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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콩고민주공화국: 장기화된 무력분쟁으로 수십만 명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2022.08.08

3월 말 촉발된 콩고민주공화국 정부군과 무장 반군 M23 간 무력 충돌이 심화하여 북키부(North Kivu)주 럿슈루(Rutshuru) 및 니라공고(Nyiragongo) 지역에서 19만 명 이상의 국내실향민이 발생했다.

콩고민주공화국 북키부주의 루만가보(Rumangabo) 초등학교 교실에서 생활하는 국내실향민. ©Alexis Huguet

온가족이 밭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비 오는 날 세 시간을 꼬박 걸어 루만가보(Rumangabo)로 도망쳤어요. 피난할 당시 아무것도 챙겨오지 못했는데,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서 그냥 생활하고 있습니다.”_폰시 벤다(Ponsie Benda) / 54세 국내실향민

6월 콩고군과 M23 간 교전이 폰시가 살던 마을까지 번져 가족을 데리고 피난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폰시는 국내실향민 캠프로 전환된 루만가보의 한 초등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

54세 국내실향민 폰시와 가족. ©Alexis Huguet

지원이 절실한 19만 명의 국내실향민

현재 대부분의 국내실향민은 럿슈루와 북키부주의 주도(主都)인 고마(Goma) 지역을 잇는 국도 부근에 모여서 생활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북키부주 루가보(Rugabo) 스타디움 내 구축된 임시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국내실향민은 대개 나뭇잎을 모아 잠자리를 마련한다. ©Alexis Huguet

잠도 밖에서 자야 합니다. 지금 지내는 곳은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임시 거처예요. 이제 바나나 잎이랑 유칼립투스 잎을 주워 와서 지붕을 덮으려고 합니다. 간이로 만들었을지라도 지붕이 생기면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_폰시 벤다 / 54세 국내실향민

폰시 가족이 루만가보에 도착했을 때, 임시 캠프로 전환된 초등학교는 이미 과밀집된 상태였기 때문에 폰시 가족은 야외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현재 럿슈루 센터의 루가보(Rugabo) 스타디움에는 1,400여 가정이 생활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가 임시 거처를 설치하긴 했지만 이들의 생활 수준은 여전히 열악한데, 가로 18m에 세로 5m 크기의 텐트 하나 당 약 35가정이 생활하고 있다. 과밀집된 환경에 더해 샤워시설 및 화장실이 부족하여 홍역이나 콜레라 등 감염병이 확산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비가 올 때면 바닥이 물로 흥건해지고 하루종일 물이 빠지지 않습니다. 열 명의 자식 중 여섯 명만 데리고 이곳 럿슈루에 도착한 지 4개월이 지났어요. 나머지는 지금쯤 우간다에 도착했을 것 같은데, 헤어진 뒤로 연락이 끊겼습니다.”_아그리핀 은마가냐(Agrippine N’Maganya) / 53세 국내실향민 여성

럿슈루 센터 루가보 스타디움에 설치된 비공식 국내실향민 정착지에서 생활하는 53세 국내실향민 아그리핀(Agrippine). ©Alexis Huguet

심각한 식량부족

안전한 거처뿐 아니라, 식량 또한 심각하게 부족하다. 3월 말 루가보 스타디움으로 피난한 20세 국내실향민 오베드 마샤비(Obed Mashabi)는 먹을 게 아무것도 없으며, 같은 마을 출신 사람들이 캠프 인근에서 찾은 식량을 나눠주어 그나마 버틴다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하는 이들은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보급되는 식량을 현저히 늘리지 않는다면 상황이 악화할 것입니다.” 베네딕트 르꼬끄(Bénédicte Lecoq) / 국경없는의사회 럿슈루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럿슈루 이송병원은 140%의 병상가동률을 보일 정도로 몇 주째 중증 영양실조를 앓는 아동 환자가 대거 유입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럿슈루 및 니라공고 지역의 의료시설에서는 일일 평균 10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대부분 말라리아, 호흡기 감염 및 설사 환자이다.

국경없는의사회와 콩고민주공화국 보건부 인력이 국경없는의사회 루만가보 이동진료소의 중증 말라리아 환자를 인근 진료소로 이송하고 있다. ©Alexis Huguet

현재 당면한 문제의 장기적 여파 또한 우려스럽다. 이곳 주민은 대부분 농업을 식량 생산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밭일을 하지 못한다면 수천 명이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를 겪게 될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분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모든 작물이 썩고 있을 거예요.”_오베드 마샤비 / 20세 국내실향민

20세 미혼 남성 오베드는 럿슈루 센터 루가보 스타디움에 마련된 비공식 국내실향민 정착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Alexis Huguet

가로막힌 인도적 지원

이번 위기는 수개월째 지속되었는데, 아그리핀, 폰시, 오베드 모두 필요에 비해 받은 지원이 적다고 말했다. 아그리핀은 “식량이나 씻을 세면대, 물통 등 구호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며,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욱 길어질수록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사그라진다고 덧붙였다.

아무도 우리를 도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지원을 받았다면 이렇게 야외에서 지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북키부주에서는 왜 폭력이 멈추질 않는 거죠? 이번이 첫 번째 피난이 아닙니다.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곳에서 제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_폰시 벤다 / 54세 국내실향민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은 6월 기준 북키부주의 국내실향민은 160만 명, 의료적·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250만 명으로 집계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격변하는 상황에 맞춰 대응 활동을 적절히 조정하고 있다. 현재 루바레(Rubare), 칼렌게라(Kalengera), 무니기(Munigi), 카냐루치냐(Kanyaruchinya)의 의료시설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내실향민이 모여 생활하는 럿슈루 센터의 루가보 스타디움과 구만가보 보건지소 근방에 임시 진료소를 설치했다. 또한 여러 곳에 샤워시설 및 화장실을 설치했으며 식수위생 개선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무니기 지역에서는 매일 네 곳에서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고 있으며, 비누, 플라스틱 물통, 수건 등이 포함된 위생키트를 1,000가정 이상에게 보급했다.

더 나아가 국경없는의사회는 국경을 넘어 우간다 키소로(Kisoro) 지역으로 향한 피난민에게도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우간다에서는 부나가나(Bunagana) 보건소와 키소로 지역병원을 지원하고 있다. 냐카반데(Nyakabande) 임시캠프에서는 1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개의 임시 거처와 50개의 샤워시설 및 화장실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