근에는 의료 시설에 필수 의약품마저 부족한 상황입니다. 북부바르엘가잘은 남수단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는데, 최근 1년 사이에 물가가 세 배나 올랐습니다. 집에서 재배한 곡물이 없다면, 전보다 세 배의 비용을 더 주어야 아이들을 겨우 먹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부족한 식량을 구하기 인해 인접한 수단으로 피난하는 주민들이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생겨나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부바르엘가잘 주 내의 6개월부터 만 5세까지의 아동 33%가 영양실조 상태로 급성 영양실조 위기라는 보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수치가 15%만 넘어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는데 말이죠.

아웨일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립병원 내 2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소아과와 산부인과 입원병동을 위탁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웨일 지역에는 10만 명이 살고 있는데, 이곳은 지역 내 유일한 병원입니다. 입원병동 내에는 별도로 입원치료식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제왕절개나 맹장염 등 수술이 가능한 수술실도 갖추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집중치료실 간호사로 일해왔는데, 여기 남수단 아웨일 병원에서 담당하고 있는 일은 입원병동 지원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아동 병원에 입원하는 모든 아이들이 제가 담당하는 병동으로 오게 되고, 안정화 시기를 거쳐 다른 병동으로 옮기게 됩니다. 8월인 지금은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기도 한데, 매일 70-80명의 새로운 말라리아 환자가 병원을 찾고, 한 달에 1천 명 이상이 입원하고 있어 복도에도 입원환자를 받는 등 병동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업무는 현지 간호사들을 교육하는 일입니다.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지 간호사들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중의 하나입니다.

아웨일에서는 건기인 1-2월부터 8-9월까지를 춘궁기(Hunger gap)이라고 부르는데, 수확할 시기가 다가올 때까지 남아있는 작물로 몇 개월을 버텨야 합니다. 게다가 수확한 작물은 충분하지 못하고, 경제난은 심각하며, 불안정한 치안 등 여러 가지가 맞물려 식량 상황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4월 말에는 입원치료가 필요한 영양실조 상태의 아동이 급격히 늘어나, 입원치료식병동을 하나 더 열기도 했습니다.

Malaria and malnutrition in South Sudan, Bentiu PoC

아동의 영양실조는 뮤악(MUAC)으로 측정하는데, 115mm 미만이면서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고 있으면 입원 치료를 받게 됩니다. ⓒBrendan Bannon

입원 후에는 특별히 영양실조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우유를 처음 공급받게 되는데, 식욕이 없어 음식물을 거부하거나 상태가 심각해 입으로 먹을 수 없는 아이들은 위장관 튜브를 삽입해서 우유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상태의 아이들은 면역력도 현저하게 떨어져 있기 때문에 병균에 노출되어 감염의 위험이 상당히 큽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구충제와 항생제도 같이 투여하게 됩니다. 이렇게 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안정기가 되면 ‘플럼피넛’이라고 불리는 영양치료식인 고열량 식품을 공급합니다. 아이가 이를 잘 섭취하면 퇴원시켜 집에서 가까운 파견 진료 프로그램에 등록하도록 합니다. 아이들이 다시 병원을 찾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파견 진료 프로그램에서 영양치료식과 가벼운 질병에 대한 약품을 적절히 처방하고 배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영양실조 아동 중에는 설사, 구토로 인해 심각한 탈수 상태로 엄마에게 안겨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동반된 폐렴으로 숨을 헐떡이며 병원에 오기도 하고, 최근에는 말라리아 기승으로 70% 이상의 영양실조 아이들은 말라리아에도 감염되어 옵니다.

제가 이곳에 있으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건, 사람들이 배고파 보인다는 겁니다. 지역 식량 자체가 부족해서, 직원들이 사는 숙소에도 야채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시장에 가도 살 수 있는 재료들이 거의 없습니다. 이제 우기철이 시작되어 나아지고는 있지만, 거의 가공식품으로 끼니를 때워야 합니다.

눈빛에 초점이 없고 아주 가느다란 생명줄을 붙잡고 병원을 찾은 아이가 우유를 위장관 튜브로 공급받고, 그러다 어느새 회복되어 영양치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