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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극심한 폭력과 불확실함 속 의료지원을 지속하는 국경없는의사회

2021.07.23

조브넬 모이즈(Jovenel Moïse) 아이티 대통령 암살사건 이후 최근 정치적 불안이 고조된 아이티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아이티에서는 이미 지난 수개월간 극심한 위기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스테판 도욘(Stéphane Doyon)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 책임자가 인터뷰를 통해 현재 아이티의 인도적 위기와 극심한 폭력 상황에 대해 전했다. 

 

현재 아이티의 상황은 어떤가요?

“이곳의 일상은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만해도 여러 곳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마을 전체가 무장 단체의 통제를 받고 있는 곳도 있고, 각 단체의 통제 영역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습니다. 과밀집된 빈곤 지역의 경우 도로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총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범죄조직 간 충돌로 수천 명의 주민이 피신해야 했습니다. 시테 솔레일(Cité Soleil)과 같은 일부 지역의 주민들은 격전지에 발이 묶여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유엔은 아이티에서 약 1만8000명의 피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는데, 대부분 친척집에서 지내거나 인근 학교와 교회에 임시로 마련된 열악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주사이 분쟁이 심화하며 발생한 일인데, 이렇게 대규모 피난민이 발생한 것은 새로운 현상입니다. 범죄조직이 포르토프랭스로 향하는 주요 접근 경로를 통제하고 있어 도시 출입이 어려운데다 강도와 납치, 강탈 등 범죄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타바레(Tabarre) 병원으로 향하는 길. 포르토프랭스의 거리는 형형색색의 합승택시 ‘탭탭(tap-tap)’으로 가득하다. © Guillaume Binet/MYOP 


국경없는의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현재 이곳에는 폭력의 피해자, 특히 부상자가 많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올해 초부터 타바레(Tabarre) 지역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외상 병원에서 600명 이상의 부상자를 치료했는데, 대부분 무력 충돌이 극심한 마티상(Martissant), 시테 솔레일, 크루아 데 부케(Croix des Bouquets)나 벨 에흐(Bel Air) 지역에서 온 환자들입니다. 4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부상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신속히 입원 환자 수용력을 늘려야 했습니다. 하루에 20명 이상의 환자가 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평균적으로 전체 외상 환자의 60%가 총상이나 자상 환자입니다. 별도로 국경없는의사회는 포르토프랭스와 고나이브(Gonaïves)에서 성 및 젠더 기반 폭력 피해자를 위한 치료 또한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타바레 병원에서 다리 절단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두 외과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는 2019년 11월부터 1,700명 이상의 환자가 입원했고, 3,600회의 수술이 진행됐으며, 환자의 의료적 필요에 따라 물리치료 등 필요한 치료가 제공됐다. © Guillaume Binet/MYOP 

현재 상황이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아이티에서는 몇 년 째 폭력 상황이 지속되었지만, 지난 1년 사이 상황이 더욱 악화했습니다.  보건 시설도 더 이상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 구호 활동도 여러 위기 상황에 의해 지장을 받았습니다. 2월에는 드후이야(Drouillard) 지역의 국경없는의사회 화상 병원 인근에서 교전이 일어나며 병원에 남아 있던 20여 명의 환자들을 모두 이송하고 병원을 폐쇄해야 했습니다. 이 병원은 현재까지도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며, 부상자나 화상 환자를 안정화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선행의료지원처(advanced medical post, AMP)만 운영했습니다. 

지난 달에는 마티상에서 폭력 사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국경없는의사회 응급센터 직원들은 갑자기 분쟁의 최전선에서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우리 의료진은 며칠간 총격을 피하며 부상자를 치료해야 했고, 국경없는의사회 구급차는 약탈당했습니다. 6월 26일, 병원이 직접적인 총격 대상이 되면서 병원 내 모든 환자와 직원을 대피시켜야 했습니다.  

이외에도 일상적으로도 폭력의 위협이 존재합니다. 우리 의료진은 이동하는 중에도 총에 맞거나 강도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5월 25일, 타바레 병원에서 근무하던 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퇴근길에 무장 단체의 공격을 받아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여성 환자 전용 수술 후 회복실 내부. © Guillaume Binet/MYOP 


현재 상황이 아이티 의료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요?

“지속된 치안 불안정으로 아이티 인구의 의료 접근성이 저하됐습니다. 아이티 의료시스템은 이미 불평등합니다. 민영 의료시설은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고 공공 의료시설은 필수 자원이 부족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의료진과 환자가 병원을 안전히 오갈 수 있어야 하지만, 안전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등 아이티 주민들의 의료적 필요가 커져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규모를 전면 확대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원하는 의료시설 운영을 유지하는 것조차 벅찬 상황입니다.  


폭력과 불안정에 더해 극심한 보건 위기까지 중첩된 상황이 현재 아이티의 현실입니다. 게다가 대통령 암살사건으로 상황이 더욱 불투명해지면서 아이티는 큰 혼란을 마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