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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차단된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인구

2022.08.01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헤브론(Hebron)의 중심에는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H2 구역이 있다. 약 42,000명의 팔레스타인인과 700명 정도의 이스라엘 정착민이 거주하는 이곳은 폭력이 만연한 곳이다. H2 구역의 팔레스타인 주민은 고질적 폭력에 노출돼 있을 뿐 아니라 자유롭게 이동조차 할 수 없어 의료서비스 접근성과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크게 차단되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서안지구 헤브론 H2 구역에서 의료 및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lfredo Caliz

H2 구역은 점령 지역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인의 고충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입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활이 힘든 곳이에요. 국경없는의사회는 H2에서 단순히 의료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_마리에타 프로보포울로(Marietta Provopoulou)/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자치구 현장 책임자

H2 구역 안팎의 접근 장벽

H2 구역은 서안지구 내에서도 가장 통제가 심한 지역인데, 이스라엘군이 21개의 고정식 검문소를 운영하며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검문소가 많고 검문 과정이 복잡해 의료진이 드나들기도 어렵다. 현재 이곳에는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운영하는 단 한 곳의 의료시설밖에 없지만 국경없는의사회를 제외하고 H2 구역에서 활동하는 의료구호단체는 없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21년 8월 H2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이 지역에 진료소를 설치했다. 진료소에서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팀이 종합적인 외래 진료, 성생식 보건 및 정신건강 서비스 등 모자보건에 집중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헤브론 H2 구역에서 진료소를 운영하며 여성 및 아동을 위한 종합 외래진료, 영양실조 검사, 정신건강 및 성생식 보건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Alfredo Caliz

팔레스타인인은 특별 승인을 받지 않는 한 H2 구역에서 차량을 운행할 수 없다. 이러한 정책은 장애가 있는 사람, 고령자, 임신부, 응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차량 운행 금지 정책은 소방차나 구급차와 같은 응급 서비스에도 해당된다. 국경없는의사회를 찾아온 한 여성은 집에 불이 났는데 주민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이 소방차를 들여보내 주지 않아 영유아 등 조카 세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H2 구역에는 의료서비스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H2 주민이 진료를 받으려면 검문소를 통과해 다른 지역의 의료시설을 찾는 방법밖에 없다. 이스라엘 정착민·군경과 팔레스타인 주민 간 충돌이 발생하면 검문소조차 폐쇄되어 H2 구역에 오갈 수 없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임신부를 위한 정기 진료를 받기가 정말 힘듭니다. 검문소를 통과해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야 하는데 검문소 근처에서 매일 같이 무력충돌이 발생합니다. 가스 냄새도 심하게 나요.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_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아온 23세 임신부  

H2 이스라엘 정착촌 근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의 경우 이동이 더욱 심하게 제한된다. 다닐 수 있는 거리는 한정되어 있고 이마저도 여러 단계에 걸친 검문 과정이 요구되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아오려면 많게는 네 개의 검문소를 통과해야 되는 사람도 있고, 아예 진료소를 찾아올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헤브론 H2 구역에서 진료소를 운영하며 여성 및 아동을 위한 종합 외래진료, 영양실조 검사, 정신건강 및 성생식 보건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Alfredo Caliz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H2 구역  

H2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의료서비스 접근성 차단에 더해 정신건강 저하 문제도 겪고 있다. 이곳에서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집을 야간에 급습하여 점거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2015~2018년 사이 H2 구역의 팔레스타인 가정 75%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급습당한 적이 있으며, 이 중 2/3는 가족 구성원이 신체적 폭력을 당하는 경험을 했다. 또한 동기간 5가정 중 1가정꼴로 자녀가 이스라엘군에게 체포되는 일을 겪었다.

이스라엘군이나 정착민들이 집을 급습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요. 그때마다 제 여섯 아이들이 다칠까봐 걱정됩니다. 저는 하루 종일 불안에 떨며 살고 있어요.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이스라엘 군경이나 정착민을 봤다고 하면 그 때부터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재빨리 문을 잠그고 절대 밖에 나가지 않아요.”_41세 여성 환자

국경없는의사회를 찾아오는 환자 중에는 불안 증상을 보이는 아동 환자가 많은데, 불안감은 가족이나 다른 아동과의 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우울증, 불안감,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 경증에서 중증의 정신건강적 문제를 겪는 성인 환자도 적지 않다.

이동 제한 조치와 의료서비스 접근성 차단으로 인해 국경없는의사회는 2021년 10월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시기에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 유입되는 환자 또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21년 8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총 5,135명의 환자를 치료했는데, 이 중 절반이 15세 미만 아동이었다. 동기간 국경없는의사회는 989명의 환자에게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H2 구역에는 여전히 의료적 필요가 막대합니다. H2 주민의 생활 수준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지원 규모를 확대하여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확실히 제고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_ 마리에타 프로보포울로 /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자치구 현장 책임자