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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모스섬의 망명신청자에게 긴급 의료지원 제공

2022.08.10

지난해 국경없는의사회는 42회에 걸쳐 그리스 사모스(Samos)섬에 도착한 24명의 임신부 등 570명 이상에게 긴급 의료지원 및 심리적 응급처치를 제공했다. 이들은 작은 보트를 타고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터키 해안가에서 왔다. 망명신청자들은 유럽에서의 안전한 삶을 찾아 사모스섬에 왔는데, 그 여정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겪었다.

사모스섬의 험난한 길을 걷는 망명신청자. ©MSF/Alice Gotheron

망명신청자는 대개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사모스섬 외곽의 해안에 도착한다. 현지 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강제 송환될 것을 두려워해 대부분 하선 직후 도망간다. 체포될 것이란 공포로 음식이나 물 없이 며칠 동안 수풀에 숨어 있는 사람도 있다.

체포될 수도 있다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려 말을 하거나 걷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절기에는 열사병이나 탈수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고, 동절기에는 영하의 날씨에 며칠 동안 야외에서 지내 동상에 걸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섬에 산재해 있는 바위 절벽을 오르려다가 실족해 다리 등에 골절을 입은 환자, 어깨뼈가 탈골된 환자 등 여러 유형의 환자가 있습니다. 4월에는 국경수비대로부터 도망치다가 절벽에서 떨어진 망명신청자 무리도 있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까지 구급차로 총 37명을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_니콜라스 파파크리소스토모우(Nicholas Papachrysostomou) / 국경없는의사회 그리스 현장책임자

신규 유입되는 망명신청자 대부분은 여성과 아동이다. 이 중에는 이틀 동안 야외에서 숨어 지내다가 어떠한 의료지원도 없이 출산해야만 했던 산모도 있으며,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진통 중이던 임신부도 있다.  

사모스섬에 도착하는 이들에 따르면 이주 과정 중 해상이나 육지에서 국경수비대에게 붙잡혀 터키 해역으로 강제 송환되는 이주민이 많다고 한다. 한 국경없는의사회 환자는 아홉 번이나 붙잡혔다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환자들은 사모스섬에 함께 도착한 사람들을 다시는 볼 수 없던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그리스 사모스섬에서 긴급 의료지원을 위한 응급키트를 차에 싣는 중이다. © MSF/Alice Gotheron

국경없는의사회 환자는 구타, 알몸 수색, 강제 항문 검사, 갈취 등 신체적 폭력이나 비인도적 대우를 겪었으며, 모터가 없는 작은 보트에 탄 채 바다에 방치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환자 로레타(Loretta, 가명)는 망명 시도 중 두 번이나 그리스 레스보스(Lesvos)섬의 국경수비대에게 체포되어 강제 송환되는 경험을 했다.

산 속으로 겨우 도망쳤는데 다시 붙잡히게 되면 형용할 수 없이 괴롭습니다. 체포된 후에 큰 항구로 절 데려갔어요. 근처에 있던 건물에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갑자기 절 구타했어요. 임신부도 있었는데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전부 구타당했습니다. 발로 차고 나무 몽둥이로 저희를 마구 때렸어요. 이 때 이후로 다리와 허리에 계속 통증이 있습니다. 저희를 한참을 때린 후에 큰 보트에 태워 망망대해로 보냈어요.”_로레타 / 사모스섬에서 강제 송환된 국경없는의사회 환자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 중 폭력적인 체포 및 강제 송환 장면을 직접 목격하진 않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한 환자 다수가 이러한 행태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폭력의 정도 또한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체포 및 강제 송환은 불법일 뿐 아니라 사람들의 망명권을 제한하는 행위입니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더욱 극심한 트라우마와 장기적인 신체·정신적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그리스 및 유럽 당국은 난민과 망명신청자의 수용 및 신분확인 절차와 국제적 보호 등에 관한 제반 법이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_소니아 발레론(Sonia Balleron) /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는 그리스 사모스섬에서 긴급 의료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망명신청자를 현장에서 지원하기 전 모든 관련당국에 공지를 하고 있으며, 현장에 도착한 후 현지 경찰 및 의료 당국과 구급차를 통해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방안을 조율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응급 의료지원 요청이 들어오는 즉시 응급처치키트, 갈아입을 옷, 식수, 구호식량 등을 챙겨 현장으로 향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구호활동 시 항상 ‘국경없는의사회(Médecins Sans Frontières)’ 로고가 적힌 흰색 조끼를 입고 활동한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의료·심리적 응급처치를 마친 후에는 경찰당국이 망명신청자를 바티(Vathy)에서 도보로 한 시간 떨어진 ‘출입통제 수용센터’로 인계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경비가 매우 삼엄한 이곳에서 5일간의 격리를 마친 망명신청자를 진료하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지원한다. 현재 이 수용센터에 오는 것만이 정식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망명신청자들은 이 수용센터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한 망명 절차가 끝나기를 간절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